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김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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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명 시인 |
● 가을입니다. 이번 초대석은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김지명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10월 중순 이쯤이면 <달빛 소리 수목원>의 풍경이 절정을 이룰 것 같아요. 날마다 만나는 수목원의 아름다움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길 바라며 질문 이어가겠습니다.
▶ 수목원의 아름다움은 글과 말로는 어떤 심상으로도 모두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말하는 그 순간 색과 향이 바뀌기 때문이에요. 직접 보신다면 오감이 열리는 수목의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 선생님께서는 2013년 《매일 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와 『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를 출간하셨습니다. 2013년 ‘쇼펜하우어 필경사’로 등단하신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요.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와 등단 작품에 담긴 의미를 들려주시겠어요?
▶ 초등학교 시절 짧은 글짓기 숙제가 재밌던 기억이 납니다. 한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드는 건데 여러 상상을 하며 숙제를 했어요. 할머님께서 이야기를 맛있게 꾸며 주셔서 흥미를 더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계기로 책과 가까워진 것 같아요. 교복을 입고 시집을 끼고 다닐 때는 문학소녀라는 말이 부끄럽지만 좋았던 시절이었지요. 시간이 지나 시와 친해지고 오랫동안 습작을 하다가 뒤늦은 등단을 했습니다. 「쇼펜하우어 필경사」는 쇼펜하우어를 앞세워 시적 자아가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내는 실존법이라 할까요? 필경사는 원지原紙에 철필로 글씨 쓰는 사람을 뜻합니다. ‘필경사’라는 언어는 저와 친한 어휘예요. 그래서 저를 자주 따라다녔지요. 이유인즉 초등학교 고학년 때 아침 자습 시간에 풀 문제를 직접 철필로 그어 시험지를 출제한 기억이 깊이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쇼펜하우어 필경사’는 지상의 혼돈을 이미지로 써 나가며 ‘당신의 자서전’이 가진 모호하고 풍요로운 세계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어요.
● 선생님의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 이십 년 동안 대전에서 익산으로 오가는 행보를 접고 얼마 전에 익산 시민이 되었지요. 며칠 잠깐씩 머무는 것과 아예 정착한 생활의 괴리감에 한동안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침마다 싱잉볼 테라피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물론 산책은 일거리가 눈에 보이면 그대로 노동이 되지만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기분으로 상쾌하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장애인과 지역 아동들을 만나 농장 활동 수업을 합니다. 몇 해 동안 텃밭 활동, 원예활동, 자연 생태 활동, 문예활동을 여러 선생님과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꾸려가고 있어요.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활동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가 있지만, 서서히 소통이 가능해지자 그 친구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제가 더 힐링되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들은 가끔 시적 화자로 등장하기도 해요. 내 삶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 시켜주는 대상들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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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울림 미러볼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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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레국화 속 양귀비 정원 |
● 선생님의 시에는 새와 나무가 자주 등장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수목원에서 생활하며 자연이 시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주세요.
▶ 수목원에 오래된 나무가 많아요. 이십 년 전 이백 살 드신 층층나무 어르신이 계셨어요. 높이가 아파트 2층은 되었을 겁니다. 남부 지방 산골에서 계시다가 낯설고 물설은 수목원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반년쯤 지났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와서 그네를 타고 놀고 있는 거예요. 놀라서 아이들을 저지하려는데 백순 가까운 할머님이 그냥 놔두라고 하십니다. 나무도 아이들이 와서 재잘거리는 것을 흡족해할 거라는 말씀으로 손사래를 치셨지요. 혹시 할머님 마음이 어르신 나무 마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지만 아이들을 그냥 놔두었지요. 그리고 반년이 지나서 층층나무 어르신은 운명을 달리하셨답니다. 나무 세력이 약해지자 수많은 깍지벌레가 스스스 소리를 내며 오르내렸어요.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첫 번째 시집에 수록한 「스완송」 시를 완성했어요. 혹여 죽은 나무래도 베어내지 마라. 새들이 다리 쉼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그 자리에 있게 해라. 할머니 말씀이었지만 나무 어르신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하고 「스완송」 시 속으로 할머니를 모셨지요. 돌아가시기 전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음을 확인하듯” 할머니 같은 “나무는 새의 울음으로 울었다” “노을 쪽으로 잘려나” 간 그 자리에 스완송 할머니는 우리들 마음 숨터, 그루터기로 계십니다.
● 선생님의 시는 ‘절제된 언어미’와 ‘여백의 미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평론가들은 선생님이 “일상의 사소한 사물을 시적 감성으로 전환하는 데 탁월하다”라고 평가하는데요. 수목원 생활 속에서 어떤 순간들이 시의 소재가 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우리가 사는 익산의 수목한계선은 중부지방에 가까운 기후이지요. 그래서 남부 수종인 나무들은 착근하기 힘들어요. 수목원에 있는 동백과 금목서가 그렇답니다. 월동 대비 식물보호제를 분사해서 겨울을 나게 해야 하는 수종들입니다. 영하 5도가 연속적 3일 이상 되면 반드시 코팅을 해줘야 동해를 입지 않고 다음 해 꽃을 볼 수 있지요. 몇백 그루를 관리하다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랍니다. 그런 고충을 감내해도 워낙 추운 겨울, 기후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은 동사하는 나무를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인간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지요. 그 아픔을 ‘시’로 담아낸 시가 있어요. 「금목서 목간」이라는 시가 그래요. 대중적이지 않은 금목서는 가을에 독보적 향기로 우리들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금목서는 샤넬 No.5 재료입니다.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가치 너머 가치가 있다는 말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상 기후로 꽃들이 덜 피거나 안 피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꽃 중의 꽃이라는 의식이 참담해지는 순간을 의인화해서 고전적인 편지글 형식으로 시를 완성했어요. 아주 먼 옛날 공룡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가 기후 변화일 거라는 예상처럼 우리 인류도 편리한 문명 생활을 추구하다가 사라진 공룡이 되지 않나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 달빛소리 수목원에 담긴 의미와 수목원을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 달빛소리 수목원이라는 의미는 동네 명칭 ‘담월’에서 시작되었어요. 맑은 동네 뒷산의 대숲에 앉은 달이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아 달빛소리 수목원이라고 남편이 지었어요. 모든 사람이 공감각적이고 시적이라고 제가 지었다고 하지만 남편이 수목원을 위해 쓴 시라고 생각합니다. 수목원은 남편의 탯자리입니다. 시골이 고향이라서 그런지 동식물을 워낙 좋아해요. 대전에 살 때 이사를 가는 이유는 단지 베란다가 넓은 집을 찾기 위함이었답니다. 작은 식물원으로 꾸며 연못, 수생 식물, 강아지, 토끼 등 일찍이 반려식물, 반려동물과 함께했어요. 그래서 베란다는 남편의 놀이터이자 아이가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지요. 그러다 시골 뒷동산 주인이 남편에게 살 것을 제안하자,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접수하여 꿈에 그린 넓은 공간이 생긴 것이지요. 아파트 붐을 타고 사람들은 투자하느라 바쁜데 남편은 뒷동산 꾸미기에 바빴어요. 전국에 오래된 희귀목을 공수하느라 하루가 너무 짧았어요. 대전에서 익산까지 거의 출근하며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 된 기분으로 20년을 훌쩍 넘겼어요. 남편처럼 고향을 떠난 분들이 수목원을 보며 다시 와서 살고 싶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남편은 30년 가까이 수목원 페이지를 넘기고 있답니다.
● 달빛이라는 이미지만으로도 낭만적인 기분이 듭니다. 선생님의 시 한편 부탁드리고 싶어요.
함성
비가 온다
동백비가 온다
살해된 것들의 소리가 눈앞에 있다
동박새 대신
물까치들이 날아 올랐다
나무 계단이
동백꽃을 밀고
내려간다
화들짝 놀라는 활짝 핀 언니들
부피와 채도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그림자는
모양 빠진 그림자
춤은 매달려 있다
춤추는 걸 잊은 듯 매달려 있다
바람에 매달려
어린 춤을 출 수 없어요
신발 벗겨지는 언니들 함성
발밑에서 찢어지는 오후
어디서 오는지
싱잉볼 소리가 언니들에게 닿았다
붉은 언니들 함성이
잠잠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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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원 통나무집 앞에서 |
● 김선기 선생님과 함께 30여 년 <달빛소리 수목원>을 가꿔오셨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희귀한 고목을 수집하며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으실 텐데요.
▶ 그는 전국에서 수형 좋고 수령이 많은 나무들을 공수해 왔어요. 꽃들이 여기저기 시끄러운 오월 어느 날, 조치원에서 토종 자두나무가 오는데 긴 쥬레일러에 실린 자두나무가 하필 한참 꽃이 피어 향기를 날리고 있었지요. 꽃 필 때는 되도록 옮겨 심지 않는데 세종시 개발 때문에 부득이 옮기게 되었어요. 동네 입구부터 향기가 날리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노인정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향기 나는 자두나무를 보더니 ‘어이구~ 우리 동네로 시집오고 있구나!’ ‘어디서 왔냐?’ ‘그래 당신은 오늘부터 조치원댁이네.’ ‘임경업 장군집에서 왔다고? 장군님이 오셨네.’ ‘우리 동네가 장군 터가 될 모양이네.’ ‘근데 어지간히 향기가 좋아야지.’ ‘오늘 신방은 향기 때문에 그냥 자겠구나.’ 두 분 어르신의 입담에 함박웃음으로 동네가 떠들썩했답니다. 백 살 가까운 자두나무는 시악시가 되어 당도 높은 자두를 매년 매달고 있어요.
● 특히 부군께서는 수목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는 김선기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 대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 목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자기 고향에 자기가 좋아하는 동식물을 힘들게 가꾸는 것을 보며 ‘다정’이 병인 듯싶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수목원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로 남편은 30여 년 노동과 함께하고 있지요. 물론 수목원은 남의 손을 많이 빌어 가꾸고 있지만 크고 작은 일로 매일 본인이 움직여야 수목원이 돌아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업을 할 때도 집안의 대소사도 주위 분들 사정을 일일이 챙기더니 수목원의 많은 일을 하며 노동이 아니라 운동이라며 우기곤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 남편은 힘든 내색을 조금씩 내고 있어요. 성실과 다정이 한몸으로 움직이던 그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생활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수목원’은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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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순원 소나기 나무 또는 첫사랑 나무 |
● 수목원의 상징인 500년 된 느티나무를 ‘황순원의 소나기 나무’ 또는 ‘첫사랑 나무’라고 부르고 계시는데요. 이 나무와 처음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만난 뒤의 감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오백 살이 훨씬 넘은 ‘황순원 소나기 나무’이자 ‘첫사랑 나무’는 원래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입니다. 그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와 기도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당산나무는 마을 뒷동산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인근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어 공공의 비밀 장소로 자리매했다고 하네요. 그들만의 장소에 쪽지 편지를 숨겨 소통하던 공간이기도 했답니다. 처음 ‘황순원 소나기 나무’와의 만남은 너무 크고 전지가 되지 않아 무서움을 안겨주었지요. 차츰 나뭇가지를 전지 하고 드러난 뿌리는 봉분 세우듯 덮어 관리한 지금은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 깊은 나무이자 장소가 되었지요. 그래서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보듯 ‘첫사랑 나무’라 명명했어요. 그동안 첫사랑을 나누던 모든 사람이 다시 찾아와 그 애틋한 첫사랑의 페이지를 넘기며 레트로 감성을 소환하도록 기원하면서요. 어쩌면 조선의 성군인 세종대왕 시절에 태어났을지 모를 당산나무, 저는 어르신 나무의 안부를 여쭙기 위해 아침마다 산책하며 찾아뵙곤 하지요. 오늘도 평안하신가요?
● 달빛소리 수목원이 단순한 정원이 아닌 ‘자연과 문학이 만나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목원 곳곳에는 시인의 감성이 담겨 있는데요.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이것만은 꼭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 일단 수목원인지라 나무들이 많습니다. 오랜 나무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 전설, 구술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지요. 오래된 나무를 보면 한 번쯤 그 이야기를 들춰보거나 수목원 지기에게 물어본다면 신명 나는 방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민족의 뿌리와 연결되었다고 전해오는 바이칼호수 부근 브리야트족은 나무가 하늘과 땅을 잇는 영매로 간주 되어 거대한 나무는 우주 중심의 상징으로 신성한 의미를 갖는다네요. 이런 전통 의식은 아니더라도 수목원을 찾는 대다수 방문객은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 관심 밖인 것 같아요. 머잖아 기후난민으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수많은 식물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데요. 매체에서 나무 위기를 시청하고 순간 각성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식물에 대한 관심은 다른 것 같습니다. 가끔 아이들과 체험 수업하며 나무를 안아보라고 합니다. 나무가 되어보라고 합니다. 내 안에 나무를 키워보라고 합니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손으로 꼽아보며 나무를 흉내 내 보자고 합니다. 공기 정화를 시켜주는 일 말고도 인간의 삶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소중한 나무가 미래에는 박물관에서 만날 지도 모르는 일, 나무를 위험에서 구하는 일은 우리의 중요한 임무라고 알리면서요. 가을이면 이백 살 넘은 단풍나무가 그라데이션으로 물듭니다. 이런 우아한 형체가 우주의 집이 아닐까. 혼자 황홀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누군가와 공유하고픈 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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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분들과 고무신 꾸미기 체험 현장 |
● 익산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지역 문화 발전에 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앞으로 달빛소리 수목원을 통해 이루고 싶은 문화적 활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익산에 내려와 상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익산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백제 왕궁의 빛나는 세계 문화유산이 있음은 갑자기 선택받고 이주한 느낌마저 듭니다. 먼저 수목원에서 농장활동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 취약아동들과 소풍을 갔으면 합니다. 수목원 밖이라 안전사고 때문에 나가지 못함이 해마다 마음에 걸렸지요. 소풍에 가서 천년의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천년의 정원이 품어내는 기운을 받고 그 품 안에 우리가 자연스레 문화재를 보고 천 년 전의 궁중 생활은 어땠는지 서민들의 삶은 어땠는지 보고 이야기하며 노는 것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익산의 옛것이 죽~ 지금까지 이어지는 문화재, 생활문화 등 돋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 기록하고 싶습니다. 사실 아직은 요원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에게 이름이 달구어지지 않아 햇빛을 덜 본 지역 문화를 느끼고 알아보는 필경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니, 올해는 <달빛수목원>의 가을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으신지, 그리고 달빛소리 수목원과 함께 그려가고 싶은 미래의 모습에 대해 들려주시길 부탁드리며 인터뷰를 이만 마칩니다. 선생님, 저희 <작가 초대석>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많은 분이 수목원에 있으면 저절로 시가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은 집중해서 글 쓰기가 쉽지 않아요. 매일 이런저런 일이 밀려와 서류를 정리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농장 활동 수업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그냥 지나갑니다. 이런 핑계로 바쁠 때는 시와 한참 동안 적조하답니다. 그럴 때마다 불안감이 찾아와 잠 못 이룰 때도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오면 바쁨은 동면하지요. 숨쉬기 편해지고 그동안 쌓인 책들을 숙제하듯 읽으며 한 권 읽으면 한 편의 시를 쓴다는 나만의 원칙대로 실행하고 있긴 합니다.(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요.) 사실 저의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와 『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 두 권은 쉽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지요. 좀 더 독자들과 가까이 소통의 창을 내어 독자와 한통속이 되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나무가 항상 그 자리에 세상을 돌보듯, 나무의 보폭으로 실존의 그늘막을 넓히는 필경사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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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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