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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은 칼럼니스트 |
이미 위기시작이라 생각하고 국정 임해야
비아냥 ‘청문회 대신 여론조사 통해 임명’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발표한 대통령의 직무평가에 따르면 취임 후 70~80%대를 시종 유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다. 지난 선거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문 대통령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 여론에 나타난 상징적 지표라고 하겠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하는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모든 것이 앞으로 잘 해 나갈까? 그것마저 의아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과 같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장차 성공한 정부로 역사의 평가를 받겠지만 넘어야할 고비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위기'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인식을 하고 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높은 지지율은 감사한 일이지만, 걱정 역시 동시에 주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대 최고의 지지율이란 지금 이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매우 불가능하며 유지하는 것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앞으로 언제든지 지금보다 떨어질 것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대통령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을 위해서도 성공해야 할 정부다. 이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지만, 전임 정부에서 말도 많았던 '소통'이란 측면에서 문대통령 정부가 소통에는 매우 성공한 정부로서 역사의 평가를 받기위해 유념할 사항을 몇 가지 짚어 본다.
출발점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부터 분석해 보는 일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공감 능력'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국가에 무엇을 바라는지를 정확히 짚어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령 등이 가려운데 허벅지를 긁어주면 시원할 리 없다. 이를 문 대통령은 정확히 찾아 시원하게 긁어주니 지지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직전 정부의 불통과 상상을 초월한 국정농단의 중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덕을 단단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직전 정부의 부덕이 국민들로 하여금 낮은 자세로 임하는 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태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위 수용자의 입맛에 부응하기 위해 조준 사격 식으로 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 대통령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5.18 기념행사, 현충일 행사, 소방공무원 격려, 시도지사와의 간담회, 청와대 일반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식사 모습 등에서 우리는 과거와 달라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다. 스스로를 '낮추는' 행보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은 많이 했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면 뒤로 물러앉아 보고 받고 지시하는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에 익숙해있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 스스로가 '격'을 따지지 않고 여야 정치인을 찾아가서 직접 만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은 결과를 떠나 그동안 국민들이 기대해왔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 정부가 앞으로 유념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팀플레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지난 한달 동안은 대통령의 개인기에 의존한 성공이었다면, 이제 정부 각 부처의 시스템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새로 취임하는 내각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진들은 ‘내가 잘 나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시대적 소명에 부응할 소임이 있기 때문에 여러 흠결에도 불구하고 중책을 맡은 것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 이상으로 공감능력과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대통령이 애써 벌어놓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각부 장관이 까먹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각 부 장관이 달라지면 일선 공직자도 변하기 마련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이런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법제도 개혁'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법제도 개혁이 물론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실효성이 있는 것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그 정점에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이 있다. 협치를 공약했다면 자격이 안 되는 장관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 곤혹스런 대통령을 도와주어야 한다.
국가 홍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때에 학계를 비롯해 언론계 등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나서서 새 정부의 홍보 시스템을 어떻게 짜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 정부 홍보조직도 상황이 변화하고 새로운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개편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스템 개혁에 대한 논의보다 지금 더 시급한 것은 공직사회 전반에 공감능력 함양과 같은 '마인드 혁신'이다.
소통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 소통은 더더욱 중요하다. 국내 홍보에 비해 대외 홍보, 특히 대미 홍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늘고 있다. 특히 사드 문제에 관해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는 노력을 하는 것과 같은 무게로 대외홍보에도 각별한 보조를 맞춰가야 한다. 다양한 이슈와 역학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것이 지금 한반도 주변정세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번 6월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제기되었던 여러 대미외교를 비롯하여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문제의 의아심을 말끔히 씻기 바란다. 최선의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치 않도록 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미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인식을 갖고 국정에 임한다면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청문회에서 야당의 “청문회 무력화로 선전포고”라고 강력 반발해 벼랑 끝 대치정국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고위공직자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해 옥석을 가리고 정부를 견제하는 청문회 취지와 국회역할을 가볍게 여기는 듯 한 인식이 엿보인다. 청와대도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데 참고토록 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국민 여론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아예 청문회 대신 여론조사를 통해 장관을 임명하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국민 판단 우선’은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지지율이 고공 행진할 때야 좋겠지만 앞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때도 국민 판단에 맡길 것인가. 청문회를 경시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로 보아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에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관 인준과 장관 임명 절차에 차이는 있다고 하지만 ‘내로남불’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야당 때 청문회 의미를 강조하더니 지금은 딴판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의 야당 시절을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역지사지 또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은 인사청문회는 결국 부메랑과 같은 불행한 역사를 답보하는 일이다. 장관 후보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대통령의 걱정을 덜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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