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바라본 안철수의 정치 실험

황천우 작가 / 기사승인 : 2014-01-10 13: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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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정치판 읽기
[황천우 작가]안철수 의원을 논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주시하는 부분은 그가 주창했던 새 정치, 소위 큰 정치의 실체에 대해서다. 그러나 사실 안철수는 ‘새’니 ‘큰’이니를 떠나서 먼저 인간적 소양부터 갖추어야 할 인물이다.

지난 해 실시되었던 노원구 보궐 선거와 관련해서다. 그 선거는 노회찬 전 의원이 선거법과 하등 관계없는 일로 중도에 낙마하여 실시된 선거였다. 그런 연유로 노회찬 전 의원은 명예회복을 위해 부인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 대목에서 안철수가 정녕 새 정치를 떠나서 참된 인간이었다면 노회찬에게, 그 부인에게 양보했어야 했다. 굳이 노회찬 전 의원이 우리 정치사에 진보 쪽의 그나마 괜찮은 인물임을 떠나 그 일 자체는 노 전 의원과 그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한 개인의 불행을 자신의 입신 수단으로 삼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아니 주저하지 않은 정도에 그친 게 아니었다. 민주당을 압박하여 후보단일화를 꾀했다. 출마 선언 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사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결국 안철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필자는 지난 해 제기되었던, 대선 시 문재인과 안철수의 밀약보다도 노원 보궐 선거 시 민주당과 안철수 간의 밀약이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당시 민주당 위원장이었던 이동섭의 행보와 관련해서다. 강경하게 출마 입장을 견지했던 이동섭 위원장이 돌연 출마를 접고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다. 마치 그에 화답하듯 민주당은 이동섭을 사무부총장에 임명했다.

사무부총장은 사무총장과 함께 당의 전국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처럼 거대 정당의 경우 비중 있는 사람들이 맡는 게 관례인데 현역의원도 아닌 원외 위원장을 임명한 사실은 파격이었다.

이는 민주당이 차기에 이동섭에게 양보의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지는데 그것은 곧 국회의원 뱃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정치판에서의 경험상 이동섭이 전국구가 아닌 지역구를 보장받았다 추측한다.

그런 경우라면 결국 노원 병인데, 그러면 안철수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비약하자면 안철수는 차기에 노원을 이동섭에게 양보할 확률이 농후해 보인다. 어차피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상황이라면 안철수의 당선은 무망하고 또 그 시점이 되면 대선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각설하고 이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안철수의 파괴력에 대해 살펴보자. 아쉽지만 지금까지 그가 현실에서 보인 부분은 노원 병 보궐선거와 관련해서 뿐이다. 하여 다시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안철수는 당시 보궐 선거에서 60.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안철수 자력이라 주장한다. 아울러 민주당이 후보를 냈어도 안철수가 거뜬하게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이는 노원의 정서를 모르는 터무니없는 소리다. 민주당이 분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를 낸다면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선으로 연결되는 지역이 노원 특히 노원 병 지역이다. 그를 감안하면 안철수와 민주당의 밀약은 더욱 확고해 보이는데 여하튼 그가 획득한 득표율은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한다.

이와 맞물려 안철수 지지 세력에 대해 살펴보자.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안철수가 2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과연 이 지지율이 그대로 표로 연결될까.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우리 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다. 이른바 습관이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투표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했을 터인데 그 사람들이 선거가 실시되면 선뜻 투표장에 가서 안철수에게 투표할지는 미지수다.

여하튼 안철수가 결국 신당을 창당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금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 부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서울 시장선거와 관련해서다.

민주당 후보로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는데 새누리당에서는 아직 후보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조만간 상당히 경쟁력 있는 인사가 후보로 선정되리라 전망한다. 지금은 서로들 고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판세가 새누리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여타의 선거도 그렇지만 서울 시장 선거의 경우 청와대 즉 대통령에 대한 인기의 바로미터다. 하여 여당의 경우 후보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그대로 표로 반영된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현 추세를 유지한다면 분위기가 부정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측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야말로 그 결과는 너무나 명확하게 그려진다. 가뜩이나 야권에 불리한 선거인데 야권 표가 갈리면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런 경우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전국에 걸친 선거에서 커다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즉 안철수가 그리는 정치는 전국적이 되지 못하고 결국 그동안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지역주의에 함몰되었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상기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안철수의 정치 실험은 다가오는 지방선거 특히 서울 시장 선거에 달려 있는데 참으로 난감하다. 후보를 내도 안 되고 안내도 안 되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갇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안철수가 그리는 새 정치는 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그저 말의 향연에 지나지 않을 경향이 농후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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