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드 줌] 민폐와 적폐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 / 기사승인 : 2019-08-26 16: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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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
[일요주간=이재용 전 환경부장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4일 광화문에서 구국집회를 열겠다며 다시 장외로 뛰쳐나갔습니다. 명분은 경제와 안보의 위기를 내세웠지만, 내심은 자신의 낮은 존재감을 부각시켜 대선주자 지지율 하락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게 아닐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이쯤 되면 존재감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도 같습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때 ‘축구장 난입 불법 선거운동’으로 경남FC 축구단에 벌금과 징계라는 민폐를 끼치기도 했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광복절에 휴가를 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찾아 중국 충칭에 왔다며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거기에 광복을 맞이한 1945년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고 써서 논란이 됐습니다. 방명록에 남긴 “대‘일’민국”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1919년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해 반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에 가서 할 말은 아니잖습니까? 이런 걸 보통 민폐라고 합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죠. 이 자리에 참석한 극우인사 지만원 씨는 ‘5.18은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라는 취지로 강연을 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종명 의원은 “논리적으로 이게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고,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이 되었죠. 이런 건 보통 민폐 이전에 적폐라고 합니다.

곽상도 의원은 지난 7월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은 김지태란 사람을 친일파에서 빼줬고 친일파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도록 돼 있음에도 상속인들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으려 했으며, 소송에 변호인으로 직접 참여해 친일파 재산을 지켜줬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토착왜구”란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김지태 씨는 친일파도 아니었고, 오히려 만주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일본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김지태 씨로부터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자신과 부인 육영수의 이름을 따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꿔, 딸 박근혜에게 장물로 물려줬습니다.
명실 공히 우리나라 적폐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한당의 막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막말들이 특히 아픕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어찌 보면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 문 대통령이 낫다더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도청에서 이순신 장군과 전남 주민들이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한 내용을 조롱하며 세월호를 인용했습니다. 


그에 앞서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원색적 비난을 자신의 SNS에 올렸죠. 


막말 대열에 자한당 대변인이 빠지겠습니까?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6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참사를 두고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고 언급하며 또 다시 세월호를 인용했습니다.

적폐(積弊)의 사전적 정의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입니다. 자한당의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막말도 그런 의미에서 적폐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2일 오전, 일본의 아베 내각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각료회의에서 통과시키자,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폐(民弊)의 사전적 정의는 ‘민간에 끼치는 폐해’로, 원래 민폐라는 행위의 주체는 관(官)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개인 또는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지만 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행동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에 대해 두루 쓰이는 일상용어가 되었습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장외투쟁을 선언한 당 대표, 광복절에 임시정부청사까지 찾아가 굳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헌법정신을 부정한 원내대표, 구역질 나는 친일파 학자의 북콘서트에 가 머리를 조아리고, ‘5·18은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얼빠진 극우인사를 초청해 부화뇌동하며, 끊임없이 세월호를 조롱하는 국회의원들이 멀쩡히 국회를 방패막이로 고개 들고 활보하는 정당, 적폐의 뿌리 박정희에서 박근혜까지 이어진 이런 민폐정당이 적폐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박정희를 우리나라 적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8월 13일자 ‘CBS 노컷뉴스’ 박고은 기자의 ‘日기업 6곳, '朴 대선자금' 제공 후 한일협정 체결돼’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이 됐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일관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1966년 3월 18일자 미 중앙정보국(CIA) 특별보고서에 일본기업들이 1961년~1965년 사이 민주공화당 예산의 2/3를 제공했으며, 6개 기업이 지원한 금액은 6,6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는 것입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이 독립축하금 명목으로 지급한 청구권 자금(3억 달러)의 1/5이 넘는 금액이 박정희 정권의 비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일본기업들이 박정희가 만주에서 독립군 때려잡느라 고생했다고 이뻐서 선뜻 그렇게 큰 돈을 줬겠습니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죠. 보고서에는 “(돈은) 한일협상을 증진시키기 위해 김종필에게 지불되고, 또한 여러 일본기업들에게 한국 내에서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지불된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박정희 정권은 국교수립 이전 적대적 관계에 있던 일본의 기업자금으로 수립되었고, 그 보상으로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체결한 것이 됩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일본은 한국시장을 헐값에 사들여 이후 40년 동안 한국경제를 일본경제에 종속시키고 중간재 수출시장으로 고정시켰다. 한일협정 이후 1993년까지만 무려 1,000억불이 넘는 무역역조를 통해 투자금액의 300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베정권이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개인청구권에 대해서도 이미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1965년의 한일협정이 이런 배경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그 적폐의 뿌리 박정희로부터 자라난 자유한국당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요 약력]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이재용치과 원장
前 극단 처용 대표
前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前 환경부장관
前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現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중·남구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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