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하나에 목숨을 의존한 채 필사의 탈출 감행…철창 뛰어넘고 두꺼운 철문 지나 자유의 품에 안겼다"

박지영 / 기사승인 : 2012-03-11 22: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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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이선애가 말하는 중국 탈북자 북송 실태②

▲이선애(가명)


[일요주간=박지영 기자]지난달 28일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자 33명이 북송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후 지난 8일 밤 10명이 추가로 북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 공식 대응보다는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통해 인권적 차원에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체제를 조기 안정시키기 위해 탈북자 문제에 더욱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지난 9일 북한 내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북·중 국경지대인 무산군·회령시와 양강도 혜산시에 위치한 지역보위부에 수용중인 북송 탈북자는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요주간>은 지난달 29일 중국에 탈북자 친인척이 있다는 이선애(가명)씨를 만나 북송된 경위와 현재 북한의 현실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341호에 이어 계속 이어짐>


―탈북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오기까지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족들과 중국 영사관을 통해 넘어오면서 온가족이 다 잡혔었다. 나만 제외하고. 다 같이 들어오려고 했는데... 영사관 앞에서 중국 공안에 다 잡힌 것이다. 그래도 다 살아서 돌아왔다.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죽을 고비를 넘겨서라도 산다. 운명인 것 같다. 눈앞에 끌려가는 가족들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라도 넘어가 후원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가슴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라도 넘어온 것이 잘한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가족모두 모여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브로커가 승합차에 사람들을 태워 영사관 주변에 차를 세우더니 알아서 들어가라 했다. 그렇게 무모하게 들어가다 전부 잡힌 것이다. 돈은 돈대로 받아가더니 정작 일처리는 부실하게 했다. 그래도 한국 넘어오면 귀신같이 찾아서 남은 돈을 다 받아간다더라.


그때 같이 잡혀갔으면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른다. 남자는 용서를 안 해주니까. 그땐 아이들도 어리고, 여자들이라 빨리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요즘도 앓는다. 감옥에서 갖은 고초를 당해서...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나.
▲ 영사관 앞에 철창으로 울타리가 있고 철창을 지나면 철문이 있다. 이 철문을 지나 유리문을 통과하면 한국 땅이다. 철창울타리는 중국 땅인 것이다. 탈북자들이 많아지니까 철창으로 성인 한명 통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꼬불꼬불 만들어 놓은 이 철창 울타리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영사관 앞에서 많이 잡힌다.


안쪽 철문 앞에 보안요원이 있는데 영사관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을 한명한명 신분확인을 하고 들여보낸다. 그러니 탈북한 사람들이 쉽게 들어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 검사하는 사이 공안들이 들이 닥칠 것이다. 숨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면 뛰어 들어가야 한다.


내가 들어갈 때 여자 다섯 명이 함께 있었다. 나까지 여섯 명. 내가 선두에 서서 여자들을 함께 데리고 갔다. 퇴근 시간이 다되어 가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전에 브로커가 나에게 망치를 하나 주었다. 때리지는 말고 겁만 주라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보안요원이 지키고 서서 문을 안 열어 주더라. 그때 망치를 하늘로 쳐드니 보안요원들이 놀래서 뒤로 물러났다. 얼른 손을 철창 사이에 넣어 빗장을 풀고 뛰어 들어갔다. 계단이 3개 있었는데 올라서자마자 문이 닫히더라.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 철창밖에 중국 사람들이 보고 있었는데 얼마나 낯간지럽던지... 뒤를 돌아보니 여자 3명은 달아나고 2명은 따라 들어왔더라. 들어가려고 보니 또 철문이 있었다. 있는 힘껏 들어올렸다. 그땐 무슨 힘이 났는지 문이 들리더라. 함께 온 여자 2명과 힘들 다해 들어올렸다. 한사람 들어갈 정도의 틈이 벌어졌다. 여자들을 먼저 들여보냈다.


밖에서 구경하던 중국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통과할 때마다 박수를 치더라.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무슨 정신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들어가니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문을 망가트리고 들어왔다며 욕을 하더라.


―영사관에서 바로 한국으로 올수 있었나.
▲영사관에 들어가니 수속이 끝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함께 온 사람들과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으니 담당 직원이 와서 ‘수고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하더라. 그땐 하늘에서 하느님이 내는 소리 같았다. 그 직원이 내 손에 들린 망치를 받아 감추고는 우리가 수속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그 것 밖에 없나.
▲문 앞에 철창으로 울타리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렇게 들어갔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 기가 막히게 들어간다. 밤새 기다렸다 보안요원들이 모두 퇴근을 하고 CCTV만 작동을 할 때 CCTV를 피해 들어가기도 한다. 영사관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 밑에서 이틀을 보내고 들어온 사람도 있다. 밥도 못 먹고 기다리기만 하다... 또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무리지어 움직일 때 몰래 따라 들어가기도 하고... 밀항을 하다 잡히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어떻게 한국문화를 접하게 되었나.
▲중국을 오가며 한국을 알게 되었다. 90년대 초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에 한국 제품들도 많이 들어오고, 한국제품이라고 하면 중국 사람들도 최고로 생각하고 선호가 대단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중국에서 제일 많이 접한 것이 추리소설이었다. 김성종의 『일곱 개의 장미송이』라던가 『제5열』, 『슬픈살인』 등 그런 책들도 많이 읽고 한국영화도 보았다.


―북한에서는 한국문화를 접한다거나, 한국에 대한 발언들을 조심해야한다는데.
▲평소에는 입 꾹 다물고 있다가도 술 한잔 하면 친구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한 마디씩 하게 되더라. 북한에서는 이런 이야기(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정치적 발언 한마디만 해도 언제 조사를 나올지도 모른다.


한 번, 두 번 이야기하던 것들을 보위부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위부에 있는 친구에게서 내가 조사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조심하는 것이 좋게다’고 이야기했다. 그 쯤 되면 피하라는 소리나 같다.


―보위부의 조사대상이 되면 어떻게 되는가.
▲북한에서 보위부조사라는 것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위부의 조사대상이 되면 그 사람들(보위부) 마음대로다. 잡힌 사람이 죄인이든 아니든 이놈은 이번기회에 잡아 넣어야겠다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위부 사람들은 죄인을 많이 잡아야 자기 공적이 쌓이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이 된 사람의 주변 인물조사를 해 친척 중에 고위간부가 있던지 아니면 본인자체가 중앙당국의 사람과 관계가 있던지 그럼 풀려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 할 때 구해줄 수 있는 큰손이 없는 사람이라면 마음대로다. 보위부에서 사람을 잡아 어디 보낸다하면 그것 자체가 극비죠. 이슈를 시켜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사실을 퍼트린 사람도 잡아간다.


조사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피해야하지 멍청히 앉아있다가는 죽는다. 조사대상의 사돈의 팔촌까지 멸족시키라는 당국의 지시가 떨어지면 알지도 못하는 사람 때문에 죽기도 한다. 북한에는 이렇게 이슬처럼 살다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당의 말이라면 순종하고, 말없이 살고, 바라지 않고, 입 다물고,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고지식하게 그렇게 당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야한다.


―북한의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류가 보통이 아니다. 문화와 접할 수 없는 농촌 사람들 제외하고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못 먹고 못 사는 나라(한국)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선진국가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북한에도 학벌에 대한 차별이 있나.
▲대학을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질대학을 나왔다. 금속대학의 광물학과다. 북한에서는 돌 대학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대학을 가는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나의 경우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10여 년간 하고 대학을 갔다.


군복무 잘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대학을 갈 수 있게 해주는데 원서를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안 가겠다 하면 안가는 거지만... 너는 여기 너는 여기 이렇게 정해진 대학을 간다. 그렇게 가서도 대학의 심사를 받는다. 북한의 대학은 간부양성기지나 다름없다. 졸업증이 없으면 작업반장도 못하는 곳이 북한이다. 그래서 대학을 선호한다.


―손가락이 불편해 보이는데 다친 것인가.
▲중국에 있을 때 일을 하다 절단 되었다. 나무를 자르고, 톱밥처럼 잘게 쪼개는 기계가 있었는데 일을 하다 잘렸다. 그때는 한국에 오기 위해 숨어 지내던 때라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보상을 받으려고 했는데 신분증을 요구하더라. 숨어 지내는데 신분증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에 와서 장애등급을 판정받았다. 혜택도 많더라. 손은 어디 가서 잘라먹고 어디 와서 보상을 받는 건지... 역시 내 나라가 좋더라.


―북한의 가족들은 잘 지내는가.
▲잘 지내고 있다. 조카 한 명은 석 달에 한 번씩 중국으로 나오는데 나올 때 마다 전화를 한다. 한 번은 전화가 와서 돈을 보내달라더라. 연변에서는 2분 이상 통화하기가 힘들다. 2분이 지나면 보위부 전파탐지국에 전파가 잡힌다. 1분30초~50초정도 통화를 하고 빨리 끊어야 한다. 통화를 더하려면 전화를 끊고 배터리를 분리하고 2Km떨어진 곳에서 다시 통화하면 된다.


조카랑 통화를 하고 끊으려고 하는데 그 찰나에 ‘대길이 죽습니까? 어떻게 됩니까?’ 묻더라. ‘추노’의 대길이. 10회까지 밖에 못 봤다고 궁금하다며 돈보다도 CD먼저 구해주면 안되겠냐 하더라. 그래서 ‘대길이 죽는다. 죽어야 재미있지 않겠냐’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도 한 참을 웃었다. 아마 함께본 친구들에게 대길이 죽는다고 소문을 냈을 것이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들을 많이 보나. 중국을 통해 반입되는 것인가.
▲그렇다. 중국에서 3사 방송국의 채널이 전부 나온다. 드라마는 방영한 다음 날이면 CD로 판매가 된다. 대여도 하고. 저작권 침해인 것 같긴 한데... 이런 CD들이 보름 안팎으로 북한으로 들어간다. 중국 드라마의 경우 말도 안통하고 자막이 없으면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고 감정도 통한다.


북한에서 만드는 드라마, 영화들은 전부 나라를 위하는 내용 뿐 이다. ‘호텔리어’, ‘올인’ 이런 드라마들을 북한에 있을 때 보았는데, 드라마를 볼 때는 체면도 없다.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몰래 볼 수밖에 없었다. 모여서 한국의 드라마를 보는 그룹들이 꾀 많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한국드라마 CD몇 개만 있어도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북한도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나.
▲별로 없다. 북한에는 워낙에 볼 것이 없어서 드라마 할 시간이 되면 온 마을이 조용하다. 근데 한 10분정도 보면 정전이 된다. 전기들어오기를 기다리다 불이 켜지고 TV를 켜면 엔딩 장면이 나온다.


하필이면 그 중요한 순간에 정전이 되는지... 한때는 중국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방영이 되었는데 꼭 그 시간만 되면 정전이다. 중국의 드라마는 북한말로 더빙을 해서 나오는데 감정전달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는 자막, 더빙 없어도 다 볼 수 있고 북한말처럼 딱딱하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나가는 것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북한에서는 명절이나 되면 고기 맛 좀 볼까 하는 정도다. 한 가구당 5식구 기준으로 한 달에 기름 500g한 통을 배급 받는다. 기름이 얼마나 귀한지 지지고 볶고 하는 기름 냄새만 풍겨도 환장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기름을 안 먹는다.


평양에서도 찬물 밖에 안 나온다. 가스도 없다. 석유를 쓴다. 위생상으로도 안 좋은데... 가스는 고위 간부나 높은 사람들, 일부 과학자들이 사는 아프트에서는 사용을 한다.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꾼다. 오히려 지방생활이 더 낫다.
여기서 내 생활이 하위에 있다고 하지만 북한에서 최고의 생활보다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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