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박지성,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김보경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9-03 11:28:13
  • -
  • +
  • 인쇄
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⑤ 유럽 리거 UP and DOWN 무기력한 플레이·견고하지 못한 압박 박지성 혹평
차기시즌 챔스 진출 위한 리그 우승은 필수조건

김보경 끈질긴 압박·현란한 기술 맨시티 ‘혼쭐’
주전경쟁에서 살아남아 팀 주축으로 자리 잡아야


▲ (사진왼편부터)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2차전 AC밀란과의 경기에 나선 박지성(PSV에인트호번)과 EPL 2라운드 경기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활약하고 있는 카디프시티의 김보경 ⓒNewsis/AP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유럽축구 시즌이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 8월, 8년 만에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1부리그) 친정팀인 PSV에인트호번으로 복귀한 박지성(32)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진출에 성공한 김보경(24, 카디프 시티)에 관심이 집중됐다.

박지성은 한 주 만에 극과 극의 평점을 받으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에서 ‘산소탱크’를 입증하듯 최고의 기량을 뽐낸 그는 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2차전에서 완패(0-3)하면서 챔스 본선행이 좌절되자 실패의 화살이 그에게 돌아갔다. 반면 김보경은 EPL데뷔전이자 지난해 준 우승팀인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인터뷰에서 항상 “팀플레이 이외에 개인적인 훈련 역시 빼먹지 않는다”던 그는 이날 그 노력의 결실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번호에서는 챔스 로 본 박지성의 향후 팀 내 포지션 구축을 위한 과제, 그리고 혜성과 같이 등장한 김보경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팀 에인트호번은 박지성의 이적이 챔스 진출을 향한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탈리아 팀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온 박지성은 보답이라도 하듯, 2013-2014 챔스 AC 밀란과의 1차전에서 경험이 없는 어린 동료 선수들을 이끌며 이날 승리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해외 언론들도 그를 MOM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 박지성은 한 경기 만에 구세주에서 힐난의 대상으로 추락했다. 물론 AC밀란과의 2차전을 시작부터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손에 꼽힐 것이다. 비록 유럽축구에서 예전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세리에A(이탈리아1부 리그)라지만 아직까지 유럽축구를 이끄는 한 축임에는 틀림없다.

이 가운데 AC밀란은 이탈리아 축구 역사 상 손꼽히는 명문 구단 가운데 하나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여기에 치밀한 조직력 등 박지성의 에인트호번과 견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게다가 AC밀란 홈구장에서 치러 진 이날 경기에서 AC밀란 관객의 힘은 승리를 향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무기력한 플레이
견고하지 못한 압박


이날 2차전에 나선 박지성의 움직임은 1차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여전히 부지런한 ‘산소탱크’의 움직임에도 몸은 가볍지 않았고 무기력한 플레이로 실망감을 높였다.

활동량은 많았지만 비효율적이었고 볼 터치는 어느 때보다 투박했다. 물론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배가 되었겠지만 그는 공격의 상황에서 패스는 날카롭지 못했고 견고하지 못한 압박을 보여줬으며 줄곧 흐름을 끊는 움직임으로 불편함을 보였다.

2차전에서 박지성은 지난 경기와 같이 오른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장했다. 필립 코쿠(42) PSV 감독은 경기 직전 박지성을 향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며 무한한 신뢰감을 표했다.

그에게 오른쪽 날개를 맡긴 것은 쓰리 톱으로서 공격의 한 축은 담당하되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불안한 조슈아 브레넷(19)을 도와 상대 선수들의 공격을 끊어야한다는 의무감을 지운 것. 박지성에게 결코 쉬운 임무는 아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박지성의 플레이는 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흐름을 끊은 것은 박지성만의 탓이 아니다. AC밀란의 빠른 스피드를 인지한 브레넷은 마음대로 오버래핑을 하지 못했고 중원에 포진한 선수들도 위치 싸움 자체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박지성의 위치까지 치고 올라갈 여유가 없었다. 결국 측면에서 고립된 박지성은 패스를 자꾸 뒤로 돌리게 되고 결국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으로 하여금 이는 공격의 맥을 끊는 듯 보였다.

측면의 도움이 없이 수비 결집력은 물론 ‘원샷 원킬’의 공격이 가능한 AC밀란의 견고함을 파괴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풍부한 경험이 있는 박지성이 AC밀란의 왼쪽 풀백인 마티아 데 실리오(21)와 몸싸움에서 이겨내 측면을 무너뜨리는 방법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날 그의 컨디션조차 양호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박지성이 보여준 수비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쓰리 백으로서 측면 공간을 비워뒀을 경우 박지성은 아래로 내려가 데 실리오의 공격을 막아내는 등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가 돋보였다. 적절한 수비가담력에도 불구하고 AC밀란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이다.

결국 경기가 0-3 완패로 끝나자 박지성은 혹평은 물론 지난 경기와 상반된 낮은 평점이 매겨졌다. 박지성만의 탓으로 돌리기엔 선수들의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이 모든 결과물이 박지성의 탓은 아니라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평가를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경적인 문제도 고려해야한다. 박지성의 부진이 곧 팀의 부진이 아니라 전술적인 문제와 겹쳐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은 것.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지성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컸다면 혹평 역시 그가 가지고 가야하는 숙제라는 사실이다.

팀 우승·유로파
돌풍 필수 조건


팀 에인트호번은 지난 2007-2008 시즌 우승이후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4연패를 꿈꾸는 라이벌 아약스에 밀려 2인자의 자리를 굳혀왔다. 이에 우승의 노련함을 지닌 박지성의 영입으로 거는 기대는 크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최고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칠수록 좋은 성적이 뒤따르기 때문에 팀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박지성에게 거는 기대감은 크다. 현재 에인트호번은 노련한 주력선수들이 떠나고 현재 영건들만 남아 빅 매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팀 못지않게 박지성 역시 올 시즌 에인트호번에서의 활약이 간절하다. 올 시즌 종료 후 완전 이적하지 못할 경우 원 소속팀인 EPL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의 복귀 혹은 제3의 팀으로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지성에게도 마지막이 될 챔스 무대를 다시 뛰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합류한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의 잔류가 이뤄져야 2014-2015 시즌 챔스 32강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한다. 적어도 팀에게는 유로파리그보다는 에레디비지에의 장악이 필수다. 팀이 결정해야할 문제겠지만 유로파 리그와 에레디비지에가 동시에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유로파리그는 포기하더라도 리그 우승을 거머쥐어야 챔스 플레이오프에서 AC밀란과 같은 강팀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박지성은 그 노련함으로 팀 우승을 주도하면서 에인트호번으로의 재 임대 혹은 완전 이적을 기대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팀을 빅 클럽의 대열에 포함시키며 자신도 다시한번 챔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 이것이 박지성이 풀어야할 과제이다.

끈질긴 압박·현란한 기술
강팀 맨시티 압도한 김보경

박지성의 임대로 현재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는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지동원(23, 선덜랜드) 그리고 이번시즌 승격에 성공하며 첫 프리미어리거로 데뷔한 카디프시티의 김보경 등이다.유럽 축구의 대표적인 3대 리그 가운데 하나인 EPL은 맨유로 이적한 박지성의 활약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남다르다.

하지만 이번시즌 박지성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로 임대 이적했고, 이청용(25)의 볼턴 윈더러스는 2부 리그인 챔피언쉽에서 한 시즌을 더 보내야한다. 또한 기성용은 팀 간 불화설이 나돌며 결국 타 리그로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쉽게도 지동원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보경의 프리미어리거 데뷔전은 의외의 큰 수확이었다. J리그로 시작한 김보경은 지난 시즌 2부 리그 소속인 카디프 시티로 이적해 올 시즌 첫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보경은 지난해 준 우승팀인 맨시티를 상대로 현란한 기술과 끈질긴 압박 그리고 지능적인 경기 운영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팀 승리에 원동력이 됐다. 특히 맨시티가 리그 우승 후보라는 점을 돌이켜보면 김보경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경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경기 직전 언론은 아무도 카디프 시티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51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한 카디프 시티로서 우승 후보인 맨시티를 누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김보경은 비록 공격 포인트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패스 적중률 91%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김보경은 홍명보호에서 주로 왼쪽 윙어로 기용됐다. 공격위주로 A대표팀에서 활약해왔기 때문에 김보경의 수비력은 많이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김보경은 수비력에서 최강팀에 밀리지 않는 수준급의 실력을 드러냈다. 민첩한 몸놀림으로 유명한 그는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하는 하면서 포백과 수비라인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이날 카디프시티는 4-2-3-1의 포메이션 가운데 그에게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자리를 배정했다. 이는 볼을 다루는 솜씨는 물론 상대 팀에 위축되면 안 된다. 중앙 압박이 강한 포메이션이기에 상대팀에게 위축될 경우 흐름은 무너지기 쉽다. 김보경은 이런 위치 선정에도 실패하지 않고 상대 선수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최고의 선수로 뽑히는 아예 투레를 제치는 최상의 기량을 뽐냈다.

김보경의 활약으로 승리한 카디프 시티는 승격 팀 가운데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빅 클럽과의 경기에서 승격 팀이 선전할 경우 다음 시즌의 중위권 진출은 보장된 셈이다. 여기에 맥 케이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김보경은 프리미어리그에서의 활약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시즌, 카디프 시티로의 이적이 결정되자 축구팬들은 2부 리거를 선택한 그의 선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김보경은 2부 리그에서 특유의 성실함과 민첩한 몸놀림, 그리고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으로 승격에 힘을 실으며 팀 내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거 데뷔해 주전 경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는 김보경에게 기대감이 실리는 이유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