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플랫폼종사자법’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1-10-07 10: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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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책임 면제해주는 해로운 법”
“폐기하고 기존 노동관계법 적용해야”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플랫폼노동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플랫폼 4법’에 대한 입법이 한창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 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4법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배달·운전 등 일감이나 고객을 받는 라이더·택배기사·물류창고 일용직 등을 ‘플랫폼 종사자’로 규정하고, 서면 계약을 의무화하며 계약 해지 요건을 까다롭게 해 이들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3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근로기준법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별도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노동관계법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면 플랫폼종사자법에 우선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일 라이더유니온,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웹툰노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등 플랫폼노동 당사자와 참여연대, 민변 노동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등 시민단체는 플랫폼노동 당사자 및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입법 추진 중인 플랫폼종사자법을 반대하며 기존 노동법 틀 안에서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기업들의 독점적 횡포의 심각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정작 플랫폼 노동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돼 있다. 플랫폼종사자법이 실질적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종사자법 추진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3지대를 만들겠다는 위험천만한 길”이라며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노동자로부터 노동법을 빼앗고,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해롭고 위험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실효성 의문…“노동기본권 희석한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카카오가 대리운전노동자의 밥줄인 배차 방식을 일방적으로 조정하고 있고, 이를 바꾸겠다며 등장한 플랫폼종사자법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희석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동네 배달대행사는 라이더들을 직접 지휘·감독하고 있어 새로운 법안이 아니라 근기법을 통해 (라이더를) 보호해야 한다”며 “해외사례처럼 배달노동자들을 근기법상 근로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종사자법이 근로기준법과 달리 노동자가 불리한 지위에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범유경 변호사(민변)는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과 노동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공정하게 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배달노동자·웹툰작가가 플랫폼과 마주앉아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겠냐”며 “근기법은 노동자에게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 해고와 징계를 함부로 못하게 했지만 이 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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