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절대 건강하지 않다.
스마트폰 속에 있는 작년의 내 사진만 보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왜 늙어가는 것인가? 결국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110세까지 사는 것보다 벼락을 맞아 죽기가 오히려 쉽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결국 늙어서 죽게 된다. 실제로 120세가 인간의 한계수명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장수를 꿈꾼다. 그것도 젊음을 유지한 채로. 옛날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일례로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으려 애썼다. 영국에서는 장수에 대한 열망이 허상으로 발전한 나머지 토머스 파라는 사람은 본인이 150년 넘게 살았다고 주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었다.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두려움인 노화와 죽음에 대해 살펴보겠다. 1940년 항생제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는 전염병이 가장 흔한 사망원인이었다. 1900년에는 폐렴, 독감,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오늘날의 3대 질병인 암, 심장병, 뇌졸중으로 죽는 사람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았다.
하지만 항생제 덕분에 더 이상 전염병이 큰 위협이 되지 않게 된 오늘날 폐렴, 독감, 결핵으로 죽는 사람은 3대 질병으로 죽는 사람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즉, 공중위생과 의약품의 진보로 말미암아 인간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항생제의 출현 이후로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수 있는 물질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의학적인 진보는 더 이상 우리에게 수명을 충분히 연장해줄 수 없는 듯하다.
실제로 사이언스지에 실린 올산스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암이 내일 당장 사라진다 해도 인류의 수명은 2년밖에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심장병을 없앤다 해도 3년이나 4년 정도만 더 살 수 있을 뿐이다.
●남성보다 죽을 확률이 낮고 더 오래 산다.
이제 수명의 길이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은 단 하나 뿐이다. 바로 성별이다. 여성은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나 남성보다 죽을 확률이 낮고 더 오래 산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여성은 남성보다 6.2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생활이 힘들고 수명이 40년밖에 되지 않는 나라뿐만 아니라, 80년까지 살 수 있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원인으로 행동 양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남성은 숲이나 중역실에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분명 더 많으며, 갑자기 죽지는 않더라도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또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치매기라고 불리는 청년기에 과도한 치기와 허세로 폭행과 사고를 당하곤 한다.
두 번째는 여성의 면역계가 남성보다 더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임신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남성보다 면역계가 더 활발히 작동한다. 민감한 면역계는 암 조짐을 보이는 세포를 보다 잘 먹어치워서 수명을 연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오래 살고 싶어서 남자가 여자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하게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국 더 이상 수명을 늘리는 데에 미련을 버리고 노화의 과정에 집중해야하는 수밖에 없다.
노화에 관한 이론의 규모와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더욱이 노화 과정에서 신체에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가 계속 발견될수록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의학 연구자에게 인간이 왜 늙는가를 묻는다면, 전공 분야에 따라 그 답이 상당히 다를 것이다.
신경학자는 뉴런에 손상이 축적되어 노화가 일어난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 심장병리학자는 심장과 동맥이 손상을 입어 생명 유지에 필요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세포생물학자는 일반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손상된 분자, 즉 프리래디컬이 세포의 중요한 부분을 파괴하여 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고 망가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할 것이다.
이처럼 과학의 분야는 매우 다양하여 하나의 이론에서 다른 수백 가지 이론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노화를 인과론의 관점으로 해석을 하면은 두 가지 이론만 남게 되는데 바로 종의 이익 이론과 생명 활동 속도 이론이다.
우선 종의 이익 이론에 대해 살펴보자. 하나의 종이 다른 생명체의 진화를 따라잡으려면 새로운 변이나 유전자의 기발한 조합이 어떻게든 일어나야 한다. 한 세대가 죽고 다음 세대로 바뀌어야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일어나며, 그래야 새로운 유전자 조합은 자연선택에 의해 걸러지면서 더욱 정교한 단계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세대교체를 위한 죽음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낙관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해야
21세기 인류가 다른 생명체와 진화의 군비경쟁을 하는 상대는 바이러스와 진균,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 말고는 없다. 따라서 종의 이익 이론을 참고하여 우리가 노화를 늦추기 위한다면, 그들과 싸우지 말고 공생하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항생제와 백신은 인류의 노화를 방지하는 데에 방해가 될 뿐이다. 예전 우리가 미토콘드리아를 받아들여 공존했던 역사의 지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번 째는 생명 활동속도 이론인데, 이 이론은 말 그대로 생명체가 살아가는 속도가 노화를 유발한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이론은 에너지 소비 속도와 그에 따른 생화학 작용의 속도가 노화를 유발하고 조절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생명 자체가 파멸적이고 자기 제한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1950년대 말에는 미국의 생물학자 조지 사커가 포유류의 몸무게, 대사 속도, 그리고 수명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는 포유류 수십 종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체중 증가와 함께 수명이 증가하는 것은 대사 속도가 떨어지는 것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결국 낙관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해야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갓 회사에 취업하여 일 년 동안 살인적인 업무를 감당하고 거울을 들여다본 신입사원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
더 이상 수명연장이란 허황된 꿈을 쫒을 필요가 없다. 인간에게 주어진 천수를 누리되 건강하고 젊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 그리고 여유를 누리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항생제 등이 남용되는 현실과 점점 오염되는 자연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는 현실을 떠올려보면, 오늘도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대한한의원 장상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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