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가족을 통합된 단위로 묶어진 질환
가족까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소진하게
‘국가와 의료인’ 제도적 시스템 시급히 보완
![]() |
||
▲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은 평생 동안 암을 진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국민 질환이 된 것이다. |
● 국민의 3분의 1은 진단받을 것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은 평생 동안 암을 진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국민 질환이 된 것이다. 게다가 암환자와 같은 집에서 살면서 그를 보살펴야하는 가족구성원의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암과 관련이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암환자의 치료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암환자를 간병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르고 간호에 필요한 사람의 수도 암환자의 수보다 더 많은 만큼, 이제는 암환자 가족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암은 진단을 시작으로 하여 치료종결의 순간까지 죽음을 연상하게 한다.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 암은 환자 개인의 질환이 아닌 ‘가족질환’으로 간주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암 환자와 가족을 하나의 통합된 단위로 인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가족의 유대관계가 밀접한 까닭에 환자는 병상 간호를 가족에게 받길 원하고, 가족도 간호는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잡혀 있다. 암환자가 생기자마자 직계가족의 생활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리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암환자 가족은 암을 정복하는 목표를 향해 환자와 한 배를 타고 기나긴 치료의 길을 떠난다.
진단 시기에는 질병 관련 정보를 탐색하고, 치료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도우며, 환자가 겪는 불안이나 우울 등의 정서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항암화학요법 등의 치료가 진행되는 시기에는 환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 등을 해결하며, 병원 방문, 검사 진행, 항암제나 진통제 투약 등을 돕기도 한다.
치료가 종료되고 추적 관찰을 하는 추후관리 시기에는 재발에 대한 걱정, 불안 등의 심리적인 문제들을 함께 공유하며, 문제 해결을 돕고, 환자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식생활이나 운동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서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암에 걸릴 줄 알고 미리 준비를 하는 가족은 없다는 것이다. 암환자 가족 중에 70~80%가 스스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치료과정에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
||
▲ 암환자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업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한 수입의 감소와 치료비 부담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
● 암환자만큼이나 가족들 상당한 고통
이로 인해 암환자만큼이나 암환자가족들도 상당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환자의 분노와 우울,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을 지켜보면서, 본인들도 분노, 우울, 불안 및 죽음에 대한 예비적 슬픔을 경험한다. 따라서 암환자 가족의 57%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힘든 감정을 노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큰 고통을 당한다.
이외에도 암환자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업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한 수입의 감소와 치료비 부담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조사결과 암환자 가족의 20%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31%의 암환자 가족은 저축의 대부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암치료에서 입원과 외래의 비중은 줄어들고, 가정내 경구 항암약물투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가족에게 부여되는 간호 부담은 더욱 더 증가하고 있다.
질병을 앓고 있는 과정뿐만 아니라 환자의 죽음 및 그 이후 사별 시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암은 가족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암환자 가족도 병원 신세를 져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소화성 궤양, 천식, 습진, 궤양성 대장염, 갑상선기능항진증, 화병 등의 질환은 이미 암환자 가족에게 발병률이 높기로 유명한 질환이다. 결국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모든 병에 취약해지는데, 암환자 가족이 일반인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암환자 가족이 겪는 고통이 암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결국에는 환자와 가족 모두 중요한 간호대상자로 바라봐야 한다.
우선적으로 암환자 가족의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암진단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주도로 암환자 가족이 편리하게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한 의료사회복지사 제도의 도입이 환자 가족의 심리적 부담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의료사회복지사 제도를 홍보하고 그 사회적 기능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부양자가 환자의 간병으로 인해 겪고 있는 시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나라의 지원을 받기위한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더욱이 간병인을 통한 간호의 질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가 전문 간병인 체계를 확립하여 누구나 쉽게 간병인의 도움을 믿고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암 진료비에 대한 보장성을 더욱 강화하여, 암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국가에서 대신할 수 있도록 보험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가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암환자 가족이 느끼는 병원이나 의료인에 대한 불만은 부적절한 대우(31.2%), 비치료적 환경(24.5%), 병원 환경의 불편함(25.8%) 순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따라서 의료인은 암환자 가족이 처한 상황을 깊이 공감하고 심리적 지지를 해주고, 환자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한다.
또한 암 진단만 없었다면 행복하게 천수를 누리고 눈을 감으셨을 분에게 과잉진단으로 암환자의 딱지를 붙여, 그와 가족이 괜한 고생을 겪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의 시간을 갖을 필요도 있다.
암환자에게 있어 가족과의 긍정적인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가족을 통해서 사랑과 지지, 안정을 얻게 된다. 그러나 암투병이 길어질수록 가족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정부와 의료인의 관심과 노력으로 암환자와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이 안정화된다면, 가족의 힘으로 암환자는 더 빨리 치유될 것이고 우리 사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