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마피아’ 하향조정 압력넣는 소수 학계 권위자
![]() | ||
선재광 한의사 |
◆ 고혈압이냐 정상 혈압이냐를 진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혈압의 절대수치’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이상하게도 그 수치는 점차 하향 조정되었다.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이라 진단했다.
이 시기에 독일 내 고혈압 환자는 700만 명이었다. 1974년에 독일 ‘고혈압퇴치연맹’이 설립되고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 이라는 새로운 진단 기준 수치를 권고한 뒤로 갑자기 고혈압 환자의 수가 3배나 늘어났다. 당시 ‘고혈압퇴치연맹’의 후원자들은 대부분 제약회사 관계자들이었다.
2003년 ‘미국 합동위원회(JNC)’는 ‘고혈압 전단계’를 도입해 정상범위인 수축기 혈압 130~139mmHg, 이완기 혈압 85~89mmHg도 고혈압 진행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2배 높다고 하면서 고혈압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이런 현상을 미국의 양심 있는 일부 의사들은 “지금처럼 계속 수치가 하향 조정된다면 세 살짜리 아이도 혈압약을 먹어야 할지 모른다.”라며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 고혈압 환자 폭증은 ‘고혈압 마피아’가 주도하고 있다는데 무슨 의미인가.
◆ 실제로 최근 미국의 한 혈압 측정 권고 지침에는 이러한 문구까지 등장했다. “모든 3세 이상 어린이는 혈압을 집단적으로 검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끔찍하지 않은가! 이는 미국이나 독일에 국한된 스토리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고혈압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고혈압의 범위를 점차 넓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고혈압 마피아’라고 확신한다. 고혈압 마피아란 정상 혈압 범위를 낮추고 또 낮추도록 압력을 넣는 소수의 학계 권위자들을 말한다.
이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약의 판촉을 위해서다. 약의 판매량을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까지 약의 소비자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 진단’은 한 사람을 ‘평생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판촉 행위인 것이다. 이는 환자나 사회 차원에서도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학계 권위자가 개입했으니 환자나 일반인은 신뢰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환자가 많아질수록 의료비가 점차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美 사상최대 임상연구 프로젝트 이례적 결과 큰 충격
초저가 이뇨제 ‘티아지드’ 치료율· 예방율은 가장높아
아프리카계 美흑인 고혈압 체질은 노예생활 적응결과
‘새로운 시각’ 약하게 태어난 장기가 고혈압 파생주범
- 2002년 ‘이뇨제’가 혈압강하, 치료율, 예방율이 가장 높고 합병증은 가장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진바 있다. 이후 이런 보도들이 흐지부지 되었는데.
◆ ‘미국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ALLHAT'라는 임상 연구 프로젝트는 34,000명을 대상으로 하여 630개 병원에서 1996년부터 2002년 까지 8년 동안 이루어졌다. 최종 연구 결과는 2002년 12월 18일 ‘미국의사회지’를 통해 발표되었다. ‘ALLHAT'위원회 의장은 정의로운 의사로 존경받는 웨이크 포레스크 대학 '커트 퍼버그' 교수였다.
이 역사적 연구의 내용은 가장 오래된 약, 가장 최신에 나온 약, 가장 비싼 약, 가장 싼 약을 포함한 4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의 효능과 부작용? 치료율? 합병증 등 다양한 내용을 비교 분석하였다. ALLHAT 연구에 의해 제기된 핵심 쟁점은 최근 개발된 비싼 약들이 오래 전의 가격이 싼 약보다 어느 정도 효과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ALLHAT’의 대규모 연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를 내놓는다. 고혈압에 가장 효과가 약하다고 알려진 고혈압 환자용 이뇨제인 ‘티아지드(thiazide)’가 혈압강하작용· 치료율· 예방율은 가장 높고 합병증이 가장 낮았다.
이뇨제는 뇌졸중을 예방하는데 효과는 있었으나 심부전 등 심장병을 막는 능력은 가장 취약하다고 알려져서, 다른 고혈압약이 개발되어 판매되었다. 고혈압 환자에게 잘 발생한다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예방은 이뇨제나 칼슘길항제나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가 거의 동일하였다.
하지만 심부전과 같은 이차성 합병증 예방은 오히려 이뇨제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즉, 제약회사에서 강조한 내용과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발표된 최종 결과는 제약회사 입장에선 매우 나쁜 소식이었으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소식이었다.
가장 오래되고 싼 약인 이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줄이는데 새로 나온 어떤 고혈압 약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심부전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신약을 근소하게 앞선다는 것이 2002년 ‘미국의사회지’를 통해 발표된다.
여기에서 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값싼 이뇨제가 가장 효과적? 부작용이 적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가장 값싼 이뇨제가 혈압약으로 주로 사용되면 보험 재정에 막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이뇨제는 1일 분이 불과 9원이니 이뇨제는 다른 약에 비하면 매우 싸거나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캐나다에서 10년간 매일 이뇨제를 복용하는 데 40캐나다 달러(3만 9천원)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이뇨제는 40년 이상을 가격 인상 없이 판매되었다.
이뇨제는 이미 특허 기간이 만료돼 제약회사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생산하여 싼값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뇨제와 비교해서 가장 인기 있게 판매되는 고혈압 치료제 칼슘차단제인 ‘노바스크’(Norvasc)는 이보다 200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된 내용에 근거하면 만약 의사들이 고혈압에 이뇨제를 주로 처방한다면 영국은 1년에 5억 달러 이상, 미국은 10억 달러를 한국은 의료보험이 1조원 이상 절약이 가능하다.
결과가 발표되었을 당시 이뇨제보다 새로 나온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칼슘 길항제가 월등히 많이 처방되고 있었다. 임상에 적용할 경우 전 세계 사람들은 고혈압 치료비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도 새롭고 비싼 약으로 처방을 내리는 의사들의 처방 행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훌륭한 과학적 결과나 증거보다도 판매 사원에서부터 텔레비전 광고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제약회사의 판촉망이 의사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02년 ‘미국의학협회지’에 처음 발표되었을 때 잠깐 반응이 있었지만 곧 사그라들었고 이로 인해 또 한 번 '마케팅이 과학을 이긴 사례'가 되었다. ALLHAT 연구가 발표된 다음 해인 2003년 화이자는 거의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노바스크를 판매했고 이 약은 혈압약 가운데서 가장 많이 팔리고 전 세계적으로 4번째 많은 수입을 올리는 약이 되었다. 이 연구의 주요 발견을 부인하거나 경시함으로써 화이자는 분명 막대한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영국의 의학 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의 한 기사에 따르면 화이자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ALLHAT 결과를 의사들에게 확산되지 않고 관심을 끌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예컨대 화이자의 한 관계자는 커트 퍼버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ALLHAT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을 알고 당시 학술대회에 참가한 국제적 심장 전문가들이 그 발표를 듣지 못하도록 관광 일정표를 편성했다.
화이자의 내부 메모에는 이 같은 계략에 대해 이를 성사시킨 동료를 축하하는 직원의 말이 인용되었다. "좋은 소식은 우리 꾀돌이들이 화이자를 다시 한번 엿 먹이려는 커트 퍼버그의 발표를 듣지 못하게 핵심 전문가들을 관광 보냈다는 점이야." ALLHAT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커트 퍼버그와 다른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높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단 2년 만에 그런 희망들은 무산되었고, 제약회사의 판매를 거스르는 캠페인은 예상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퍼버그는 좌절해 그 프로젝트에서 물러났으며, 이 중대한 과학적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 신체의 혈압에 관여하는 요인이 복합적이며, 개별적 차이점을 감안할지언정 혈압이 높다면 문제아닌가.
◆ 인간이 네 발로 움직이면 혈압은 인체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직립 보행을 하면서 인류에게는 이중의 문제가 생겨났다. 첫째로 피로 80㎜Hg-120㎜Hg의 압력으로 중력을 거스르며 머리까지 도달해야 했다. 기린의 경우에 긴 목을 거쳐 머리까지 충분한 양의 피를 펌프질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혈압은 심지어 300㎜Hag를 넘고 심장의 무게는 약 12kg이나 된다.
둘째로 산소와 영양소가 가장 많이 필요한 기관인 뇌가 엄청나게 커졌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뇌에는 지속적이고 확실하게 물질이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압력이 보장되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대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수분과 염분을 보다 잘 저장하기 위한 적응과정에서 그 부작용으로 혈압 상승이 발생했고 덕분에 직립보행이 가능해진 것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신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인종별로 정상 혈압의 기준도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흑인들은 백인들에 비해 두 배 가량 혈압 환자가 많아 흑인들은 고혈압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고 여기다가 1930년대 흑인들이 고혈압이 생긴 진짜 이유를 발견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노예 상인들에 의해 미국에 끌려올 때 끔찍한 상태에 방치되었다. 먹을 것은 물론 물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여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염분을 많이 유지할 수 있는 체질을 타고난 사람 즉, 혈압이 높은 사람만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
여분의 염분 덕에 치명적인 탈수를 피할 정도의 수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흑인들의 혈압 정상 수치를 조절하게 된다. 한국인은 다혈질이고 급하고 스트레스가 많고 혈압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압이 높다는 말은 정열적이고 피가 뜨겁다는 말고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웨이크 포레스크 대학 커트 퍼버그 교수는 혈압의 정상 수치가 160/104mmHg 정도는 비약물 요법이 훨씬 효과가 좋다고 발표했으며, 오사카대학 의대 ‘하마 로쿠로’(Hama Rokuro) 박사는 10만 명의 고혈압 환자를 조사한 결과 혈압수치가 180/110mmHg정도는 혈압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고, 혈압이 150/100mmHg정도는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 오히려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하였으며, 약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이 뇌졸중, 심장병 발병률이 오히려 낮았다. 고 보고하였다.
한국인은 190/120mmHg까지는 약을 먹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면역학의 권위자이자 니가타대학 대학원의 의치학종합연구소 교수로 있는 ‘아보 도오루’는 혈압이 210mmHg 이상이었고, 근래는 190mmHg 정도이나 혈압약을 복용 안하며, 제 주위의 많은 분들이 200mmHg이 넘어도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고 치료받는 사람들이 많다.
- 고혈압은 체질적으로 약한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다는 의미가 다소 생소하다.
◆ 사람은 몸의 형태는 같더라도 각자는 타고날 때 각각 장기의 크기나 강한 장기나 약한 장기를 타고나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 개체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달라서 질병의 원인, 발전하는 방식도 다르고, 나타나는 증상도 다르다.
질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타고난 오장 육부의 강하고 약한 장기의 특징과 평소의 생활습관이 겹쳐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객관적인 혈압의 정상 수치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근래, 서양의학에서도 체질이나 성별, 연령에 따른 처방약을 달리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고혈압도 체질적으로 약한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생긴다. 고혈압은 체질적인 특성과 생활습관에 따라 고혈압의 원인이 어떤 사람은 신장에서, 어떤 이는 심장에서, 어떤 이는 비위인 소화계통에서, 어떤 사람은 기혈, 혈관의 노화로 생길 수 있다.
이는 약하게 태어난 장기가 고혈압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약한 장기와 강한 장기의 편차를 지니고 태어난다. 인체는 약한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 장기로 기혈을 많이 흘려보내서 항상성을 유지한다. 즉, 인체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약한 장기에 혈액을 빠르고 많이 공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혈압이 생명을 지키려는 현상인 것이다. 약한 장기는 고혈압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