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삼성화재배 2연패 노린다

백대현 프로 8단 / 기사승인 : 2013-10-15 07: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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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 진출자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10월 8, 10일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과 8강전이 대전 삼성화재배 유성 연수원에서 벌어졌다. 8일 전기 우승자 이세돌을 비롯해서 박정환, 김지석, 박영훈, 안성준까지 5명이 16강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구리를 비롯한 11명의 정상급 기사들과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한국은 박영훈이 탕웨이싱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이세돌은 32강전에서 패했던 천야오예와의 리턴 매치를 승리로 장식했고, 박정환은 저우루이양을, 김지석은 판윈러에게, 안성준 역시 중국의 구리를 제압하며 4명이 8강 무대를 밟아 16강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10일에 펼쳐진 8강전에서는 중국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이세돌이 추쥔을 물리치며 4강에 올라 명맥을 유지했을 뿐 박정환, 김지석, 안성준은 각각 스웨, 탕웨이싱, 우광야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정환은 불리한 바둑을 스웨의 실수를 틈타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웨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았다. 좌변에서 필살의 승부수를 던졌고, 박정환이 이에 걸려들어 재역전을 허용하며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안성준 역시 초반부터 좋은 않은 형세가 이어졌지만 중반에 기회를 잡아 역전 무드를 잡았다. 하지만 우광야가 중앙에서 패를 연출하며 안성준을 강하게 몰아붙였고, 이 과정에서 우광야의 힘에 밀려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김지석은 탕웨이싱에게 초반에 많은 실리를 허용하며 실리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어려운 국면을 뒤집기 위해 중앙 대마에 올인하며 대마 사냥에 나섰지만 탕웨이싱의 부드러운 타개에 막히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세돌 역시 초반 출발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중반 이후 이세돌은 특유의 공격력으로 상대의 허점을 찔러갔고, 이 과정에서 추쥔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도 전기 대회 우승자이며 삼성화재배에서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삼성화재배와의 인연이 깊은 이세돌이 4강에 진출했기에 우승에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중요한 변수는 최근 이세돌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16강전과 8강전 모두 승리하기는 했지만 역전승이고 내용 면에서는 이세돌이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도 4강전이 벌어질 때까지 아직 한 달여의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4강전 대진 추첨 결과 이세돌 vs 우광야, 스웨 vs 탕웨이싱의 대진이 결정됐다. 올해 LG배를 우승한 스웨와의 만남 보다는 우광야와의 승부가 한결 편하게 느껴진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지난 대회부터 우승 3억 원, 준우승 상금 1억 원으로 증액해 총상금 규모는 8억 원이며, 제한시간은 각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준결승전은 오는 11월 4일, 6일, 7일 대전 삼성화재유성연수원에서 열리며 이제부터는 단판 승부가 아닌 3전 2선승제로 진행된다.

박정환 4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

박정환이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박정환은 9월 한달 동안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중국의 라오싱원과 구리를 꺾으며 본선 16강행을 결정지었고, 바둑리그에서도 2번 출전해 2승을 거두는 등 7승 1패의 호조의 성적을 보이며 랭킹 점수 9,794점을 거두며 4개월 연속 랭킹 1위 자리를 지켜냈다.

2위 김지석도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커제와 최철한에게 승리를 거두며 2승으로 본선 16강에 올랐고,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준결승에 오르는 등 7승 1패를 거두었지만 점수 차이를 별로 줄이지 못하며 9,760점으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세돌 역시 삼성화재배에서 일본에 고마쓰 히데키를 꺾고 본선 16강에 올랐고, 제41회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에서 4강에 오르는 등 8승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나 9,721점으로 3위에 머무르며 1~3위까지 순위 변동은 없었다.

전달 랭킹 5위를 기록했던 박영훈이 9승 2패의 성적을 거두어 6승 4패를 기록한 최철한을 한 단계 끌어내리며 4위 자리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현재 해군 복무 중인 윤준상이 1년 3개월만에 10위에 오르며 오랜만에 톱 10 진입에 성공했고, 17위였던 이창호가 1승 3패의 성적으로 21위를 기록하며 4단계 하락했다.

중위권에서는 올해 3월 제대한 김주호가 바둑리그에서 랭킹 상위권에 속해있는 신민준과 안성준에게 승리하며 2전 2승으로 전달 44위에서 9단계 상승한 35위에 오르며 가장 높은 랭킹 상승폭을 보였다.

여자 기사 중에서는 박지은이 99위에 오르며 유일하게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한국랭킹은 레이팅 제도를 이용한 승률기대치와 기전 가중치를 점수화 해 매달 랭킹 100위까지 발표된다.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
흑: 이세돌 백: 천야오예
결과: 266수 흑 반집승


이세돌이 중국의 일인자 천야오예와의 리턴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천야오예가 강한 면모를 보이는 후반에, 그것도 역전 반집승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천야오예를 당황케 한 이세돌의 후반 흔들기의 힘을 함께 감상해보자.

초반 출발은 이세돌이 좋았다. 하지만 중반에 느슨한 행마로 인해 후반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선 이세돌의 덤이 부담되는 형세다. 천야오예는 중앙 흑 모양만 지우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1도 백 1로 중앙에 특공대를 투입한다. 이 수는 과연 중국의 일인자다운 멋진 수였다.

단순하게 2도 흑 1로 차단하는 것은 백 2로 중앙 백 한점이 연결되어 중앙에서 흑 집을 기대할 수 없다. 3도 흑 1로 반대편을 차단하는 것도 무리. 백 2에 흑 3으로 차단하는 것이 기세이나 백 12까지 오히려 중앙 흑이 더 위험한 상황이다. 이에 이세돌은 4도 흑 1로 치받아 천야오예의 응수를 물어본다.

그러자 천야오예는 백 2로 실리를 챙겨두었고, 흑 3에도 백 4의 큰 자리를 차지한다. 중앙 백 한 점은 공격 당할 돌이 아니라는 자신감이다. 흑 5의 차단에 백 6이 좋은 행마. 5도 흑 1로 밀어서 공격하는 것은 백 2로 늘어두고 흑 3의 씌움에 백 4로 되 젖히는 수가 좋아 공격이 쉽지 않다. 현재 두 기사 모두 초읽기 상황이어서 시간이 없다.

직접적인 공격이 어렵기 때문에 이세돌은 6도 흑 1, 3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며 기회를 노린다. 천야오예 역시 백 4의 큰 곳으로 손길이 갔고, 이세돌도 다시 흑 5, 7의 맛 좋은 끝내기를 한다. 이에 천야오예가 백 10이하 중앙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이제는 정말 이세돌이 덤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이세돌은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도 7도 흑 1로 침착하게 중앙을 견제하고 백 2에 흑 3의 반상 최대의 곳을 차지한다. 여기서 백 4에 늘어둔 것이 완착. 이대로 가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이세돌이 흑 5, 7로 승부수를 띄우게 되는데 이것이 반집 역전승의 시초다.

패를 굴복 시킨 후 흑 13의 붙임이 좋은 맥점. 백 4로는 8도 백 1로 중앙을 정리해 두는 것이 정수였고, 흑2는 백 3, 5로 물러나면 큰 문제가 없었다. 이러한 진행이라면 덤에 확실히 걸리는 모양. 9도 흑 1로 패를 따낼 때 백 2로 막아 둔 것이 이세돌 다운 멋진 승부호흡이다.

10도 백 1로 차단하는 것은 흑 2를 선수한 후 흑 4로 차단해서 중앙에서 백의 손실이 크다. 백 1로 차단해 흑 두점을 잡는 것은 소탐대실. 흑 6까지 흑 우세의 국면이 연출된다. 이에 천야오예는 12도 백 1을 선택했고. 흑 2로 중앙에서 승부를 가늠할 중요한 패가 벌어진다. 팻감은 천야오예가 더 많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 와중에도 흑 12의 붙이는 최선의 수를 찾아냈고, 이렇게 계속되는 이세돌의 흔들기에 당황한 천야오예에게 패착이 등장한다. 무심코 백 13으로 패를 해소한 것이 패착. 흑 14로 중앙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이세돌이 중앙에서 큰 이득을 챙겼다.

백 13은 흑 2의 곳에 이어서 패를 해소해야 했다. 그러면 흑도 중앙 정리가 쉽지 않았고. 바둑은 미세하지만 백의 승리가 확실했다. 중앙에서 역전에 성공한 이세돌은 이후 완벽 마무리를 선보이며 결국 역전 흑 반집승을 거두었다. 7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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