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이철민 경위, ‘독거노인·장애인 돌보미’ 변신한 사연

이정미 / 기사승인 : 2014-05-26 1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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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이철민 동인치안센터장


부인이 4년 전부터 혈액암으로 투병 중에 있어 가정적으로
어렵지만 내색하지 않고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 실천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동인치안센터장 이철민 경위.

[일요주간=이정미 기자] 대구의 한 경찰관이 도둑이 들어왔다며 상습적으로 신고하는 치매기가 있는 독거노인을 친부모처럼 돌봐주어 안정을 되찾게 해주어 화제다.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동인치안센터장 이철민(56세)경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같은 소식은 박모(89세, 보행이 어려워 보행 보조 장비 이용) 할머니의 조카가 대구지방경찰청장과의 대화방에 이 센터장을 칭찬하는 글을 올려 알려지게 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 아침에 치안센터로 찾아온 박 할머니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며 잡아달라고 요청, 이 센터장이 지구대로 연락 한 결과 상습적으로 도둑이 들었다며 신고하는 할머니로 잘 설명해서 귀가 조치해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날 오후 이 센터장은 박 할머니댁을 방문했다. 어두운 방안에는 문고리를 세 가닥 끈으로 꼬아 놓고 할머니가 앉아 있었는데 온갖 옷가지와 양말 등을 다 내어 놓고 방안에 앉을 틈이 없는 것을 보니 ‘치매증세’가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실감한 이 센터장은 할머니에게 가족사항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할머니에 따르면 자녀 5남매가 있는데 사는 곳을 모르는 큰 아들이 가끔 전화가 온다고 하는 등 자녀들이 사실상 할머니를 방치하고 있었다.

집에 도둑이 든다고 신고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2층에 세 들어 사는 50대 초반(남자)에 대한 불신(치매증세 : 절도를 했다는 착각)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50대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하려는 생각도 몇 번 했으며 할머니를 내 보내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할머니를 만난 이 후 이 센터장은 관내 에덴노인복지센터에 연락, 할머니에게 도시락과 밑반찬 지원을 해주도록 협조 요청했다. 아울러 본인의 연락처를 할머니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기재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안심이 안 놓였든지 이 센터장은 서울 조카와 연락, 그 동안 할머니의 근황을 설명하고 하루 종일 혼자 있어 고독감과 외로움으로 치매증상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도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는 방편으로 방 내 CCTV설치를 제의했다. 뿐만 아니라 외출 시 길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 “보호하고 계신 분은 아래 연락처로 연락바랍니다(치안센터 및 센터장 휴대폰 기재)” 목걸이 제작해 할머니 목에 걸어줬다고 한다.

4월 2일에는 중구보건소에 치매검사 의뢰(치매 중증 판정)및 동인동 소재 유니온병원 동행, 치매정밀 검사 후 약 처방 받아 동인순찰차로 귀가 조치하기도 했다. 5월 8일 어버이날 카네이션 선물 및 다과류 위문 등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으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2월 18일, 동인치안센터장으로 발령된 이후 관내 독거노인(90여 명)과 기초생활수급자(110여 명)등 상대로 350여회에 걸쳐 도시락 및 밑반찬, 김장김치 배달, 장애인과 독거노인을 복지시설에서 도움을 받도록 주선(6명)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사회가 저출산의 영향으로 핵가족화 되어가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면서 “경쟁사회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로 부모님을 모시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 퇴색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을 위한 공공기관의 지원도 있지만 정작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경제적인 도움보다는 홀로 지내는 외로움과 고통을 들어 주는 가족이다”며 “독거노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과 약자가 범죄의 표적으로 노출되거나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경찰이 이러한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센터장은 부인이 4년 전부터 혈액암으로 투병 중에 있어 가정적으로 어렵지만 내색하지 않고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를 실천, 주변 지인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노세중 한국장애경제인협회대구경북지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이철민 센터장은 정보관으로 근무 할 당시 10여년을 장애인단체를 담당하면서 장애인의 어려움과 고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하신 분”이라며 “평소 장애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마음이 사회적 약자인 독거노인에 대한 위문 활동을 하게 된 동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문경수 동인동방위협의회장은 “(이철민 센터장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독거노인에 대한 위문 활동뿐만 아니라 결손가정자녀와 불우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면서 가정과 학교 문제 등에 대해 상담을 통해 바른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며 “자원봉사단체에 장학금(학비보조)을 받을 수 있도록 불우청소년들을 추천하는 등 동네 그늘지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학업에만 전념토록 하는 활동으로 봉사를 실천하신 분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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