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과학벨트 입지 백지화에 충청권 ‘폭발’

김병은 / 기사승인 : 2011-02-12 16: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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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벨트 유치 놓고 여야 일촉즉발 극한대립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선거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사실상 백지화함에 따라 자유선진당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의 반발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포항에 1천억원을 들여 3세대 가속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청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자유선진당 등 충청권이 과학벨트 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원들이 각자의 출신지역에 따라 과학벨트 입지에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학벨트 구축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 10월 충청권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충남 연기와 공주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충북 오창과 오송단지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미래의 ‘국가 먹거리’ 창출을 위해 7년동안 3조5천억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는 세계 정상 수준의 과학이 연구되고 연구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지식자본과 원천기술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클러스터 모델이다.


이곳에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첨단산업단지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인재들이 모여 활동하는 국제적인 혁신거점인 과학벨트 유치는 첨단산업 발전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정부는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과 미래 융합기술의 허브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한 인재유입국으로의 전환 ▲과학기술.산업 간 융합과 국제협력의 메카로서 개방형 혁신의 진원지 ▲교육·연구문화의 혁신 등을 과학벨트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기초과학과 응용개발, 대학, 첨단산업, 문화, 예술, 교육 등 글로벌 정주 여건이 어우러진 세계 굴지의 ‘창조과학도시’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7월 충북도 도정보고 및 ‘2008 충북발전 전략 토론회’에서도 “과학벨트는 충청권 위주로 해야 하며 관계 장관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정부가 ‘9부 2처 2청’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조성하는 내용의 행정중심 복합도시 조성사업 수정을 추진하다 무산되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전 박형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하면 과학벨트가 세종시에 들어가는 무산되는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지난해 12월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됐으나 연구, 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 또는 그 가능성, 우수한 정주환경의 조성 정도 또는 그 가능성, 국내외 접근 용이성, 부지확보 용이성, 지반의 안정성 및 재해로부터의 안정성 등이 입지선정 요건으로 규정됐을 뿐 입지가 충청권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학벨트 입지선정에 속도를 내겠다”며 입지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고 같은 달 6일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한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도 과학벨트 입지와 관련해 “전국을 대상으로 입지 선정기준 평가항목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과학벨트 입지 문제는 ‘안갯속 형국’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에 대해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선거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라고 말하면서 파국은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대구, 경북과 광주, 전남, 전북, 경남, 경기도 등이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며 유치에 열을 올리자 그동안 과학벨트의 입주를 낙관했던 충청권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과학벨트가 새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 지난 7일 오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과학벨트 세종시 유치 촉구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충청권 “제2 세종시” 반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에 충청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일제히 강력 대응에 나서면서 제2의 ‘세종시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양승조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은 지난 7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을 ‘표 얻으려고 한 이야기’라고 거짓말했다”며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끝내 폐기할 경우 이 대통령 불복종 운동과 정권퇴진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민·관 공조방안 마련 간담회’에서 염홍철 대전시장도 “세종시도 수정안이 논의돼 황당했는데 과학벨트도 같은 수순으로 가고 있다”면서 “2005년 12월 이미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제 와서 이 같은 논란이 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벨트 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도 규탄대회를 열고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해 국론을 분열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인지 의심스럽다”며 “과학벨트가 세종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공약사항인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은 이 대통령 공약대로 과학벨트가 충북의 오송.오창을 포함한 충청권에 조성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과학벨트는 오송·오창 BT·IT산업단지, 세종시, 대덕연구단지를 연계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려는 것이 지난번 대선의 충청권 공약”이라며 “과학벨트를 최적의 입지인 충청권에 조성하지 않는다면 충청권 홀대라는 지역정서를 또다시 자극할 것”이라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영남권 “입지환경 최적지”


대구, 경북, 울산 3개 시·도는 지난달 25일 ‘과학벨트 영남권 3개 시·도 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유치추진위는 과학벨트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곳, 공정한 절차에 의한 입지 선정,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입지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시·도는 “대구, 경북, 울산은 국가 주력산업벨트인데도 (경북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전무해 국가과학기술 정책에서 소외됐다”면서 “3개 시·도는 기초과학 연구기반, 산업기반, 접근성, 교육, 문화 등을 갖춘 최적의 입지”라고 밝혔다.


특히 “세계 유일의 3대 가속기가 집적된 영남 동해안권은 기초과학을 산업화하는데 적지”라면서 “포스텍, 울산과기대, 대경과기원 등의 인력과 연구개발 인프라는 세계적인 인재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시도 지난달 31일 ‘과학벨트 경남도·창원시 유치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경남권 유치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유치위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조직으로 도내 각급 기관단체장과 국회의원, 대학총장, 언론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유치고문단과 기관단체별 실무자들이 주축이 된 유치실무단도 구성됐다.


창원시는 과학벨트 후보지로 진해구 웅동지구 330만여㎡를 내세우고 있다. 웅동지구는 반경 20㎞ 이내에 6개의 산업단지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부산신항 등이 위치해 입지조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월하다는 설명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율통합시이며 동남경제권 및 남해안시대의 과학도시를 지향하는 창원시에는 방대한 산업인프라, 전기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490여개의 대ㆍ중소기업연구소가 집적돼 있어 과학벨트 입지조건이 비교우위에 있다"며 유치전에 뛰어든 배경을 밝혔다.

▲ 지난 7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민.관 공조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조성을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 “국가 균형발전위해


전북도는 과학벨트가 광활한 부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국유지인 새만금지구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국유지인 새만금의 부지 330만㎡를 확보할 수 있고, 새만금 과학연구, 신재생에너지단지, 경제구역과 첨단산업의 연계, 서해안 신산업 벨트 연계를 통한 동북아 거점화 용이 등을 유치의 당위성으로 꼽고 있다.


도는 도지사와 도의장을 비롯해 과학기술계 전문가 27명 등 총 30명이 참여하는 유치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하고, 전북발전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 전문기관 소속 연구원 20명으로 실무기획단을 만들어 세부적인 논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2∼3월에 전문가들을 초청해 3회 이상의 포럼과 세미나를 여는 등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부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새만금지역의 광활한 330만㎡를 제공하면 유치에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도 8일 국회에서 ‘과학 벨트 광주유치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강운태 광주시장과 광주, 전남 국회의원 등이 과학벨트 광주유치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 시장은 “과학벨트 유치 문제는 결코 정치적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떳떳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광주과기원이 있고 좋은 산업단지가 많은 호남에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으로 영남은 두 덩어리, 호남은 한 덩어리로 나뉘어 근본적으로 불균형적인 구조로 출발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호남에 유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남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광주.전남 전체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아 과학벨트 호남 유치를 지원하는 내용의 '과학벨트 지원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과천청사 이전부지 활용”


경기도의 경우 경제투자실장을 중심으로 관련 부서 20여명의 태스크포스(TF)팀과 대학교수, 연구원 등 15명 안팎의 비공식 유치위원회가 과학벨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입지는 과천시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 이전부지와 인근 관악산 국유지 등 130만여㎡로 하고, 관악산에는 터널을 뚫어 중이온가속기를 배치하는 한편 기초과학연구원 등 시설은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도는 조만간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해 내달말 용역결과를 정부에 제안한다는 방침이다.도는 다수의 대기업이 있어 연구인력과 산업기반이 우수하고, 교통.주거환경의 우수성, 부지확보의 용이성, 중이온가속기를 배치하는 관악산 지반의 안정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과학기술계와 경제계 등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과천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최적지로 평가됐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기업과 연계해 구축되고 해외연구인력도 도입하는 만큼 과천이 적지임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인천시도 유치전 가세


강원도는 과학벨트 안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 25개 외에 국내외 지역에 설치하는 25개의 연구단(Site-Lab) 중 5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벨트 연구단에는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연간 100억원씩의 국비가 10년간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원도는 연구단을 유치할 경우 도내 제약 및 생명과학산업의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도 아직까지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인천공항과 가까운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과학벨트를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출연기관인 송도테크노파크를 통해 영종지구내 미개발지 1천640만㎡에 산업·연구시설, 주거시설, 상업·업무시설 등을 갖춘 과학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한편, 오는 4월 5일 발효될 과학벨트 특별법은 국무총리 산하에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입지를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여러 발언을 놓고 “어디까지나 원칙에 불과하다. 충청권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잣대가 아닌 떳떳하고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쳐 과학벨트 입지가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진화중이지만 과학벨트 입지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그 파장은 총선을 넘어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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