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갑질’ 소비자들이 화났다…나쁜 기업은 불매로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0 13: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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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리스크에 유통업계 몸살…남양유업 불매운동 ‘활활’
GS25, 남혐 논란 도마에…불매로 이어질까 ‘전전긍긍’
MP그룹, 회장 갑질에 ‘휘청’…나쁜 기업 낙인 주가추락으로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약자에 대한 ‘갑질’에서 젠더 갈등, 거짓 광고까지 각종 리스크가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암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돌발 리스크는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키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각종 사회 이슈에 민감한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나서면서 이들은 더 이상 ‘갑질’기업에 지갑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갑질’, ‘거짓 해명’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기업들은 과거 남양유업이나 미스터피자 사례처럼 불매운동 잔혹사가 이어지지 않을까 진땀을 흘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다소 황당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이를 고발했고 식품표시광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갑질’의 역사 남양유업 결국 ‘적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4일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경영권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그라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인터넷에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주는 ‘남양유없’이라는 앱까지 등장했다.

 

‘나쁜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기업들은 업계에서 도태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실적 저하와 주가 하락 등으로 경쟁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건이 터진 2013년 매출이 1조2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나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5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남양유업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4년 이후 20여년만의 처음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밀어내기식 영업을 벌이다 불매운동 역풍을 맞고 좌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9489억원으로 8년 새 30% 줄었다. 이 기간 주가는 65%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4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더욱이 2019년엔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남양유업에도 타격을 입혔다. 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쟁사의 제품을 비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나쁜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여론이 나빠져도 회사 차원의 대응은 늘 굼뜨고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양유업은 리스크 관리의 실패 사례로 대표적인 예다.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오랫동안 돈을 쏟아 붓고 정성을 들여 구축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갑질’, ‘거짓’이 뇌리에 박히면 등을 돌린다. ‘땅콩회항’ ‘라면 상무’등의 사건은 수년이 지나도 대중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MZ소비자 ‘갑질’ 기업 불매로 응수…시장서 외면 받아

젠더 갈등도 소비자의 분노를 일으키는 요소가 됐다. 최근 GS25가 제작한 포스터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맹점주의 아르바이트 채용 조건에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를 내걸어 뭇매를 맞더니 이번에는 ‘남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일 GS25 SNS 계정에 ‘캠핑가자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 이벤트 포스터가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손 모양의 일러스트가 남성 혐오(남혐)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슈가 되자 GS25는 즉각 손 모양을 없앤 포스터로 수정해 게재했지만 논란은 또 커졌다. 이번에는 수정된 포스터 하단의 달과 별 3개 모양이 대상이 됐다. 해당 이미지는 서울대학교 여성주의 학회인 관악 여성주의학회 마크를 뜻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GS25 이벤트 내용과 항의 글이 늘어나자 회사 측은 또다시 달과 별도 없앴다. 회사의 대표는 가맹점주들에게 사과문을 통해 결과적으로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고개를 숙였지만 파문이 쉽사리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

 

CEO 때문에 쇠락한 기업도 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했던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리면서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정우현 전 회장은 경비원에 대한 폭행과 치즈통행세 등 대리점 갑질로 업계 1위에서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노재팬 불매운동에 지난해 롯데아사히주류 매출은 173억 원으로 전년(623억 원)대비 72% 감소했다. 불매운동 전인 2018년(1248억 원)과 비교해 86%나 줄었다. 2018년 110억 원이던 흑자는 2019년 영업적자 이후 지난해도 손실을 이어갔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이 41%나 감소한 5746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1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평판이 중요한 무형자산의 하나라고 본다. 평소에는 숫자나 등급으로 측정하기 힘든 추상적 개념이지만, 관리에 실패하면 매출 감소, 주가 하락처럼 눈에 보이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보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보게 됐다.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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