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 시켜 고용률 높여야"

이지혜 / 기사승인 : 2013-07-03 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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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향현 신임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장

[일요주간=이지혜 기자] 어린 시절 장애를 가지게 된 후 직접 겪은 불편한 점들을 해소하고 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보람찼다고 말하는 조향현(47·지체장애 2급) 신임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는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제한적이고 고용의 안정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장애인도 일반인과 똑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다.

<일요주간>은 지난 2일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협회와 장애인 편의 증진을 위해 반평생 일 해온 조 신임 협회장을 만나 그가 살아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우리 협회는 지난 1999년 3월 9일 당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산하 법인으로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장애인들이 기술을 연마하는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장애인 근로자의 문화적 창작요구 해소를 위한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 ‘청소년을 위한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 등이 있다.

그 외 ‘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며 근로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겪는 여러 가지의 애로사항(화장실·책상 등 시설물 문제,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승진에서 배제되는 문제 등)을 상담해 주고 필요시에는 변호사를 연계해 주기도 한다. 현재 우리 협회의 노동상담센터는 근로 장애인들에게 소통의 장소가 되고 있다.

-협회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근로 장애인을 위한 행동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이버 상에서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또 지자체와 노동부 산하 각 지청, 장애인고용공단 지사에도 홍보물을 배치해 찾아오는 근로 장애인들이 접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애로사항으로 인해 상담을 원하는 장애인들을 기관에서 연결해 주기도 한다.

현재 많은 근로 장애인이 협회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로 연간 상담건수가 7,000여 건을 넘는다. 출근시간 전부터 상담을 원하는 전화가 계속 온다.

-협회 활동에 가장 힘든 점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가장 힘들다. 현재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도 되지 않는다. 사업주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낮지 않은 비율로 사업주들이 장애인 고용 자체에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협회와의 대화도 부담스러워 하더라. 일반인의 경우 ‘과연 저 사람들(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을 보낸다. 근로 장애인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전체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냉랭한 시선도 존재한다.


조향현 신임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장

-인식개선을 위해 협회에서 하는 일은.
▲불과 2,30년 전만 해도 장애인은 주로 숨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누가 언제 어디서 장애를 가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지게 되는 사람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다’ 또는 ‘너희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장애인을 향한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과 연계해 교육이 필요한 학교로 찾아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인은 우리의 동료이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수업을 진행한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시켜 훗날 학생들이 사회에서 장애인을 동료로 만났을 때 편견 없이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의 호응은 좋은 편이다.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태어난 지 10개월 때 두 다리에 소아마비가 왔다. 걷기가 힘들다 보니 주로 집에서 전축(오디오)으로 아버지가 가져온 옛날 노래들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 나의 취미는 서예(붓글씨)였다. 초등학생 때는 주로 할머니와 어미니 등에 업혀 등·하교를 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간혹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모두와 친해지게 됐다. 내가 복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가을운동회나 체육시간에는 함께 할 수 없어 텅 빈 교실에서 혼자 있는 것이 힘들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나오고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돼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 등을 위한 업무를 담당했다.

-공무원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나와 주변에 장애인들이 직접 겪은 불편한 점들이 많았고, 이런 문제들을 제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동이었다. 버스는 물론 육교 등도 불편해서 밖에서는 움직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 편의시설 업무만큼은 꼭 하고 싶었다. 우연히도 보건복지부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5개년 계획도 만들어 실행했다. 그 결과 많은 것이 달라졌다. 주민자치센터 앞에 점자안내판이 설치되고, 아파트 입구에 장애인을 위한 출입구가 생기고, 장애인 주차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보고 무척이나 기뻤고 보람찼다. 그 결과 지금은 장애인들이 못가는 곳이 없다. 어디든 다 갈 수 있다.

-가장 보람찼던 일은.
▲TV에서 뉴스와 국경일 행사장 중계 시 수화통역 자막이 나오는 것을 본적이 있나? 공직생활 당시 수화통역 자막을 제도화 시켰다. 날짜로 정확히 기억난다. 1999년 2월 8일 mbc뉴스에서 공식적으로 첫 수화통역 자막이 나왔다. 그 전에도 수화통역 자막은 가끔씩 나왔지만 이때 공식적으로 제도화 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에서 신지식인 표창도 받았다.

-신입 협회장의 각오 한마디.
▲장애인들의 최종 목표는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경제적 자립 없이는 온전한 자립이 힘들다. 따라서 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장애인 고용증진과 근로 장애인의 권익 신장 및 복지 증진에 중점을 두고 노력할 생각이다.

또 근로 장애인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이들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장애인의 제한적인 직업 선택에 대해 연구 조사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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