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국회 통과…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확산될 듯

정창규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2 11: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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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적용 금융 공공기관 5곳 준비 작업 시작
수출입은행,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 노조추천 이사선임 선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도입 시동
KB국민·우리 등 민간 은행 요구 거세질 듯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정창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 통과로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준비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특히 민간 금융사들의 '노조추천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노조 측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국민연금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준정부기관 131곳은 올 하반기부터 비상임이사 중 1명을 반드시 소속 근로자로 선임해야 한다.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똑같이 행사할 수 있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자격은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 가운데 근로자 대표(노조)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금융공기관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 기관은 공운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개정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5곳의 비상임 사외이사 중 20명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먼저 신용보증기금은 비상임이사 7명 중 한승희·서종식 이사 2명의 임기가 이달 30일 끝난다. 예금보험공사에서는 비상임이사 7명 가운데 3명인 원봉희·이성철·선종문 이사 임기가 8월 2일 만료된다. 캠코는 비상임이사 8명 중 7명의 임기가 올해 종료된다. 안태환·임춘길 이사 임기가 4월에 끝나고 뒤이어 김정식·김령·박영미·이종실·박상현 이사 임기가 8월에 만료된다. 하지만 사측이 법안 시행 전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노조 측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고질적인 병폐였던 금융공기관들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초석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보와 캠코의 경우 최근까지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신보 노조는 최근 금융위 출신 인사가 신임 상임이사로 내려온 것에 대해 반발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고, 캠코 역시 금융본부장 상임이사직에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 부이사관 A씨를 내정하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 다른 금융 공기업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이번 노동이사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노조추천이사제 같은 제도 도입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도로 소속 근로자가 비상임이사가 되는 노동이사제와 차이가 있지만 노조 측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간다는 점은 같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도로, 통상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산업은행이나 IBK기업은행도 노동이사제 통과를 계기로 노조추천이사제 등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19년 금융노조가 주최한 기업은행 노동자 추천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3월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맞춰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2019년 1월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산업은행도 4월 사외이사 임기 종료를 앞두고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민간 금융사에서의 노조추천이사 임명 요구 확산도 예상된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2017년부터 주주권 행사를 토대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했지만 그동안 성사되지 않았다. 또 최근 민영화라는 숙원을 달성한 우리금융지주도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사측에선 이번 법안 통과의 여파를 주시하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면서 "이 같은 흐름은 강성 노조 성향이 짙은 시중은행으로 이어져 결국 노동이사제가 민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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