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 있게 자리를 차고 일어난 진봉, 취한 몸이 마음 같지 않게 ‘비틀비틀’ 뒷걸음질이다. 지훈은 그런 진봉을 향해 종잡을 수없는 일자 눈을 ‘번들번들’ 느긋하게 일어나 쫓아간다.
“와? 그 몸으로 내 죽일라꼬! 그럼 이자 행님이, 행님이 아니네!”
지훈을 불러 앉혔다 옴짝달싹 못하고, 눈치 살피기 바빴던 5명의 노숙부랑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를 차고 일어나 ‘비틀비틀’ 사방으로 흩어지는 뒷걸음질을 친다. ‘비틀비틀’ 뒷걸음질을 치는 진봉, ‘비틀비틀’ 쫓아가는 지훈, ‘비틀비틀’ 흩어지는 5명의 노숙부랑인들, 그런데 한 노숙부랑인이 진봉이 깔고 누웠던 담요를 걷어들고 지훈의 뒤꽁무니에 ‘비틀비틀’ 따라붙더니 뒤통수를 향해 투망질하듯 던진다.
“뭐꼬?”
갑작스레 시야가 캄캄해진 지훈, 패쇠된 두려움에 뒤집어쓴 이불을 걷어내기 위해 허우적허우적....... 이불을 덮어씌웠던 노숙부랑인이 연결동작인양 두어 걸음 쫓아가 그런 지훈의 발목을 걷어찬다. 벼락 맞은 고목처럼 쓰러지는 지훈, 그 동안 뒷걸음질 치기 바빴던 노숙부랑인들이 탄착점을 향해 날아가는 포탄처럼 우르르 몰려간다. 이젠 두려움이 아닌 응징의 대상인 것이다.
“이 개 자슥, 함 죽어바라.”
“다들 뭐하노? 밟아라.”
“죽이삐라.”
착지[着地] 한 새가 날개를 접듯 팔꿈칠 구부렸다 펼치며 밟고 쓸어 차는 춤사위, 지훈은 복날 몽둥이찜질 당하는 부대자루 속 짐승처럼 지랄발광이다. 그러나 뒤집어쓴 이불은 걷어내지도 못하고 축 늘어져 누군가 부른 119구급차에 실려 부산역을 빠져나간다.
이를 지켜보며 스스로 반문 해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응징한 노숙부랑인들, 주고받는 눈빛들이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이대로 물러날 지훈이 아니란 공통된 생각 때문이었다. 다음날 주동자겪인 진봉이 알콜치료를 핑계로 의료보험1종을 들이대며 병원에 입원해버려 더욱더 그랬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자 그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는데, 오고가는 사람들의 홍수로 ‘출렁출렁’ 3층에서 보면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인 부산역광장, 깁스를 한 왼쪽다리에 목 발질이 온전치 않는 지훈이 취한 몸을 ‘비틀비틀’ ‘절룩절룩’ 넘어질 듯 말듯 교묘한 목 발질로 헤집는다.
“어딨노? 이 개 자슥들, 오늘 다 죽인다.”
그런 지훈을 발견한 노숙부랑인들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속담을 위안 삼으며 피하기 바쁠 뿐이다. 그런데 치미는 분을 곱씹는 사내, 오른쪽다리장애 때문에 서있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이는 추래한 차림의 장애노숙부랑인이다.
“이 놈의 자슥, 콱~ 죽여삘끼다.”
소주 몇 병을 사들고 식구들 틈에 끼어다가 지훈의 목발에 걷어차였던 것이다. 분노를 토하는 내내 20Cm과도를 쥔 하얀 목장갑 낀 손을 가늘게 떤다. 하지만 마주선 동료 등 뒤로 ‘절룩절룩’ ‘비틀비틀’ 다가오는 지훈을 보자 사색이 된 얼굴로 점퍼주머니에 칼 쥔 손을 감춘다. 모여 있던 노숙부랑인들 또한 흩어지는 꼴이 마치 고양이를 본 쥐 꼴이다. 그래서 썰물에 드러난 바위섬처럼 홀로선 장애노숙부랑인, 이젠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점퍼주머니 속에 과도뿐이다. 움켜쥐며 주문을 걸듯 중얼거린다.
“니 오늘 죽이삔다.”
이러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지훈이 넘어질듯 말듯 교묘한 목발 질로 다가가며 비아냥거림 섞인 우격다짐을 한다. 절뚝절뚝 좁혀지는 간격, 장애노숙부랑인은 ‘번들번들’ 비장한 각오를 다져 볼 뿐이다.
“주머니 속에 뭐꼬? 배고프다. 꺼내 바라.
“.......................”
“빙신 새캬, 빨리 안 꺼내나.”
“.....................”
그렇게 서로에 숨소리가 들릴 정도가 된 두 사내, 장애노숙부랑인이 먹잇감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비장한 각오를 꺼낸다.
“니 오늘 죽이삔다.”
주머니에서 불쑥 튀어나와 햇빛에 번들번들 유용을 자랑하는 과도, 지훈이 엉겁결에 놓친 목발을 잊은 채
깁스한 발을 질질 끄는 뒷걸음질을 ‘절뚝절뚝’......... 장애노숙부랑인은 비장한 각오가 서린 칼끝을 앞세우고 ‘절뚝절뚝’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뭐...뭐꼬? 와.. 이라노?”
“그래 이 더럽은 새꺄! 니 다 처 묵으라.”
“와...이라노? 말로,”
“웃기지마라! 니한텐 더 이상 안 당할끼다.”
“말로하자.”
“몰랐제?”
“뭐 말이고?”
“도가 지나치면 어째 되는걸. 내 오늘 세상에 확실히 보여줄 끼다.”
세상 따돌림에 거리로 튕겨져 장애인의 권한을 박탈당하고, 노숙인이란 탈을 쓴 채 꼬지(구걸)로 연명했던 지난날, 강자로 군림한 지훈은 죽지 못해 거리를 부비며 사는 사람들의 공포에 대상이었다. 그래서 생전처음 느껴보는 확신이며 죽을 때까지 되씹고 싶은 감정이다. 등골이 오싹하도록 짜릿한 자존감을 확인시켜준 과도를 “으아아~” 지훈의 왼쪽아랫배에 박아 놓고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말이 좋아 줄행랑이지 일반인들의 빠른 보폭이나 별다를 게 없는 속도다. 하지만 목격한 어느 누구 잡거나 제지하기보단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님을 다행이라 여기는 방관자의 눈빛을 반짝일 뿐이다. 지훈이 스스로 목격한 자신의 처지에 절규 하듯 비명을 지르며 과도가 박힌 아랫배를 감싸 안고 모로 눕는다.
“아~야아~ 내 좀 살려주소. 119, 1..19 좀 불러주소.”
하체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어느 누구의 손 타는 걸 경계하기 위한 보호본능이다.
1초.................1분................2분..... 구경꾼들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 할 쯤 40~50미터정도 떨어진 지구대문이 거칠게 열리며 쏟아져 나온 경찰관들이 지훈을 향해 전력질주를 한다. 마지막 나온 추래한 차림의 사내만이 반대방향으로 ‘터덜터덜’ 걸어갈 뿐이다. 살려달라는 애원을 외면할 수 없어 발품 판 노숙부랑인인데, 1등으로 도착한 경찰관이 특권인양 지훈의 생사여부를 살핀다.
“괜찮은교?”
“아제 눈은 포경인가베? 빨리 119 불러라.”
“진정하고 좀 기다려보소!”
“뭐~ 진정하라꼬? 내 돼진 다음에 부를끼가?”
가해자나 증인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고, 배에 칼이 꽂힌 채 모로 누워 불퉁한 목소리를 비비꼬는 피해자, 한쪽다리에 깁스까지 한 상태다. 이런 상황이면 경찰관이 할 일은 칼이 박힌 부위가 부위인 만큼 피해자를 안정시키면서 병원으로 후송할 119구급대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구경꾼들의 접근을 막아 안전거리를 확보해 어딘가 떨어져 있을 모발이라든가 침, 피 같은 증거물의 훼손을 막고 현장을 보존해야한다.
그렇게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한 무궁화 한송이 견장을 단 경찰관의 진두지휘[陣頭指揮]하에 경찰관들은 구경꾼들을 일정한 거리 밖으로 내몰며 사방을 경계하고, 지훈의 양옆을 차고앉은 두 경찰관들은 육안으로 확인한 피해상태를 조심스레 확인시켜준다.
“움직이지마이소. 잘못해가 다른 장기라도 상하게 되면 큰일납니다.”
“조금만 참으이소. 119가 금방도착 할 테니까.”
이런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움직임에 무궁화 한 송이 견장을 단 경찰관의 표정이 자신감을 넘어 부하들이 마지막까지 긴장하길 바라는 근엄함으로 가득하다.
이때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을 헤치며 경찰관들의 경계선을 넘는 2명의 119구급대원들, 맡은 역할을 짐작하게 하는 들것과 구급상자를 들고 있다.
“조..좀 비켜주이소. 헉헉... ”
부산역광장에 한 남자가 칼에 찔려 쓰러져 있다는 응급 콜을 받은 것이 수십 통, 부산역지구대응급콜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을 땐 부산역이 눈앞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꽉 막혀 어떻게 할 수 없어 구급차를 버려둔 채 구급상자와 들것만을 들고 뛰어온 것이다.
“내 좀 살려주소.”
두리번두리번 악다구니애원에 숨 돌릴 틈 없이 들것과 구급상자를 내려놓는 119구급대원들, 왼쪽다리에 깁스한 사내가 왼쪽아랫배에 칼을 꼽고 누워있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배에 막힌 칼을 빼내야 하는데, 섣불리 칼을 뽑았다가 내출혈로 인한 쇼크가 올지도 모른다. 때문에 신속하게 다른 신체부위이상여부를 파악한 후 병원으로 후송해야한다. 구급상자를 내려놓았던 구급대원이 지훈을 살펴보는가싶더니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셋 하면, 동시에 옮기는 겁니다. 자~ 하나, 둘,”
그런데 들것으로 옮기려는 손길을 마다한 채 상체를 일으키려는 지훈, 놀란 구급대원이 가슴을 누르며 제지하자 그런 손길을 쳐내며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힌 상태로 왼손으론 박흰 칼날을 붙잡고, 오른손으론 쭉 뻗어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일어선다.
“아...아프다. 근데 119는 어데있노?”
“진정 하이소.”
“진정, 아야야아~ 119어딨, 크~ㅎ ”
“진정...”
“뭘 꼬라보노. 앞장스라.”
지훈은 어이없다는 듯 말끝을 흐리며 쳐다보는 구급대원들을 앞세우고, 경찰관의 일사불란한 비호를 받으며 119구급차를 향해 어기적어기적 걸어간다.
경찰은 범인체포를 자신했지만, 지훈의 배에서 뽑아낸 칼자루 어디에서도 지문은 발견 되지 않았고, 시민의 안전을 외치며 설치했던 철도CCTV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사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티를 내는 사람이라면 갖은 방법을 동원,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말만 많고 시끄러울 뿐 경찰수사에 협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결국 지훈의 증언만으로 장애노숙부랑인을 체포했는데, 확인되는 알리바이에 인권침해니, 국가인권위원회니 울고불고 난리블루스를 추는 통에 취조[取調]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풀어 줘야만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잡아 들여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란 철학으로 어르고 뺨치는 취조를 했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짜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서로가 서로의 무고함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이렇듯 상황이 생각지 않는 방향으로 흘려가자 경찰이 확신했던 범인검거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되 버렸고, 피해자인 지훈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원에서 병원비를 문제 삼자 그야말로 방법이 없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결정한 야반도주[夜半逃走]로 서면으로 갔다. 땡전 한 푼 없는 상황에 병원비도 문제였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혼자선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면의 어느 누구도 지훈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특히 서면3대악인으로 길바닥 법과 서열에 길들여진 동만과 호삼은 눈에 뛸 때마다 주먹질에 발길질을 해댔고, 기분이라도 상한 날이면 몽둥이찜질에 소주병으로 내려치는 잔인무도[殘忍無道]한 응징을 했다. 결국 이러한 사실을 전해들은 준이 나서서 타이르는 중재를 하고나서야 서면에 나타나지 말란 엄포를 마지막으로 응징을 멈췄다. 그렇게 동만과 호삼이 자리를 뜨자 못 알아볼 정도로 피 떡이 된 얼굴을 한 지훈이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비벼 끄며 맹세하듯 중얼거렸다.
“지도 행님처럼 정의롭게 살고 싶어심더.”
“정의, 정의 같은 소리하고 있네.”
“.....................”
“새꺄. 정의까지는 안 바라니까. 좀, 착카게나 살아 바라.”
지훈은 그렇게 비아냥대는 준의 당부를 뒤로 한 채 사라졌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
아볼 수 없었고 몇 달이 지나자 기억조차 희미해져 가끔씩 노숙부랑인들의 비루한 현실을
한탄하는 술자리 분위기쇄신용으로 거론될 뿐이었다.
6. 개과천선[改過遷善]
2평도 안 되는 실직노숙인협동조합 사무실, 다홍색 탁자위에는 젓가락 품은 노란 양은냄비
며 김치통 등의 라면 끓여먹은 흔적들로 어수선하다. 준이 그사이에 악보들을 펼쳐놓고 앉
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1시15분, 3시면 부산역분수대 앞에서 매일 하다시피
하는 ‘어려운이웃돕기공연’ 연습중 인 것이다.
똑똑똑..노크소리와 동시에“짤깍”하고 문손잡이 돌아가는 소리, 노래를 멈춘 준이 대답을 대
신한 눈길을 보낸다.
“................”
“행님. 잘 계셨는교?”
“뭐야? 김지훈이! 살아있네.”
문이 열며 인사를 건넨 사내에게 놀란 눈을 키운 준, 지훈이 다짜고짜 손을 잡아끈다.
“행님도 참! 잠깐만 나와 보소.”
“왜 사람을 붙잡고 지랄이야.”
“아~ 참, 나와 보소.”
“왜 또 한판 붙자고 왔냐?”
“와 그라는교? 착실히 살고 있는 동생보고 섭섭하구로.”
“새끼, 터진 입이라고 말이라도 못하면.......”
준이 이끌려 나간 사무실 밖에는 하얀색영업용택시가 시동이 걸린 채 서 있다. 세차를 했는지 ‘번들번들’ 윤기가 자르르 깨끗하다.
“택시비가 없냐?”“하하....... 행님도 참! 지가 운전하는 찹니다.”
“뭐, 운전? 진짜?”
놀라움 반 흥분 반으로 뒤범벅이 된 미소를 곁들여 손을 내민 준, 지훈이 한손으로 바쳐 잡자 흡족하다는 듯 위 아래로 흔든다.
“지 이제 택시드라이버라고 불러주이소.”
“그래! 택시드라이버, 좋타.”
“이게 다 행님 덕분 아닌교. 애인 데리고 오면 맛있는 거나 사주이소.”
“애인? 좋지. 근데, 내덕이라니! 잘 됐다는 거냐?”
“행님도 참! 그래가 행님 좋아하는 짜장면 사 드릴 라꼬 이래 왔다 아닙니까.”
그때부터 지훈은 택시운전을 했다. 그래도 개 버릇 남 못준다고, 심사가 뒤틀리면 부산역에 와 비슷비슷한
치들과 어울려 술 한 잔에 풀기도 하고, 비위가 상하면 피터지게 싸워 경찰서에, 구치소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리나 그 뒷마무리는 항상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벌금 내는 것이었고, 죽인다, 병신을 만들어버리겠다며 친 악다구니맹세는 그야말로 홧김에 내뱉은 실없는 넋두리일 뿐이었다. “왜 그렇게 사느냐?”란 물음으로 세상이 단죄하는 사이 익숙해져버린 그들만의 소통방식인 것이다.
나중에 지훈의 입을 통해 들어난 사실은 싸움이 있기 전날저녁, 지훈은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리다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칼을 압수당하고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지훈이 이른 새벽 부산역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건 주운 칼을 신고하려 지구대에 갔는데, 체포하려해 난동 아닌 난동을 부리게 됐다는 이유를 들이대며 신원보증인으로 두 덩치들을 내세우고 풀려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준과 싸울 때 지훈은 칼을 차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명우가 거짓말을 한 것 또한 아니었다. 다만 약간의 농간[弄奸]과 후덥지근한 여름날아침의 과신[過信]이 교묘한 공식처럼 맞아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렇다. 삶이란? 명제 앞에 자신은 한없이 소중한 존재다. 정치인이건 종교인이건...노숙부랑인이건 세상 모든 만물의 근원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 위를 부비고사는 사람들 또한 말도 안 되는 농간과, 과신과, 착각으로 삶의 공식을 만든다.
문제는 세상이 지켜 봐주거나 인정해주기보단 불편한 사실이라 치부하며 외면하고, 감추기 위한 똑똑한 질문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사느냐?”
그러나 길 위의 사람들은 그 물음에 답할 여유가 없다. 한 끼 때울 밥 한술, 하룻밤 등 부빌 잠자리를 찾아 회색도시 매몰찬 인심에 매달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인은 충동과 절규, 자살과 전쟁으로 배불리는 세상을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 하고, 기업가들은 비정규직, 계약직노동자들을 건전한 노동력이라며 차별과 착취를 한다.
언론은 자본을 우선으로 하는 난리블루스장단에 춤을 추다 기진맥진[氣盡脈盡], 쓰러지기 일보직전이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종교주의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운운하며 미친 개고기를 뜯어 먹고 입 닦은 지 오래다. 학교에서는 사랑과 평화, 나눔과 박애를 말하면서 무한경쟁의 꿍꿍이를 세뇌시킨다. 이렇듯 목적지 잃은 자본우선주의에 사기당한 민주주의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길 위에선 법과제도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자행[自行], 용인[容認]되고 있다.
그렇다고 괄시하지 말라. 너도나도 결국은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 위를 배회하는 부평초[浮萍草] 같은 인생, 그 길 위에 뒹굴려 다니는 똥보다 못한 인생들이 멀지않은 당신의 미래일수 있다. 가슴에다 손을 얹고 돌아보라. 등장한 거인들의 그림자노릇이나 하다 바람 앞에 먼지 같은 부질없는 당신들, 진정 필요했던 것은 무엇인가? 돈, 명예, 권위, 권력,...... 진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전적 가치라 말하고 싶다. 그것은 감동일수도 있고, 후회일수도 원망과 분노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에서 후회와 원망과 절규, 분노를 뺀다면 소망, 믿음, 사랑, 평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공존의 필연 속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죽고 탄생하며 영원불멸[永遠不滅]의 역사를 꿈꾸고 이어 간다.
그러나 전설은 살아있는 자들의 농간, 인간은 그 시간 속에 시체, 아! 진심으로 공유[共有]하다 바람 앞에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 그것이 길 위에서 노래하고, 욕하고, 피터지게 싸우고 뒹굴며 쓰고 싶은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climax]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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