물걸레청소기 ‘아너스’ 하도급 갑질 벌금형…“가벼운 처벌” 논란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2-26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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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 이용한 압박으로 납품단가 인하…하도급, 경영상황 악화
납품단가 인하 요구 응하지 않자 기술자료 경쟁업체에 넘겨…‘단가 후려치기’
제조업계, “기술유용 혐의 단순 벌금형 문제있다”

▲ 아너스 물걸레청소기 홈페이지 갈무리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강제로 넘겨받아 ‘단가 후려치기’에 활용한 물걸레청소기 제조사 아너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기술유용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단독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혐의를 받는 아너스 대표 등 임원 3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너스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아너스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아너스는 2016~2017년 물걸레청소기의 핵심 부품인 전자제어기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 A사에 회로도 등 기술자료를 10차례 요구해 받았다.

 

이를 A사의 경쟁업체 8곳에 기술자료를 넘겨 일부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A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A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했다. 매출액의 거의 전부를 의존하는 아너스와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너스 물걸레청소기는 2011년 출시 후 2017년까지 약 110만개(1000억원 규모)가 팔린 인기 상품으로, A사 매출은 모두 아너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그동안 연간 영업이익률을 2%대로 유지하던 하도급 업체는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로 인한 경영악화 우려로 결국 2017년 8월 납품을 중단했고 경영상황은 현저히 악화됐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접수하고 지난해 7월 아너스 임직원들과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유인을 크게 저해해 혁신성장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기술유용 근절대책을 발표한 이후 기소된 첫 사례였다.

 

아너스는 공정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너스는 해당 기술자료에 A사 고유의 기술이 담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술유용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아너스 전부패소 판결했다. 기술유용 사건을 역대 처음 판단한 해당 판결은 아너스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기술유용 혐의에 대한 처벌이 단순 벌금형에 그쳐서는 안 된 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큰 범죄라는 지적이다.

 

하도급법은 기술유용 혐의에 대해 ‘하도급대금의 2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검찰은 아너스 임직원들에게 각 벌금 2000만원, 법인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의 판결은 이보다 가벼웠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하도급법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법원은 민사재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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