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모 작가의 인물탐방] 진정한 액티브시니어 문광수!

정선모 작가 / 기사승인 : 2020-05-18 16: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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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적 세계여행…70에 처음 오토바이 배워
60세넘기고 회갑을 기념해서 암벽등반 입문

위험종목! 긴장과 집중력 필요 ‘성취감 만끽’
풍부한 경험에 용기더하면 ‘존경받는 시니어’
▲ 오토바이 여행가이자 여행‧사진작가인 액티브시니어의 표상 문광수!

 

[일요주간 = 정선모 작가]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한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는 은발의 노신사가 눈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76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인함이 느껴지는 한편, 한창 꿈을 꾸는 소년이 지금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윈드서핑, 행글라이더, 스키보드, 자전거, 승마, 암벽등반, 오토바이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호했는데?

▽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 대부분 혼자 하는 거다. 탁구나 테니스처럼 규격과 규칙 속에서 상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분방하게 한계가 없는 자기와의 싸움 같은 것을 즐기는 편이다. 어쩌면 성격과 관련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 주위에서 위험하다며 걱정하고 만류하는 종목들이다. 그래서 긴장과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생각한다.  

 

▲ 노르웨이 피요르드 설산을 달리다.


● 흔히들 오토바이는 젊은이들이 즐기는 걸로 인식하고 있는데?

▽ 세계여행을 하기 위하여 70세에 처음 오토바이를 배웠다. 젊었을 때는 폭주 오토바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발전하며 오토바이 문화도 성숙되어 자유와 낭만의 표상으로, 남성의 로망 같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아웃도어에서 익스트림 요소인 긴장과 스릴, 스피드와 컨트롤을 다 충족하는 것 같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더욱 만족스럽고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살아오면서 잘한 일 몇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오토바이로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행’의 계기가 분명 있었을 것 같다.

▽ 세계여행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일 것이다. 학창시절 때부터 막연하게 세계여행을 동경하고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있었다. 직장을 은퇴하고 나면 누구나 상실감이 크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으나 잠시 방황하기도 하고,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나 역시 바쁜 일상이 뚝 끊어지는 날, 은퇴라는 충격이 컸던 듯싶다. 그래서 용감하게 사고(?)를 친 것이 바로 오토바이로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도전한 것이다. 제일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에 발을 들인 것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준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토바이 여행은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처럼 티겟을 끊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나처럼 오토바이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이 여행하려면 우선 원동기면허를 따야 하고, 몸에 맞는 오토바이를 선정해서 구매하고, 얼마간 연습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아내 모르게 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은 아내에게 들켜서 쫓겨날 뻔했다. 오토바이 여행을 하려면 먼저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아내를 뒤에 태우고 같이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 유라시아 대륙횡단은 3개월 동안 2만여km를 달려 20여개국을 거쳐야 한다.


● 오토바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족의 동의는 쉽지 않은 난관 아니었나?

▽ 장기간 가족과 헤어져 혼자 떠나는 위험한 여행을 어느 가족이 선뜻 허락하겠는가. 특히 위험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처음 가는 나라의 도로 사정이 어떤지도 모른 채 달린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내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아내는 가족과 함께 편안히 비행기 타고 가는 휴양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모험을 즐기는 여행을 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미지의 세계를 헤쳐 나가며 긴장감을 즐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자기실현의 과정으로 내가 해야 할 인생의 목표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내 삶의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 동행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났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혼자 기획했으나 출발하기 전에 여행 소식을 들은 고등학교 동창 두 명이 합류하여 모두 세 사람이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시베리아를 열흘 정도 달리다가 한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졸다가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어깨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영사관의 도움으로 그 친구를 서울로 보내고, 남은 둘이 계속 3개월간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마쳤다.

여행은 누구하고 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유럽인들은 90% 정도가 오토바이에 아내를 동반하고 여행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90%가 혼자 다닌다. 유럽 여행 중 오토바이에 아내를 태우고 다니는 여행자의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남성들은 “어떻게 하면 혼자 여행할 수 있느냐?”며 부러워하고, 여성들은 “어떻게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느냐?”며 신기해한다. 그러면서 모두 슈퍼맨이라며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 노르웨이 산악고원에서! 머무는 그곳이 자연이 주는 특급호텔이다


● 숙소나 식사, 언어 등 날마다 난제에도 만끽했던 즐거움의 묘미는?

▽ 어떤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아웃도어를 즐기는 여행을 하면 많은 문제가 없어진다. 가는 곳이 다 내가 쉴 곳이고, 해 떨어지면 자는 것이다. 숙소를 예약하고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자연의 품에서 텐트를 치면 바로 그곳이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특급호텔이 된다. 숲속에서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잠들고, 뻐꾹새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자연과의 동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자유여행에는 오토바이가 제격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언어는 잘하면 좋지만, 못한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야영장에서 만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오토바이 여행자가 자기도 러시아 말 한마디도 못 한다며, 동물의 울음소리 몇 가지 알고 있으면 식당에서 메뉴 선정할 때 유용하다고 알려주었다.


▲ 유라시아 여행 중에 만난 오토바이 라이더


● 오토바이 여행이 위험하지는 않았는가? 유라시아 대륙횡단 중 가장 잊지 못할 기억들은?

▽ 물론 위험하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를 보면 자동차나 자전거보다 사고율이 높지 않다. 자기관리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굳이 1,000cc 이상 대형 오토바이가 아니어도 된다. 50~250cc 스쿠터가 더욱 타기 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다. 50cc 스쿠터로 세계여행을 하는 여성이 있다. 70세의 오토바이 초보자가 3개월간 유라시아 대륙횡단 2만km를 무사히 다녀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4,000km 정도 달렸을 때 고속도로에서 만난 유럽 오토바이 여행자가 ‘마고차’라는 마을에서 ‘바이크 카페’를 찾아가라고 알려주었다. 어렵게 찾아가서 카페 안으로 오토바이를 들이다가 문턱에 부딪쳐 오토바이 엔진커버가 깨졌다. 순식간에 엔진오일이 흘러내려 다시 시동을 걸 수 없게 되어 ‘아! 이제 여행은 여기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말은 한마디도 안 통하지, 엔진은 완전히 파손되었지. 오토바이 수리점이 있는 도시까지는 600km 떨어진 작은 마을이지. 정말 난감했다. 그 소식을 들은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회의를 하더니 트럭을 가지고 와서 오토바이를 싣고 용접하는 곳을 찾아가 5시간 동안 알곤용접을 해서 밤 11시에 드디어 살려냈다. 이 날(2015년 6월 27일) 나의 오토바이를 살려낸 코디네이터 빅토로, 엔지니어 블라드미르, 트럭 기사 쌤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이다.

● 여행을 마치고 느낀 점과 추후 오토바이 여행과 이를 계획하는 분들께 한 말씀?

▽ 자연과 더불어 하는 여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족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누우면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이 밀려들곤 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며 전투적으로 살아왔구나, 부모님이나 형제들과 나눠야 할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왔구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나이 70에 이제 조금 철이 드나 보다.
 

▲ 60세 넘기고 회갑을 기념해서 암벽등반에 입문했다. 설악산 암벽등반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지만, 지금의 상황이 좀 진정되면 올해는 중앙아시아-아프리카 종단을 계획하고 있다. 오토바이 세계 일주를 완성하고, 80세 정도에 장편소설 하나 쓰고 싶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직 남은 내 꿈이다. 그 꿈을 위해 날마다 글을 쓰고 있다. 내 심장이 뛰는 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짐을 줄이고 또 줄여라. 자연친화적 여행을 하자. 두려워마라,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소는 여행자의 수호천사 같은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마을 사람들과 친해 보자.”와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 암벽등반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는데, 도전을 두려워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 60세 넘기고 회갑을 기념해서 암벽등반에 입문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이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고, 매뉴얼에 의해 일하는 습관 때문인지 암벽등반을 전문가들에게 기초훈련부터 철저히 원칙에 따라 배웠다. 국내 최고 전문가를 사부로 모시고 인수봉과 설악산 적벽에서 매주 수요일과 주말에 집중 훈련을 했다. 5년 후에 익스트림라이드등산학교 교장으로 추대 받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암벽등반을 했다.

‘노인이라고 움츠러들지 말자. 노인이라 더 편하고 좋은 것도 많다. 그리고 노인은 가진 것이 많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풍부한 경험, 지식 그리고 시간이다. 여기에 용기를 더하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의 삶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자유로운 영혼! 설악산 적벽을 나르다.

■ 프로필
오토바이 여행가. 여행‧사진작가
1945년생, 영남대 공과대 卒業
삼성생명‧삼성SDS 중역 歷任
㈜새한정보시스템 대표이사 歷任
㈜한국인포메티카 회장 歷任
MP3 플레이어 발명자 세계특허(1998년)
著書: 기행문집 ‘서울에서 유럽까지’
에세이집 ‘바람 일고 강물은 깊다’
장편소설 ‘가시덤불은 바람을 막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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