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시력이 나빠지자 눈수술을 했는데 그만 수술이 잘못되어 실명을 하고 말았단다. 그 후 한동안 남편은 매일 아내의 직장까지 출근시켜 주고 일과가 끝나면 아내를 집에까지 픽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혼자서 출근하고 혼자서 퇴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속으로 섭섭하고 배신감도 느꼈지만 오기가 생겨서 혼자 출근하기로 했다. 많이 넘어지고 울기도 하면서 혼자 출근하는 가운데 2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기사가 이 부인에게 말했다.
“아줌마는 복도 많소. 매일 남편이 버스에 함께 앉아주고 직장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지켜보다가 등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니 말이오.”
그러자 부인은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남편의 사랑을 의심했고 미워하는 마음도 많았었는데 남편이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재기하도록 배려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항상 친절하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이 위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을 너그럽게만 대하는 것이 좋기만 할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너무 관대하거나 다정한 사람은 친구를 잃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돈을 꿔달라는 부탁을 거절해서 친구를 잃는 경우는 드물지만 돈을 꿔주고 친구를 잃는 경우가 더 많다. 소홀히 대해서 친구를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친절하고 싹싹하기만 하다가 한번 소홀해졌을 때 이로 인해 의가 상하는 경우를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다정하기만 한 친구에 식상해 한다. 결국 친밀함이 상대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진심이 상대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착각하는 사람들은 처세술이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일본인들의 친절에 감동하던 외국인들이 그들의 옹졸함에 도리어 치를 떠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마음을 검증한 사람과 친밀하게 사귀는 법이다. 위해서 울어줄 수 있고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를 얻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학창시절 비틀즈를 유난히 좋아했고 동양철학에 심취했다. 그는 영혼의 스승을 찾겠다며 비틀즈처럼 대학과 회사를 그만두고 누더기 차림으로 인도 여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세계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
6개월 동안 워즈니악과 함께 컴퓨터를 설계한 후 프로토타입을 만든 게 바로 애플 컴퓨터였다. 방 한 가득 크게 자리했던 컴퓨터가 그렇게까지 작아질 수 있다는 것에 당시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또 그는 최근 아이폰 신화를 통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만약 그가 계속 살아 있었다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결코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의 비전에 대한 확신 때문에 차라리 독선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부류였다. 그리고 신경질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기술의 전도사였으며 여전히 미국 청년들의 우상으로 남아 있다.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는 소속 개발자들에게 가감없는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들 리더들에게 필요한 덕목으로서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사람들은 풀어주면 한없이 편한 것을 찾기 마련이고 개인의 고집을 내세우기 마련이므로 이것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일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리누스 토발즈는 개발자들에게 누가 보스인지를 항시 일깨워주어야 하며 자신이 그들의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속임 없이 표현해야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그들의 감정이 다치는 것을 꺼려해서 변죽을 울리는 것보다 직접적인 각성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가 즐겨 사용하는 ‘얼간이들’이란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솔직하고 직선적인 소통이 신뢰를 형성시키는 지름길임을 알 필요가 있다.
발명왕 에디슨은 전기를 발명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고집이 센 학자에 불과했다. 에디슨은 최초로 중앙발전소를 건설했고 뉴욕시에 전력을 공급했다. 하지만 에디슨이 고안한 전기 시스템은 필요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상태가 못되었다. 알다시피 에디슨의 발전기는 직류발전기였기 때문이다.
그의 조수였던 니콜라 테슬라는 이에 교류발전기를 제안하지만 에디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조지 웨스팅하우스로 옮긴 후 스승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 교류시대를 여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비전에 확신을 가졌고 당대의 최고 권위를 가졌던 에디슨을 누르는 결과를 보였다.
확실한 비전을 가진 사람은 독선적이면서 직선적 소통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친절하거나 비인격적인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무엇이 옳은 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그것을 증명함으로써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싶어한다.
에디슨은 말년에도 허황된 사업에 집착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GE는 그의 회사를 합병한 후 그의 이름을 아예 회사에서 지워버렸다. 에디슨은 자신의 명성을 토대로 부를 추구했지만 결국 역사적인 업적과 상징성 외에 자랑할 것이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과오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과거를 돌아보면 수많은 과오와 오점으로 점철되어 있다. 남에게 상처받을 말을 했던 것과 엉뚱한 발언을 했던 것들 그리고 소양이 부족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모두 폐기하고픈 과거이지만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과거의 실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배우며 새로운 비전도 얻게 된다. 그래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실수를 깨달았으면 그것을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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