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송봉근 교수] 벌써 4-5 년이 흐른 일이지만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튀니지라는 나라에서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서 과일을 팔던 노점상이 단속을 나온 경찰에 폭행당하고 수레는 부서지고 과일을 압수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진 빚을 갚아야 했던 그는 시청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했지만 공권력은 냉담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소식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타고 삽시간에 온 나라로 퍼져 나갔다. 국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한 달 만에 튀니지를 지배하던 23년간의 독재체제가 무너졌다.
이를 계기로 이웃 이집트나 리비아 등지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체제가 바뀌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를 사람들은 재스민 혁명이라 부른다. 바로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튀니지의 국화가 재스민(Jasmine)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지만 곧 중국으로도 파급되었다. 중국에서도 여러 도시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게 되었다. 외신들은 중국에서의 이런 집회를 모리화 혁명 또는 말리화 혁명으로 불렀다. 재스민을 의미하는 중국어가 모리화(茉莉花)이고 우리 발음으로는 말리화이기 때문이었다.
으레 중국을 여행해 본 사람은 얼마나 중국에서 재스민이 많이 사랑 받고 있는지를 잘 알게 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루 종일 재스민 차나 녹차를 담은 차를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바로 재스민이 가지고 있는 향긋한 냄새와 차가운 성질이 느끼한 중국 음식의 소화를 돕고 속을 편안하게 하며 아울러 독을 없애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 음식은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자칫 조리 과정이나 음식물의 보관 등에 문제가 있게 되면 부패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 기름진 음식은 열량도 높고 소화과정에 더디다. 그런데 식사 전후에 마시는 재스민 차는 이런 부작용의 가능성을 없애주고 오히려 깔끔한 입맛을 남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사실 재스민 차는 이런 효능 외에도 기의 흐름이나 혈액순환을 도와서 면역을 강화시키고 통증을 줄이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중국에서는 이질로 설사를 하거나 배가 아픈 증상에 재스민 차를 마셨다.
눈에 결막염에 있다거나 피부에 상처가 나서 짓무르는 경우에도 소염 해독작용이 있기 때문에 재스민 차를 눈이나 피부에 바르거나 마시면 효과가 있다. 아울러 재스민 차를 마시게 되면 눈이 밝아지고 갈증을 없앨 수 있고 가래를 삭히며 대소변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장이나 방광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효능으로 재스민 차는 혈압을 낮추고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나아가서는 재스민 차가 가지고 있는 항산화효과를 통하여 항암효과를 발휘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이 있다.
재스민 차의 장점 중의 하나는 정신을 안정시키는 진정효과이다. 차를 마시고 난 다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향기가 좋은 차나 식물들은 이런 효과를 가진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주로 뇌의 기능과 역할에 의한 것이다. 사람의 뇌는 대부분 12쌍의 뇌신경의 반응에 의존한다. 이 뇌신경 중에서 제1번 신경이 바로 냄새를 맡는 후각신경이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밖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능으로 위험을 인지하고 자신을 보호해 왔다. 자신을 해치는 적이나 동물의 냄새를 미리 맡고 피한다든지, 부패하거나 독이 든 음식을 냄새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냄새는 바로 후각신경을 통하여 뇌에 전달되어 뇌에 반응을 유도하여 이를 적절히 대응하도록 뇌가 기능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낯선 동물의 냄새나 부패한 음식의 냄새는 뇌에 저장된 공포나 위험을 인지하는 신경의 반응을 유도하여 이를 피하도록 유도한다.
반면에 좋은 향기나 냄새는 뇌의 기능을 안정시키거나 활성화하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좋은 냄새를 가지는 꽃이나 향수를 좋아하게 되고 좋은 냄새를 가지는 음식을 찾게 되고 즐거운 향기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비단 코에서 맡은 향기에 뇌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나 폐 같은 체내 장기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향기 나는 꽃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또 좋은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며 사람의 마음이 안정된다. 바로 사람들이 향기를 음미하며 재스민차를 마시는 이유가 된다.
재스민은 물푸레나무과에 영춘화속에 속하는 식물을 말한다. 원래 원산지는 히말라야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날씨가 따뜻한 지역인 아시아 남부나 동남아시아에서부터 유럽의 지중해 연안 등지에서 전세계적으로 약 200여 종이 자란다.
재스민은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나 일본 등지에서처럼 차의 용도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이집트나 모로코 등지에서는 재스민에서 추출한 정유 성분을 향수의 원료로 사용한다. 인도 남서부지역에서는 재스민을 집집마다 재배하는데 부처님께 기도하거나 결혼식이나 축제와 같은 의식에 사용하기도 하고 머리에서 좋은 향내가 날 목적으로도 활용한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사원 앞에서 흔히 재스민 꽃을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튀니지와 마찬가지로 재스민을 국화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재스민을 결혼식이나 종교의식에서 사용한다. 파키스탄이나 필리핀에서도 재스민이 국화이다. 화와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도 재스민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재스민에서 추출한 정유는 향기치료의 원료로 사용한다. 후각신경을 통하여 뇌에서 진정효과를 유도하기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해소 및 천식과 같은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있다. 피부 바르면 염증을 없애고 피부를 윤택하고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중국 남부에서는 간염을 치료하는데도 재스민을 활용한다. 실험을 해보면 재스민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 성욕을 자극하는 효과 때문에 많은 성기능 장애에도 활용된다.
재스민 꽃뿐만 아니라 뿌리는 한의학적으로 쓴맛을 가지며 약간의 마취작용이 있다. 그래서 통증을 줄이는 효능이 있어 몸을 다치거나 치통이나 두통 등의 증상에 활용한다. 불면 증상에도 재스민 뿌리를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 재스민의 잎은 한의학적으로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는 효능을 가진다. 감기로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프면서 설사할 때 달여서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중국 청나라 말 최대의 권력을 휘둘렀던 인물 중에 서태후가 있다. 그녀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차에 금가루를 넣어 마신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녀가 즐겨 마셨던 차의 하나가 바로 재스민 차였다. 세상의 권력을 다 가진 그녀가 애용한 차라면 그만큼 맛이나 향기나 약효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된다. 따스해진 창가에서 따뜻한 재스민 차를 마시며 가을이 오는 변화를 음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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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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