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중공업 갑질에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5 12:35:34
  • -
  • +
  • 인쇄
단가 후려치기…“삼영기업에 8억여원 지급해야”
‘하자’ 검증 책임 미루며 선박엔진 부품 대금 미지급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현대중공업의 ‘갑질’에 법원이 이례적 판결을 내렸다. 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린 것이다. 하도급 갑질을 당한 중소기업의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유사한 ‘갑질’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용두)는 중소 제조업체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삼영기계에 총 8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28일 판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상반기 삼영기계 등의 하도급 업체의 납품 대금을 일방적으로 10% 인하했다. 이미 납품받은 선박 엔진 부품 100여개에 대해서는 ‘하자 발생’ 이유를 들면서 대금 지급을 미뤘다. 삼영기계는 선박 엔진 부품을 생산해 납품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8월 해당 행위들이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제재했다.

 

법원도 현대중공업이 대금을 부당하게 후려친 것으로 보고 삼영기계가 청구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법원은 “대금 인하는 원가 절감을 통한 경영상황 개선이 목적이었고, 인하를 정당화할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배상액을 피해액(3억500만원)의 1.64배인 5억원으로 결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대금 부당 인하 등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을 저질렀을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케 하는 제도다.

 

현대중공업이 미지급한 선박 엔진 부품 대금에 대해서는 100개 분량에 해당하는 2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은 판결했다.

 

하자 발생 책임이 삼영기계에 있다는 현대중공업 주장에 대해 “하자 원인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을 안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납품기일 부당연기’에 따른 지연이자 7500만원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례적 판결의 배경에는 ‘경영상 어려움’을 명분으로 이뤄지는 갑질에 대해 강력하게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하도급업체들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뤄진 하도급법 관련 손해배상 판결 총 69건 중 7건에서만 피해가 인정됐다.

 

대기업들은 재판을 지연시키며 피해를 보고 있는 하도급업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여러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한 번에 배상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현정 기자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