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소중하게 여기는 집단의 형태로 변경해야”
[일요주간=황천우 작가] 정치판 출신 소설가로서 국민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작금의 우리 정치를 살피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자신들의 존재사유는 물론 정체성까지 상실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심지어 한숨까지 흘러나온다.
하여 차제에 우리 정치판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물론 정치판이 건전해야 사회가 최소하게나마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다.
애초부터 대한민국의 정당구조는 기형으로 출발했다. 광복 이후 권력을 잡은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당을 통해 독재를 행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야당의 원조인 민주당이 출발했다. 신익희, 조병옥, 윤보선, 장면, 박순천, 김성수, 서범석, 홍익표 등으로 한마디로 극 보수 인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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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대중 전 대통령 @Newsis |
이른바 그 놈이 그 놈이란 등식이 성립되니 정책대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여 평상시는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성행하고 선거판에서는 정책이 아닌 마타도어니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기 일쑤였다.
이렇게 진행되어 가던 정치판에 지역감정이 가세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상도에 집중되었던 경제개발 계획을 빌미로 일기 시작했던 지역감정의 골이 1987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전면에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 확고하게 말할 수 있다. 그전까지 수면 하에 잠겨있던 지역감정이 무서운 동력으로 전면에 부상하게 된 계기는 13대 대선이었다고. 그리고 그 중심에 작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이른바 김대중의 사자필승론에 근거한다. 야당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김영삼의 제의를 거절하고 지역주의를 표에 반영하면 자신이 당선된다는, 영남표를 노태우와 김영삼 두 후보가 나누고 충청표를 김종필 후보가 가져가면 호남표를 독식하여 당당히 당선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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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전 대통령 @Newsis |
이후 우리 정치판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오로지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공천이 곧바로 당선으로 직결되는 어처구니없는 보증수표의 등장으로 지역 맹주에 대한 맹종이 이어지고 급기야 국회의원들은 맹주의 심복 그리고 단순한 거수기로 전락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위 삼 김의 입김이 약화되는 중에 희한한 꼼수가 다시 정치판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일반 국민의 정치참여로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책임정치 즉 정당정치를 뿌리째 흔들어버린다.
자당의 대통령 후보 심지어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얍삽한 일이 버젓이 행해졌다. 이 일로 역선택의 함정에 걸려 당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지난 16대 대선 전에 실시되었던 노무현과 정몽준 간 대통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례로 들 수 있다. 영남 지방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자 이들은 순수한 의도가 아닌, 자신이 지지하는 이회창 후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다는 이야기다.
이뿐만 아니다. 이른바 후보 단일화로 국민을 호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나마 명분을 취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지방선거 등에서 제 정당 간 후보를 단일화하는, 차라리 합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국민을 우롱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기형으로 시작되었던 정치판에 지역감정 그리고 지극한 꼼수가 이어지면서 작금에 정치판이 형성되었다. 결국 정치판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불신은 단지 시간 문제였지 언제고 불거질 일이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소위 안철수 신드롬이다. 기존 정치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안철수의 정체성의 실체와는 관계없이 그저 새로운 대안으로 생각하며 지난 시절 추악한 정치판을 철저하게 배제하겠다는 일념으로 뭉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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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정희 전 대통령 @Newsis |
이는 크게 대별되는 우리네 인간의 삶의 방식, 즉 어떻게 사느냐와 무엇을 위해 사느냐의 두 방식에 기인한다. 전자는 원칙을 후자는 기회를 중히 여기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나아가 크게 보수와 진보란 틀로 묶을 수 있다.
하여 현 정치판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원칙을 그리고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는 집단의 형태로 변경하자는 이야기다. 그런 경우 보수와 진보의 큰 틀이 형성되고 그 둘 사이의 선택 속에서 건전한 정치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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