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하림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정창규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7 17: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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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과 공정위, 하림 총수 일가 전방위 제재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신개념 육수라면 'The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정창규 기자]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구 한국썸벧판매)'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품은 하림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로, 사실상 하림의 지주회사다.

 

참고로 하림그룹 계열사는 닭 가공업체인 하림과 사료전문업체 제일사료, 양돈 전문업체 팜스코, 홈쇼핑 업체 엔에스쇼핑(NS홈쇼핑) 등 총 31개다.

이번 세무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진행 했으며, 지난 10일 올품 본사 등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인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비리나 횡령, 탈세와 같은 특별 세무조사를 주로 다룬다. 특별 세무조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거래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신고 내용에 세금 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있는 경우 실시된다.

앞서 지난 2015년 해상운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하림그룹이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놓고 하림그룹이 오너 2세 소유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 승계 사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하림은 2016년 공정위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림의 수난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실제 지난 2017년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첫 대기업집단 직권조사 대상으로 하림을 지목했다. 당시에도 하림은 팜스코 등 하림그룹 계열사 8곳이 김 회장의 장남 회사인 올품에 부당 지원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 국세청, 하림 복잡한 지배구조…장남 회사 ‘올품’ 세무 조사 ‘정조준’

올품은 지난 1999년 2월에 동물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2010년 10월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신설법인인 한국썸벧을 설립 후 상호명을 한국썸벧판매로 바꿨다. 이후 김 회장은 2012년 1월 장남인 김씨에게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증여했다.  

 

▲ 기업집단 '하림' 소유지분도(2021.5월 기준). (사진=공정위)

 

한국썸벧판매는 2013년 1월 양계 및 축산물 가공판매를 영위하는 올품을 흡수합병, 3월 사명을 올품으로 변경했다. 현재 준영씨는 올품의 주주로만 등재되어 있으며 경영 참여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올품의 매출액은 김 회장이 장남 준영 씨에게 지분을 양도한 직후인 2013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품은 9월기준 하림지주의 지분 4.36%(402만6743주)를 보유하고 있다.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는 하림지주의 지분 20.25%(1869만6300주)를 갖고 있다. 장남 준영 씨의 지분은 실질적으로 24.61%(2272만3043주)에 달한다.

준영 씨는 1992년생으로 하림지주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2015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500억원을 들여 팬오션을 인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준영 씨의 이직에 대해 국세청과 공정위가 하림 총수 일가에 대해 전방위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을고 있다.

◆ 공정위, 총 48억8800만원 ‘과징금 철퇴’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 8개사(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와 올품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경영권 승계 방안을 검토하던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12년 1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아들 준영 씨에게 증여했다. 이후 하림 계열사는 부당한 방법으로 올품을 지원했다.

공정위는 하림이 계열사를 통해 ▲올품으로부터 동물 약품을 고가에 매입하고 ▲올품을 사료 첨가제 거래 구조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줬으며 ▲올품에 NS쇼핑(NS홈쇼핑) 주식을 싸게 넘겨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준영 씨는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당시 한국썸벧)→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를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올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 하림 일감몰아주기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도마’ 잡음 여전

하림은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돼지·닭·소 등 가축 사료가격을 담합해 덜미가 잡혔다. 당시 적발된 업체 중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 팜스코 등 3개사가 하림그룹 계열사였다. 이들 3개사가 부과 받은 과징금 총액은 159억원이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하림과 올품, 동우팜투테이블, 체리부로, 마니커, 사조원, 참프레 등 7개 닭고기 제조·판매 업체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51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이들 중 하림과 올품은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힌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삼계탕용 닭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 2019년에는 공정위에 원종계 수입량 담합 사실까지 적발됐다. 원종계는 종계를 생산하는 순수계통의 닭을 말하며, 원종계가 낳은 종계를 교배해 생산한 육계가 도소매업체에서 닭고기로 판매된다. 2013년 2월 3000원이던 종계 가격은 5월에는 4000원이 됐고 2014년 1월에는 4500원까지 상승했다. 2015년 7월에는 5500원까지 올랐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종계 판매사업자들의 담합 행위는 이후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종계 공급량 감소와 맞물려 급격한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주장도 여러번 제기됐다. 그때마다 피해 직원들은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대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사장과 공장장에게 연락하거나, 고충처리함에 투서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가해자의 행위를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노동자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지체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하림 노조 측은 "하림은 재계 30위권 대기업인데도 이직률이 높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림은 책임감을 느껴 경직되고 수직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하림은 올 하반기 프리미엄 라면 2종을 선보이며 종합 식품 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평가절하된 가공식품을 장인이 제대로 만든 요리로 격상시켜 가정에서도 미식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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