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신토불이 의학의 재발견”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3-05-30 23: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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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대체의학의 최정점 ‘韓方科學’
-송봉근 교수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 한방과학의 ‘비약적 발전’ 현 추세
1970년대 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한의과대학은 겨우 2개였다. 배출되는 한의사 수라고 해봤자 일 년에 겨우 백 여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11개 한의과대학에 1개의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매년 750명의 한의사를 배출하는 정도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한의사의 수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9,912명으로 의사 수 104,397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이고 26,098명으로 집계된 치과의사 수에 6,000명 정도가 모자라는 수치이다.

한방병의원의 숫자도 2010년 기준 12,000 개소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전체 병의원 56,552개소의 21%에 해당한다. 여기에 1개의 국립 한의학연구원이 있어서 한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2000년부터는 한방의료 수준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한방전문의제도 시행을 통하여 보다 전문적인 한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얼마 전 발표된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1.7%가 한방 의료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76.5%가 신뢰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국제적으로도 1992년 미국국립보건원에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시작한 이래 관련의료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여 1993년 497억 달러 규모에서 2008년 2000억불로 5년 만에 네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2050년에는 5조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은 중의약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여 신흥 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고, 산업규모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140여 개국에 중의학을 전파하여 해외 5만 여개의 중의 진료소를 운영 중이고, 중의사 2만 명과 침구사 10만 명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의사 제도가 없는 일본의 경우도148개의 한약 처방이 건강보험에서 급여 대상일 정도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의사들 72.4%가 한방제제를 처방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82.5%가 한방과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의사 중에서 한방의학 전문의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완대체의학의 인기가 높은 유럽은 세계 한약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의료진의 75%가 한의학을 포함한 대체의학을 사용하고 있고, 통증치료 전문 병원 중의 77%가 침치료를 시행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하여 최근 정부에서는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하여 한의학의 과학화와 산업화 및 세계화를 추진하는 목표로 한의학의 발전과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3년까지 한방의료관광 5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어 단순히 국내가 아닌 국제적인 환자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도로 까지 성장하였다.

◆ 양방에 비해 경쟁력 '선점의 논점'
얼마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한방병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의 치료에 따른 질환 분류별 급여실적을 살펴보면, 운동기 질환이 전체 한방 급여비의 67%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심장 순환계 질환 및 소화기 질환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를 살펴보면 침 및 부항이나 한약을 통한 운동기 질환 치료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등 운동기 질환에 대한 한방치료 효과는 지금까지 발표된 국내외 학술논문 및 다양한 방법을 통한 국민의식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한방치료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한의학은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 억제에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각종 만성 및 퇴행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노령 인구에서는 수술과 같은 침습적인 치료 보다는 비침습적이고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방의 치료방법은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종 만성 및 퇴행성 질환에 있어서 한의학의 치료 영역은 비교적 강점이 있다.

각종 난치 질환에 대한 한방의 역할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난치병들은 아직까지 우수한 치료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눈부신 과학 및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난치병에 대한 치료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치료의학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의학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새롭게 재조명 ‘한방재 연구’ 경이적 성과
질병의 발생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달리하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질병과 싸우며 이를 이겨내고 자손을 번성시켜 오늘날에 이르렀다.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조상들도 계속적인 질병의 시달림을 이겨내고 오늘의 문명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질병을 이겨낸 과정에는 무엇보다도 한의학 또는 우수한 한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은 거의 약초로 지칭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기에 한때는 풀뿌리가 무슨 약효가 있을 것이냐고 폄훼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식물들에서 각종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위장약으로 사용되는 스티렌은 우리 조상들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때 달여 먹던 쑥을 이용한 것이다.

조인스라고 하는 관절염 치료제도 한의학에서 자주 관절의 통증 치료에 사용하는 위령선과 과루근 및 하고초를 달여 만든 것이다. 모티리톤이라는 기능성 소화불량에 사용되는 약도 바로 체했을 때 흔히 사용되는 견우자와 현호색을 이용한 것이다.

또 레일라나 신바로와 같은 천연물 신약 들은 바로 관절질환 치료에 우수한 효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방처방을 그대로 활용하여 만든 것이다.

또 신토불이 한약재를 통한 천연물 의약품 개발현황을 보면 당귀추출물에서 치매 치료제를, 금은화와 지모에서 골관절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고, 갈근과 백강잠 및 독활을 활용하여 당뇨병성신증 치료제를 개발 시험 중이라고 한다.

또 산두근을 이용한 천식 치료제도 임상 시험 중이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따르면 암, 당뇨, 뇌혈관질환 등 만성 난치성 질환에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한약제제를 개발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난치 질환의 치료에 거는 기대를 한약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 계획이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한약재들은 훌륭한 천연물 신약의 원료가 될 정도로 우수한 약효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우리 조상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약효를 지닌 한약재가 우리 주위에서 자생하고 있었던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 점이 있다면 한의학에서 오래도록 사용되어 온 한방처방이나 한약재를 이용하여 만든 약들이 정작 한의사들에게는 처방될 수 없다는 점이다. 설령 한의사가 실험이나 연구를 통하여 기존의 한약에서 새로운 약효 성분을 알아내고 더 효과적인 약을 개발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천연물신약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한 한의사 자신마저도 처방할 수 없다는 사실은 법의 논리를 떠나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 하겠다.

◆ ‘한방선진화’ 첨단기기 접목 및 딜레마
최근 의료계를 둘러싼 갈등 중의 하나는 한방에서 과학의 산물인 현대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한의계에서는 한방의 선진화 및 과학화 그리고 진단과 치료과정의 체계화 및 정보화를 위하여는 첨단 기기들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한의사가 국가로부터 받은 면허에 따라 한방의료행위나 한방보건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모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의료기기라는 것이 의료인이 면허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위한 도구로 양방 또는 한방에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한의사가 면허의 범위 내에서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용하면 상관없다는 견해이다. 반면 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사항 이외의 의료행위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한의학은 전통의학이다. 전통의학이라 하면 과거의 수 백 년 전의 전통만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 그치는 의학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당대 최고의 과학과 문화와 사상을 받아들이고 이를 학문적으로 발전시켜 오늘에 이른 의학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은 한의학은 과거 조선시대 허준이 살았던 시대에서 한 발짝도 더 앞서 나가지 못하고 그 시대의 방식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오늘날의 한의학은 오로지 동의보감만을 암송하는 방법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분자생물학은 물론이고 화학이나 물리학, 유전학, 약학 및 서양의학 등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며 질병을 퇴치하는데 필요한 모든 학문적 영역을 학습한다. 따라서 시대에 맞는 학문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 과학의 산물인 첨단 기기들의 접목은 꼭 필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특히 요즘 모든 학문들이 자신의 영역은 물론이고 다른 영역과의 융합 등을 통하여 더욱 발전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한의학도 학문적 발전을 위해 현대 첨단 기기 들은 물론이고 다른 인접한 학문의 성과를 받아들이고 이를 융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런 기기의 사용에 대하여는 한의학적 활용이라는 명제에 맞게 충분한 교육과 지식에 대한 검증과 의료계 전반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 한방의학! 정부의 전폭지원 그 초점은?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국민의 81.7%가 한방의료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76.5%가 신뢰하고 있다는 조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방의료가 차지하는 국민건강보험 급여 액수는 전체의 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하고 한의약 관련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기본계획 연계를 통하여 국가 차원에서 한방의학의 육성 및 발전에 힘쓰기로 하고 정책 방향 및 지침을 제시했다.

2011년에 시작하여 2015년까지 진행될 제2차 한의학 발전 육성계획의 방향 및 지침에 따르면 각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한약의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한의약 의료 서비스를 선진화 하며 한의약 산업발전 및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한의학 연구개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런 전략 하에 실제적으로 한약의 안전관리 체계를 과학화하고, 한약재 유통체계를 선진화하며, 한의약 연구개발의 역량을 강화하고, 한의약 연구개발 지원 인프라를 확충하며, 한의약 클러스터 및 한의약산업의 활성화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바로 이런 사업을 통해 최근 저출산 및 고령사회에 대응한 불임치료 지원사업이나 암 및 뇌혈관 질환을 포함한 만성 및 난치성 질환 치료 한약제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의약 핵심기술의 산업화, 한양방 협진 활성화, 한약의 우수 규격품 제도 추진, 한의약 문화 컨텐츠 및 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외국에서 한방의학의 '괄목할 성과'
한의학을 포함한 세계의 전통의학 시장은 현재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서양의학의 한계점을 보완하려는 이른바 보완대체의학은 전 세계적으로 그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과 연구도 양적·질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 추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논리를 지향하는 서양의학의 측면에서 보면 한의학은 다소 신비주의적이고 유사과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알테미시닌이나 백혈병 치료제인 비소가 서양의학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동양의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서양의 학자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외국의 많은 국가들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해답을 한의학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최근 들어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세계 보완대체의약 시장 선점을 위하여 각국은 여러 가지의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세계 1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정부의 집중 육성이 지속되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 하고 있다. 미국의 대체의학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성인의 38.2%가 사용하고 2007년 339억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만성 및 난치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대체의학 연구를 통한 과학화와 근거에 입각한 다양한 연구 및 치료활동을 장려하고 있으며, 2010년 한 해 1억 3천만 달러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고, 미국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암치료에 대한 한의학의 효능 검정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침술과 한약재에 대한 효능과 안전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와 대장암 환자의 증상을 감소시키는 침의 효능에 대한 연구 등도 시행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 약초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전통약 시장 규모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약초 처방이 평균 35% 정도로 활용 빈도가 매우 높다.

전통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국민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기에 가능한 수치이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중의약을 인식한 중국은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학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고, 동양의학의 종주국으로의 위상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방 선진화’를 향한 규제철폐와 완화
중의학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시켜 보완대체의학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은 헌법을 비롯한 150개의 법령 및 대대적인 국가적 지원체계를 바탕으로 중의학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반면 조상들로부터 수 천 년 동안 전승되어온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의료법과 약사법의 일부에서 한의사의 권한을 정하고 있으며 의료기사지도권 및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령 및 국가적인 지원이 미비해 한의학의 현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한의계의 인식이다.

구체적으로 한의사는 현대과학의 산물인 진단기기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 한방진료의 객관화와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의학의 경쟁력을 약화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의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새로운 처방 및 새로운 신약의 개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11종 한의서에 수재된 품목과 동일 처방과 용량을 벗어나서 한방제제의 제형을 변화시키려면 현실적으로 다시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놀랄만한 효능을 발휘하는 새로운 비방이 있다 하여도 기존 처방에 동일한 구성과 용량이 아니라면 설령 이미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를 거친 처방이라 할지라도 다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많은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한약을 이용하여 새로운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였다 하더라도 한의사의 사용 권한 밖으로 되어 버려 연구자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현실에 처해 있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한의사들이 관절염 치료에 사용해 왔던 기존 한약 처방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을 한의사는 처방할 수 없고 의사만 처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신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이 양방 병명에 익각해서 양방병원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의사는 처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한의사는 매우 비합리적인 법체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약제제가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등 비합리적인 측면이 많다.

사실 우리나라는 한방의료행위의 독자성을 인정하여 지금까지 한방과 양방의 이원적 면허체계를 유지 해오고 있으나, 정작 한방분야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운용 및 발전에 필요한 한의약법의 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현행법체계가 양방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법해석이나 운용에 있어 양의사와 한의사에 의한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어 왔다. 그래서 자주 업무영역이나 의료기기 사용 등과 같은 문제가 양측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발생해 오기도 했다.

따라서 한의학의 학문적 특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서양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그대로 적용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독립된 한의약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한의사들의 바램이다.

◆ ‘예방의학 관점’ 한방의 차별화된 경쟁력
국민의 소득이 높아가고 교육 정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미리 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일에 더 중점이 주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고령사회가 진행될수록 수술과 같은 침습적인 질병의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양의학에서 질병관은 세균을 병의 원인으로 파악하던 과거에서 유전이나 환경적인 요소 및 정신적인 요소 등에서 원인을 찾는 시기로 변화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인체의 정기가 부족하게 되는 틈을 타서 병의 원인이 되는 나쁜 사기가 침입한 것이 바로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기의 부족은 바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력 또는 저항력에 해당하는 음양의 부조화에 기인하게 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음양의 균형을 맞춰서 정기를 항상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에 질병 치료의 주안점을 둔다. 바로 인체가 저항력이나 스스로 치유하는 항상성을 잃고 질병의 상태로 들어가기 이전에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최상의 치료로 삼는다.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예방의학적인 측면과 양생의학적인 측면이 강한 학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점차 복잡 다양화되어 가는 최근의 질병 양상을 감안하면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신적인 몸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한의학이 필요한 시기이다.

실제 서양의학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신체의 증상에 관심을 갖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전반 상황과 질병의 유형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서양의학은 증상이 나타난 후 객관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교정하는데 치료의 초점을 두는 반면, 한의학은 심신의 균형을 조화롭게 해서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고 미리 질병의 발생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질병 치료보다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 상황에서 한의학은 예방의학으로서의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복리의학 측면’ 한방과 양방 ‘공생공존’
의학의 목표는 질병의 치료를 통하여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의 건강한 삶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목표에 한방이건 양방이건 차이는 없다. 다만 한의학과 현대 서양의학은 각기 진단과 치료 방식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방과 양방의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가진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이런 이원화된 제도가 비교적 우리보다 잘 되어 있는 중국의 경우 환자의 치료에 가장 효율적인 치료방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급성기 환자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서양의학적인 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만성기나 수술이 적절치 않은 경우에는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을 고려한다.

또 이런 보완적인 치료방법을 더욱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중서의 결합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한방과 양방의사 자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도 하나의 면허만 사용할 수 있어서 제도적으로 상호 보완을 막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근본적으로 보면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서양의학이 점차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서양의학이 모든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하는 일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서양의학의 한계를 보충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의학으로 한의학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비침습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치료에 대한 선호도 한의학을 찾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이원화된 의료제도를 시행해온 우리나라는 이를 잘 활용하면 이제 보완대체의학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서양에 비하여 훨씬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질환에 있어서 상호 보완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면 치료효과가 높아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질적으로도 의료관광에 있어서 한방과 양방 협진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예상이다.

또 의료의 최종 소비자는 결국 환자이다. 환자는 한방이건 양방이건 가장 최선의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의료제도는 환자가 가장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의료계의 양 단체에서 상호 의료를 일원화하는데 찬성하는 비율이 반 수 가량이 넘는다고 하는 것은 고무적일 수도 있다. 이런 제도가 쉽게 시행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입장에서 쉽게 각 의료의 장점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치료의 방향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중국의 중서의결합의 제도와 같은 의료인을 충분히 배출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 21세기 한방과학이 쟁취할 패러다임
먼저 한의학이 본질적으로 치료의학으로서의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고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한의학 임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선결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 전통의료기술을 표준화하는 동시에 이에 바탕한 신의료기술을 과학적으로 응용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다음으로 한의학을 활용한 각종 융합연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의공학자와 함께 한의학 이론에 따른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생물학자와 함께 한의학 이론의 생물학적 해석을 시도하며, 의학자와 함께 동서융합 의료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의학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과학화와 표준화를 진행하고 한방 의료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민의 치료 중심의학으로 정착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세계화에도 눈을 돌려 전통의학 시장의 주도와 산업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의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교수, 학자, 연구원 및 한의사 전체가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민족의학의 부활과 육성 및 산업화에 목표를 맞추고 이에 상응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궁극적으로 한의학은 2천 년의 역사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의학으로 남게 될 것이고, 서양의학이 필요로 하는 대체의학의 주류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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