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차 정부조사 피해자의 92%(사망132명)
SK케미칼의 원료로 만든 가습기살균제 사용"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최근 제조사 및 판매사 전·현직 임원들 수십 명을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최초로 원료를 개발해 공급한 SK케미칼(당시 유공)을 상대로도 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환경보건시민단체와 가습기피해자모임 측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SK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재직한 SK케미칼 최창원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14명을 검찰에 추가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SK케미칼은 1994년 당시 세계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했다면서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제품이라고 했지만 17년이 지난 2011년 1-2차 정부 조사에서 원인미상의 폐손상 사망원인이 가습기살균제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2015년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피해조사를 한 결과 530명이 피해자로 확인됐고 이중 143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품을 처음 개발했을 당시 흡입독성실험과 위해성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이 제품은 판매되지 못했을 것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개별 제품별 사용피해자로 구분하면 피해자는 530명에서 770명으로 더 늘어난다. 이중 SK케미칼의 원료를 사용한 제품별 피해자를 보면 옥시제품 401명(사망100명), 에경제품 128명(사망27명), 롯데PB 61명(사망22명), 홈플러스PB 55명(사망15명), 이마트PB 39명(사망10명), 코스트코 PB 등으로 사망자는177명이다. 제품별 피해자의 92%가 SK케미칼이 만든 원료로 만든 제품사용자들인 셈이다.

SK케미칼 최창원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들 고발"
환경보건센터는 또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 표시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벌한 자료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PB, 롯데마트 PB 제품의 살균제 물질은 SK케미칼이 개발한 SKYBIO1이였으며 구성원료는 PHMG가 주성분이었다. 애경, 이마트 PB, GS마트 PB, 다이소 PB의 살균제 물질 역시 SK케미칼이 개발한 SKYBIO FG이고 구성원료는 방부제인 CMIT/MIT가 주성분이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럽에서 수입한 원료를 사용한 세퓨, 아토오가닉을 제외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92%가 SK케미칼이 개발하고 공급한 화학물질 살균제를 사용한 제품들을 사용했다는 게 환경보건센터의 설명이다.
즉 국내 가습기살균제 대부분의 원료인 PHMG와 CMIT/MIT를 SK케미칼이 공급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가장 큰 책임자라는 것.
환경보건센터는 “SK케미칼의 책임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살균제의 호흡독성유해성을 인지하고도 원료제품을 공급했는지 여부다”며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옥시싹싹가습기 당번의 원료인 PHMG의 경우 2003년 호주국가 산업화학 물질 신고평가기관(NICNAS)에 SK글로벌호주법인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분진형태의 당해 물질의 흡입 위험은 상당하다’라고 나와있다. 또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03년 호주 평가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후인 2012년에야 PHMG를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 환경보건센터는 “SK케미칼이 만들어 공급한 PHMG 상당량이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판매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위험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계속 살균제를 팔아왔다는 이야기가 되며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회사이며 이마트가 판매한 이마트PB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회사는 애경이다. 이 두 제품의 주성분은 SK케미칼의 CMIT/MIT다.
CMIT/MIT의 경우 1998년 미국환경보호국(EPA)에서 독성물질로 분류했는데 환경부는 PHMG와 함께 2012년 이 물질을 유독물질로 지정됐다.
환경보건센터와 기습기 피해자모임 측은 기자회견 말미에 SK케미칼의 전·현직 임원을 고발하는 이유에 대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의 가습기살균제 시장에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공급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히고 “SK케미칼은 자사의 가치를 ‘우리는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인류의 건강을 증진 시킵니다’라는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모른 채했으며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기는커녕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한편 SK케미칼 측은 <일요주간>과의 전화통화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방침 상 (언론에) 멘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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