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조 반대(?)하는 준법감시 위원장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5 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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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에 ‘반노조 성향’ 인물…이메일 삭제 사태 ‘침묵’
노조활동 여전히 ‘방해’…전문가들 “삼성, 노조 통제·관리 계속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겉으로 보기에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고집이 꺾이고(?)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년 만에 상급단체에 가입한 노조가 생겼고, 삼성화재에도 68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출범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노조 설립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과연 순조로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노조 와해 공작’에 연루됐던 임직원들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회사 측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삼성 측이 뿌리 깊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이들을 포함해 삼성 계열사 임직원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하고,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이례적 사과문 발표 후 삼성의 노사문화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곧 삼성은 본색을 드러냈다. 여전히 사측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오전 사측은 한국노총 산하 제4 노조 측에서 직원들의 사내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모두 삭제했다.

 

당시 노조는 경쟁사와의 복지 혜택을 비교한 표를 제시하며 ‘노조에 힘이 생기도록 가입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사측은 해당 메일이 ‘사규 위반’이라는 명목을 들며 삭제 조처했다

 

당시 사측은 “사규에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통신망을 업무 외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있어 조치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달 6일에도 노조 측이 보낸 가입 독려 이메일을 모두 삭제했다.

 

불과 몇 달 만에 불거진 이메일 삭제 사태는 오히려 “삼성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말로만 ‘준법 감시위원회’…진정성 ‘의심’

삼성이 그룹의 윤리 경영을 위해 출범한 ‘준법 감시위원회’ 관련 의혹도 마찬가지다. 준법 감시위는 법원이 주문해 지난달 꾸려진 기구로, 삼성 계열사의 준법 경영 여부를 감시한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의 메일 삭제와 관련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꾸려진 기구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출범 전 부터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하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무엇보다 초대 위원장에 ‘반노조 성향’ 인물이 임명됐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았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단체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초대 준법 감시위원장에 임명된 김지형 변호사를 ‘노조 파괴를 옹호한 인물’로 규정하고 그를 준법 감시위원장에 내정한 것을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김 변호사는 판사 시절 삼성의 3대 세습을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변호사 개업 후에도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변호를 맡아 어용노조 설립과 직장폐쇄·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삼성화재 노조 측도 설립 준비 과정에서 사측의 방해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내 우수지점장을 의미하는 ‘프로지점장’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자신들의 입장을 사측에 전하려 했으나 사측이 이를 번번이 막았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프로지점장 협의체’를 만들었지만, 회사는 우리가 모이지 못하게 했다. 한명 한명 만나서 모임 장소에 가지 못하게 하고 불이익을 준다든지. 그래서 (협의체 구성원이)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제 막 설립 단계인 삼성 계열의 노조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망했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노조 통제 의혹이 일었던 다른 기업의 사례가 많았는데 그 기업들의 노조 관리 방식이 삼성과 비슷하고 부당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삼성의 경우 관리자들을 통해 노조를 감시하고 불이익을 주는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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