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를 수놓은 하이든의 감성”

김진협 예술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7-23 11:45:25
  • -
  • +
  • 인쇄
[리뷰] 첼리스트 최지원, 이탈리아 밀라노 알바 뮤직 페스티벌 초청 연주
▲ @예술통신

[일요주간=김진협 예술칼럼니스트]

<Program>
Ruma nien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 Jeff Silberschlag
Cellist : Jiwon Choi
Program :
Haydn - Cello Concerto No.2, D Major
S. Domenico , Duomo Alba in Italia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위치한 도시 알바는 매년 그 문화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국제적으로 일 만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Italy & USA 알바 뮤직 페스티벌의 개최지로 유명하다.

미국 메릴랜드의 성 마리아 대학과 결연하여 미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문화적 우호증진에 톡톡한 역할을 하는 이 축제는 특히 수려한 장관과 천년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수많은 교회들과 고성들에서 펼쳐지는 무대들로 인해 보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황홀함에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큼지막한 규모의 대형 교향곡부터 솔로 리사이틀까지 다양한 장르의 클래식 음악으로 구성된 이 축제는 대중들에게 무료로 오픈되어 전 세계 20여 개국의 내로라하는 음악가들과 이탈리아의 앙상블, 오케스트라들이 협연을 맡아 진행되었다.

올해는 알바 뮤직 페스티벌 십주년을 맞이하여 5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열 하루간의 길이로 막을 내렸는데, 이 축제 마지막 날 밤 대미의 콘서트 중심을 하이든의 라장조 첼로 협주곡 제 2번으로 장식한 솔리스트는 바로 다름 아닌 한국인 첼리스트 최지원.

첼로의 서정적인 면모를 완벽하게 구성해내었다고 평가받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 2번 라장조는 전형적인 고전파 음악의 형식을 따르는 첼로 협주곡 중 하나로, 슈만,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과 함께 3대 아름다운 첼로 협주곡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일단 첼로 협주곡 자체가 당시로써는 흔치 않았고, 그 시절에는 파격적일 법한 새로운 첼로의 기교들이 가미되어 그 우아함과 경쾌함을 돋보여 현재까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곡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6월 2일 밤 9시에 열렸던 이 마지막 공연은 메릴랜드 성 마리아 대학의 교수이자 지휘자인 Jeff Silberschlag가 이끄는 루마니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하였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Swing and Sweet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으며, 바그너, 하이든, 드보르작의 음악을 선보였다. 첼리스트 최지원과 협연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은 바그너 다음인 중간에 편성되어 있었다.

공연의 무대였던 이탈리아 알바의 산 도메니코 교회 객석은 가득 차서 오케스트라와 제일 앞자리의 간격이 어디까지가 오케스트라이고 어디까지가 관객인지 얼핏 봐서는 모를 정도였다.

첫 곡이 끝난 후, 수많은 관객과 오케스트라의 사이로 첼리스트 최지원이 등장하여 인사하자 관객들은 이 동양인 첼리스트에게 박수로 화답하였다.

그러나 연주 시작 전에 울려 퍼진 박수 속에는 아마도 “약관의 나이도 채 안된 동양인 여성이 과연 얼마나 고전음악의 교과서와 같은 하이든의 곡을 제대로 연주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섞여있었을 것이다.

이윽고 친숙하고 경쾌한 제1악장의 도입부 오케스트라의 1테마가 울려 퍼지고, 1분여 후 최지원이 솔리스트의 파트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그 의구심의 눈들은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지고, 어느새 관객들은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의 앙상블 속에 가득 수놓인 하이든의 서정을 가슴 깊이 느끼기 시작하였다.

알레그로의 발랄함과 경쾌함, 모데라토의 절제를 동시에 갖춘 최지원의 연주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였다. 1악장의 대미인 재현부의 카덴짜가 지나고 오케스트라의 종부가 이어질 때쯤, 이미 관객들은 그녀의 연주와 하나가 되어있었다.

1악장과 대비를 이루며 오보에와 현악의 반주를 곁들인 너그럽고 명상적인 분위기의 2악장 테마가 연주되자 관객들은 교회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 고전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편안함과 안식의 세계를 만끽하였다.

이윽고 3악장 6/8의 우아하고 가벼운 춤곡풍의 론도로 명랑하게 이어지고, 최지원은 그녀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중반부부터 이어지는 독주 첼로의 화려한 경과구를 멋진 음색으로 켜냈다.

마지막 활을 그으며 팔을 힘차게 들어 올리는 순간,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연주자가 등장할 때의 박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박수, 즉 연주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담긴 진심 어린 박수였다. 이렇게나 젊은, 그것도 동방의 작은 한 나라의 여성이 보여준 혼이 담긴 연주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첼리스트 최지원은 예원학교를 졸업한 후, 2008년 음악춘추콩쿠르 3위, 음악교육신문사 콩쿠르 3위, 2009년 Classic World International 콩쿠르 1위, 세계일보 1위 없는 2위, 음악교육신문사 콩쿠르 1위없는 2위, 음악교육신문사 콩쿠르 1위 없는 3위 등에 입상하며 신예 연주자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서울예고에 재학 중이다.

@예술통신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