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로또’밍크고래, 여전히 불법 포획·혼획으로 꾸민 뒤 유통‘성행’
-환경 단체 “고시 일부 개정 수준을 넘는 해양포유류 보호법 필요”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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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양경찰서 경찰이 지난해 1월 6일 오전 강원 고성군 문암항 앞바다에서 혼획된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속초해양경찰서 제공>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지난해 5월 개정된 ‘고래자원이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대한 실효성 여부를 톺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관련 법 개정으로 좌초, 표류한 고래류의 식용유통이 금지됐으나 불법 포획이 근절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경제·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개선 마련에도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은 24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고래고시 개정 1년, 실효성과 개선 방향(밍크고래 보호종 지정과 고래위판 금지를 중심으로)’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국내에서 고래잡이는 불법이지만 좌초, 표류, 혼획된 고래는 판매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좌초, 표류, 혼획된 고래 수는 수요 대비 적기 때문에 불법 포획이 적지 않게 이뤄진다. 이에 지난해 5월 11일 해양수산부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기존 법은 좌초되거나 표류한 고래의 위탁판매를 허용했으나 개정 이후에는 연구용으로 쓰거나 폐기하도록 했다. 사체라도 고래고기용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 반면, ‘혼획’에 대한 제재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적법한 어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그물에 걸려 죽었다면 고래고기로 유통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는 ‘의도적 혼획’을 염려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국제포경위원회(IWC)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주요 10개 국가에서 혼획된 고래의 수는 평균 19마리지만, 한국은 무려 1,835마리에 달했다. 10개 국가 평균 혼획 수에 대비해 약 96배가 넘는 수치다. 해양환경 단체들은 이같이 높은 수치를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흔히 ‘바다의 로또’라고 불는 밍크고래가 그물에 어쩌다 잡힌 사실을 인지해도 풀어주지 않고 익사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혼획’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현 고래 고시, 고래 보호 ‘한계’
박선하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은 ‘혼획’과 관련해 “좌초 혹은 표류보다 혼획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래 고시에는 혼획된 개체의 위탁판매는 허용하고 있다”라면서 “고래고기의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한,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설치하거나 고래를 질식시키는 방법으로 ‘혼획을 가장한 포획’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했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고래 유통에 경제적 이윤이 발생하는 이상, 고래 보호는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혼획된 밍크고래는 마리 당 수천만 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 금액은 혼획된 어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어민들 처지에서는 우연히 발견한 밍크고래가 큰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다 보니 그물에 걸린 고래를 풀어줄 이유가 없다”라면서 “고래 축제가 열리는 울산 주민들에 따르면 그물에 걸린 고래를 발견해도 놓아주지 않거나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의도적으로 그물을 설치해두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질적 고래 보호를 위해서는 고시 일부 개정 수준을 넘는 상위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연구원은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 보호법을 개정하여 2023년부터 해양포유류를 보호하지 않는 방법으로 어획한 수산물 수입을 제한했다”라면서 “미국 해양포유류 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우리 정부도 해양포유류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래고기 유통의 핵심인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혼획된 고래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라며 고래고기 유통을 둘러싼 인센티브 제거, 의도적 혼획 단속 및 불법 고래고기 유통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솔 활동가 역시 “국내 위판 허용으로 인해 의도적 혼획 혹은 포획되는 고래는 사실상 밍크 고래다. 즉, 고래 고시 목적에 맞게 국내 주변 수역의 고래류를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밍크고래에 대한 위판을 금지하고 보호종 지정을 해야 하며, 더 나아가 모든 혼획 고래류에 대한 위판 금지를 법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어구별 혼획 현황을 발표하면서 고래가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연평균 72마리의 밍크 고래가 혼획된다. 대게 체장 4~6M 가량의 어린 미성숙 개체다. 이들은 주로 정치망(전체 어구 중 41.3%)에 의해 잡힌 것으로 집계된다.
김 교수는 “정치망에 혼획된 밍크 고래는 방류 의지만 있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은 어구다. 다만, 혼획 사망 개체는 유통 가능하다는 명분으로 구조 혹은 방류를 소극적으로 대응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 “더군다나 혼획된 어린 미성숙 개체 주변에는 새끼를 기다리는 어미 개체와 조우할 가능성이 높아 방류 시 생존 가능성은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밍크 고래가 가장 많이 잡히는 정치망 어구는 구조상 방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생존한 상태로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래는 바다 속에서 해수면 및 육상으로 해저에 존재하는 영양 물질들을 순환하도록 도와 생물학적 펌프라고 불리는 생물”이라며 “밍크 고래를 포함해 해양 보호 생물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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