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교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3 13: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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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자체가 현저히 부당하다” 판단
고령자고용법 위반…임금피크제 적용 받은 직원 퇴사율 높아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근로자의 연령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러한 판결은 향후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해 보인다.

 

임금피크제는 최근 노사 관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번 법원의 판결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교육 전문 기업 대교의 전·현직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교는 직급을 6등급으로 나눠 일정 기간이나 횟수가 경과할 때까지 승급하지 못할 경우 승급 기회를 제한하는 직급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운영해 왔다. 대교는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에 정년뿐만 아니라 직급정년제에 따른 ‘직급 정년’도 포함시켰다.

 

근로자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해 직원들 동의를 받을 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아닌 직원들까지 동의 대상에 포함시켰고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이나 간섭을 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내용상으로 위법하다는 주장도 있다. 직급정년제를 적용받아 승급이 제한된 상태의 지위는 일종의 ‘후천적 신분’인데 이를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근로자들은 또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건 고령자고용법 위반이고 임금 삭감률이 지나치게 과도해 민법 103조도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다.

 

앞서 2009년과 2010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교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40대부터 적용하고 최대 임금의 절반을 삭감하고 직무등급별로 승급도 제한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취업규칙은 소송 끝에 2017년 무효가 됐다.

 

1심 법원은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내용의 설명, 방법, 의견취합을 위해 부여한 시간, 의견취합의 단위와 방법, 근로조건의 불이익 정도와 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부여됐다고 단정할 수없다”고 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2017년 취업규칙이 무효가 되기 전 입사한 전·현직 직원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나오면서 알려졌다. 2심도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은 더 나아가 임금피크제가 내용상으로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자체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 비교하면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자고용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경영상 진단에 따른 것으로, 고정적인 임금 지급이 매출액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립해 노사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생이 아니라) 사실상 직원을 퇴출하려는 의도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이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은 직원의 퇴사율이 실제로 높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정적 임금이 문제였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임금 체계를 손봤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직원에게만 책임을 지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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