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메르스 사태, 정부.삼성서울병원 공동책임"...문형표 징계 대상서 빠져 논란

노현주 기자 / 기사승인 : 2016-01-14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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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문형표 전 장관이 감사 착수 전인 지난해 8월 사퇴해 징계 책임 못 물어
▲ 14일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동대응 및 확산방지 실패 원인과 책임자들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Newsis
[일요주간=이민식 기자] 지난해 5월 20일 국내에서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총 186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20.4%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의 총제적인 문제점을 점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14일 나왔다. 감사원은 국회의 메르스 사태 감사 요구에 따라 지난해 9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를 실시해 총 39건의 문제점을 밝혀냈다. 특히 당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등이 초동대처와 확산방지에 실패해 총체적 난국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최초환자(1번 환자)의 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이틀이 지난 후에야 검사를 실시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경유 사실을 숨겼을뿐만 아니라 역학조사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내부 의료진에게 조차 환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폐쇄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보건소, 삼성서울병원에 주의조치와 관련자 징계, 제재조치 등을 통보했다.

그런데 이 징계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메르스 초동대처 실패 등 방역실패와 관련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반면 메르스 사태 발생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해당 기관 고위공무원들이 모두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당시 최종 책임자였던 문형표 장관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장관직에서 경질됐지만 지난해 연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15일 해명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15일 중징계 요구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제공했다"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사 착수 전인 지난해 8월 26일 사퇴해 징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퇴직자라도 관계기관에 비위행위를 통보하고 있다"며 "문형표 전 장관의 경우 중징계 또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보건당국의 초동대응 및 확산방지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초동 대응 부실이 낳은 대재앙

감사원은 초등대응 부실이 메르스 확산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지난 2012년 9월 메르스 최초 발생 후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차례에 걸친 권고(연구 및 감염 방지대책 마련 필요)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사전대응에 소홀히 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질본은 메르스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은 물론 1번 환자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수행했다. 질본은 또 WHO 등의 밀접접촉자 기준 분석이나 전문가 자문을 받지 않은 채 관리대상(밀접접촉자)의 범위(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를 좁게 설정해 피해를 키웠다.

질본은 최초환자의 신고를 받고도 검사를 34시간이나 지체하는 바람에 최초환자가 병원 방문자 및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질본은 메르스 전염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방역망을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로만 한정해 의료진 등 20명만 격리한 채 역학조사를 종료했다. 그 결과 1번 환자와 접촉한 14번, 15번, 16번 환자 등 5명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됐고 이들이 다른 병원 등으로 이동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14번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서 81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나머지 4명도 지난해 5월 28일~31일 사이 여러 병원을 경유하면서 다수 환자를 감염시켰다.

◇병원명 등 정보비공개로 확산방지 실패

메르스 사태 초기 보건당국이 병원명과 환자 등의 정보를 비공개 한 것도 메르스 확산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즉 환자가 입원한 병원과 이동 경로 등을 감추는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지난해 5월 28일 1번 환자가 입원한 평택성모병원 8104호외에 8103호 환자(6번)가 확진 판정을 받아 초기 방역조치에 실패했다.

감사원은 “당시 역학조사만으로는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격리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상황이었는데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 방역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며 “결국 대책본부는 메르스 최초환자가 발생하고 일주일 뒤인 6월 7일에야 병원명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31일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일부(117명)를 대책본부에 제출했지만 즉시 격리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14번 환자와 접촉한 76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됐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76번 환자는 강동경희대병원 등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12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중 2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4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일부 명단(561명)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6월 2일에야 전체 명단을 확보했다. 특히 병원에서 제출한 접촉자 명단에는 보호자 등이 누락돼 제대로 추적조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자 총 90명 중 40명이 접촉자로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 확진됐다.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40명 중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책본부는 또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확보한 명단을 전국 시·도 보건소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가 복지부 장관의 질책이 있은 후에야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노출환자에 대한 추적조사 및 보건소를 통한 격리 등 후속조치가 7일 간 지연돼 추가 확산방지 기회를 놓쳤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병원내 의료진에게도 환자 공유 안해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부실대응으로 국내 최고 병원이라고 자부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지난해 10월 12일 당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메르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메르스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한 사실을 알고도 병원 내 의료진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도화선이 됐다.

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 의사들은 1번 환자가 거쳐 간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한 뒤 내원한 14번 환자를 응급실에서 치료했고 대규모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5월 30일 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구받은 후 678명의 명단을 작성하고도 117명 명단만 제출했다. 나머지 명단(561명)은 6월 2일에야 제출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업무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본부 역시 삼성서울병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6월 1일 오후 11시경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6월 4일에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는 정부의 초동대응 부실과 정보비공개 등 메르스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 조치와 관련된 문제점을 점검하는 중점을 뒀다”며 “그간 언론과 국회(메르스 특위) 등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지난해 9월 1일 발표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검검해 감염병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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