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나무, 치주질환 예방…헬리코박테리아 박멸 효능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4-01-07 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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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매실나무’
▲ 복통 및 소화불량에 매실차나 매실즙을 복용하면 매우 효과가 좋다는 경험을 흔히 듣게 된다. 사실 매실은 평활근 이완작용과 이담작용이 있다.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예향이라는 말로 불리듯이 병원이 위치하고 있는 이 지역은 예로부터 예술을 사랑하는 풍류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특색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가 익히 알고 있음직한 훌륭한 화가나 서예가 및 음악가들이 이곳에서 많이 배출되었다는 사실 말고도, 어느 집이건 음식점이건 서예 작품이나 동양화 한 폭쯤 걸려 있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동양화 중에서도 이 지역에서는 특히 사군자 작품을 자주 볼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추운 겨울이 언제 끝나고 따뜻한 봄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매화는 봄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희망의 전령사일 것이다. 그러기에 앞 다투어 많은 선비들은 사군자 중에서도 매화를 자주 그리곤 했다.

매화라는 것이 한평생 살을 에는 춥고 어려운 겨울을 이겨내면서도 청아한 자태를 유감없이 보여주면서도 절대 현실에 굴복하여 향기를 팔지 않는(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지조가 있는 꽃이고, 나아가 속세의 시세와 압력에 굴하지 않는 군자의 절개를 상징한다거나 아니면 한 번 꽃 피면 향기가 천리를 나아 간다 (一枝梅香芬芳千里)는 시제를 볼 때마다 옛 선비의 고결한 생활을 떠올리며 마음가짐을 다잡아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이 매화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남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 남해안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매화꽃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우리 마음을 서서히 녹이며 한반도 전체를 훈훈하게 봄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비단 꽃만이 향기로워서 매화가 사랑 받는 것은 아니다. 매화꽃이 떨어지고 몇 달 후 초여름이 되면 꽃이 진 가지에서는 매실이 주렁주렁 매달게 된다. 이 매실은 매우 요긴한 과일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집집마다 매실로 술을 담거나 매실을 발효시키는 풍경이 한창이 된다.

요즘은 좀 인기가 뜸한 것 같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매실을 넣어 만든 술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 적도 있었다. 사실 매실은 술은 물론이고 각종 차나 음식의 요리에 있어서도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는 훌륭한 의학적 효능을 가진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배탈이 나거나 설사하거나 심지어 어지러운 증상 등에까지 매실즙을 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매실이 푸른색을 띠는 덜 익은 상태에서 따서 연기를 쏘여 말리면 검게 색이 변하는 데 이를 오매(烏梅)라 한다. 그리고 매실을 소금물에 담가 열흘쯤 두었다가 건져내어 말리게 되면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데 이를 백매(白梅)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매실이나 오매나 백매를 모두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매실이 맛은 차거나 뜨겁지 않고 평이하며, 독이 없지만 맛은 매우 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맛이 신 것은 일반적으로 타액의 분비를 촉진한다. 신맛만 생각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삼국지에 보면 조조가 여름철 행군으로 지치고 목이 몹시 타서 거의 죽을 것 같은 병사들에게 조금만 더 가면 매실 숲이 있으니 빨리 가서 쉬면서 매실을 따먹으라고 하자 병사들이 입에 침이 고이면서 목을 축여 갈증을 없애고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망매지갈(望梅止渴) 의 고사도 매실의 이런 특징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매실은 갈증을 풀게 하고 가슴의 열을 없앤다고 동의보감에는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매실은 바로 생으로 먹게 되면 너무 신맛이 강하여 몸 안의 진액을 빠져 나가게 하기 때문에 흡사 나무에서 물이 빠져 나가는 경우와 같아서 결국 치아와 뼈를 상하게 하고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반면 색이 검은 오매는 불기운으로 그슬린 것이기 때문에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그대로 시고 독은 없게 된다. 오매는 가래를 없애고 구토와 갈증을 없애고 이질을 멎게 하며 뼈가 열이 나면서 아픈 증상을 치료하며 아울러 술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또 감기나 토하고 설사하면서 몸이 뒤틀리는 곽란이나 심한 갈증에 효과가 있다고 동의보감에서는 설명한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흔히 식체나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설사하는 경우 매실차를 마시게 되면 바로 낫는다고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또한 음식 문화의 특징상 식중독에 매우 민감한 일본에서는 우메보시라 하여 거의 모든 음식에 매실을 소금에 절여 만든 장아찌를 같이 곁들이는 수가 많다. 바로 우메보시가 세균 증식을 억제하여 음식으로 인한 배탈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백매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신맛이 있으며, 쇠붙이로 몸이 다친 상처를 치유하고 다친 부위에서 피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고, 사마귀를 없애고 살이 썩는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매실에는 유기산이 풍부하다. 유기산 중에서도 구연산의 함량이 다른 과일에 비하여 매우 높다. 이 구연산은 한때는 피로회복물질로 알려져 모 제약회사의 최대 매출을 올린다는 음료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또한 매실에는 호박산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물질도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그래서 매실은 최근 연구에서 구내의 염증을 치료하고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약제로 연구 개발되고 있으며, 위염 및 위궤양과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테리아를 없애는 효능이 입증되기도 하였다.

물론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인 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 그리고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이질균 및 살모넬라균 그리고 녹농균 등에 대한 항균효과 또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예로부터 소화불량이나 이질 설사에 매실이 애용되어 온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 매실을 달여서 먹인 쥐는 훨씬 힘든 운동량을 더 견디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매실은 몸의 기생충을 없애는 효능도 있다. 오매환이라는 한약이 있다. 오매에 세신과 건강 및 황련과 당귀 부자를 혼합한 처방이다. 주로 회충으로 감염되어 배가 아프고 피부가 차갑고 맥도 약하고 심한 경우 회충을 토하기도 하고 설사를 하기도 하는 증상에 사용한다.

요즘과 달리 기생충 감염에 특별한 약이 없었던 수 천 년 전에는 이 오매환을 회충치료에 사용하였다. 그런데 5%의 오매환 추출액은 실제 회충의 활동을 둔하게 하고, 30% 추출액은 회충의 움직임을 완전히 차단하는 효능이 있을 정도로 강한 구충작용을 보였다.

흔히 복통 및 소화불량에 매실차나 매실즙을 복용하면 매우 효과가 좋다는 경험을 흔히 듣게 된다. 사실 매실은 평활근 이완작용과 이담작용이 있다. 그래서 복통으로 위장이 경련을 일으켜 뒤틀리거나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는 경우 경련 완화 및 이담소화제의 기능을 충분히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집에 소화제 대신 매실즙을 준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담작용으로 담석을 배출시키거나 담석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

매실은 거의 응급약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잘못된 음식이나 약물로 쇼크에 빠졌을 때도 매실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바로 매실을 달인 물은 알레르기성 쇼크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알레르기로 인한 피부 질환에도 매실은 효과가 있다.

당뇨병으로 갈증이 심한 경우에 사용하게 되면 갈증을 해소하면서 혈당을 내려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한 임상보고에는 오매와 오미자 그리고 백강잠을 같은 용량으로 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한번에 4그람 씩 하루 세 번 복용하였더니 1주에서 3주 후 당뇨로 인한 갈증이나 다뇨 증상이 개선되고 혈당과 요당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한다.

매실나무의 잎도 의학적 효능이 있다. 진하게 달이게 되면 간헐적으로 설사를 동반하는 증상에 효과가 있고 곽란 증상에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의학적 효능만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바로 매실의 씨앗에는 청산가리의 성분인 아미그달린이 약간 존재한다. 매실주나 매실차 또는 오매와 같은 약재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날 것으로 과용하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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