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손흥민, 그리고 부상 악재 박지성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0-29 0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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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⑪ 주춤하는 유럽 리거 하반기 기상도
▲ 부상으로 5경기 연속 결장에 놓인 에인트호번의 박지성(사진왼편)과 챔스 32강 1차전에서 1도움에 성공한 레버쿠젠 공격수 손흥민ⓒNewsis/AP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올 시즌, 유럽리그로 진출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 슈퍼 루키는 단연 손흥민(TSV 바이어 04 레버쿠젠,21)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손흥민에 거는 기대감은 제2의 박지성급 활약으로 골을 넣는 공격수인 그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손흥민은 유럽축구, 분데스리가의 톱랭커 가운데 한 팀인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리가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까지 자신의 영역를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골 가뭄’이라는 잔혹한 평가를 받으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친정팀인 네덜란드 리그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번으로 복귀한 박지성(32)은 ‘발목부상’으로 인한 연이은 결장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0월과 11월 초까지 A매치 데이를 전후로 열리는 챔스 16강을 향한 2차전에 나서는 손흥민과 부상 후 복귀를 기다리는 박지성의 향방을 진단해봤다.


중압감에 시달리는 손흥민, 공수 간 유기적 플레이 해결 선행되야
박지성, 리그 정상 향한 복귀 시급 “팀 내 구심점으로 우뚝 설 때”


23일(현지시각) 손흥민의 레버쿠젠이 챔스 리그 32강 조별라운드 1차전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의 대결에서 4-0으로 완파하고 16강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날 손흥민은 1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경기 내용면에서 올 시즌 챔스 경기 가운데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팀인 샤흐타르의 역습을 대부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은 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후면으로 침투하는 시드니 샘(25)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하며 팀 세 번째 골을 넣는 데 일조했다. 도움에 성공한 손흥민은 후반 25분까지 맹활약하며 챔스 16강을 향한 박차를 가했다.

이렇듯 잘나가는 손흥민에 언론은 가혹한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골 가뭄’이다. 너무도 잘하는 선수이기에 기대감이 큰 탓이겠지만 조금씩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가 연계 플레이는 물론 골까지 연결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시각에서다. 물론 이날 챔스 경기에서 그의 경기력은 아쉬운 부분도 영력했다. 그것은 바로 골 결정력의 부족이다.

공격수는 ‘골’로 그 위상을 증명한다. 결국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는 팀에서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날 챔스 1도움을 뒤로하고 리가 10라운드 가운데 9경기에 출장했지만 단 한골밖에 넣지 못했다. 유일무이한 골은 지난 8월 프라이부르크와의 첫 데뷔전에서다.

반면 손흥민과 함께 레버쿠젠의 공격수 3인방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2인의 라이벌들은 골 맛을 제대로 선보이며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들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스테판 키슬링(29)이 리가 6골, DFB포칼컵 2골, 챔스 2골을 포함해 총 10골을 기록하고 있으며 샘 역시 리가 8골, DFB포칼컵 3골, 챔스 1골 총 12골을 기록 중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로 유럽 진출의 발을 내딛은 손흥민은 차범근 이후 유럽으로 진출한 공격수 가운데 최상의 기대감을 모은 선수다. 그야말로 스타라는 것이다. 홍명보 역시 그를 A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축구계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곤 한다. 최근 나타난 ‘골 가뭄’ 역시 폭발하는 골 결정력을 한번 보여준다면 해갈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23일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챔스 32강 1차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이 상대팀 수비수의 마크를 피해 골을 몰아가고 있다.ⓒNewsis/AP

에이스 손흥민, ‘기대주’ 중압감 지워야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꾸준하게 반복될 경우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손흥민은 ‘중압감’에 시달리게 된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한다’는 중압감은 지난 주말, 아우구스부르크와의 10라운드 경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결정적인 찬스 상황에서 냉철함을 잃은 그는 슈팅에 만 몰두하는 지엽적인 전개로 실망감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측면 수비수인 세바스티안 보에니쉬(26,DF)와의 불편한 관계가 손흥민이 풀어야할 과제로 추가됐다. 한국축구팬들 사이에서 ‘탐욕의 수비수’로 불리는 그는 과도한 오버래핑으로 공격 박스로 움직임을 만드는 손흥민과 동선이 겹치고 있다. 이로 인해 손흥민은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잦아졌다.

수비가담 빈도가 줄어든 보에니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은 수비력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 이는 곧 골 찬스에 대한 어려움을 만들 곤 한다. 그렇다고 동선이 겹치는 보에니쉬 탓만 할 수는 없다. 축구에서 공격과 수비는 공생의 조건 하에 놓여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통한 연계플레이기에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완벽한 ‘공생’의 관계 형성이 필수다.

즉, 희생을 강요할 것은 아니지만 보에니쉬 같은 측면 수비수와의 완벽한 연계플레이를 위에 공백이 생겼을 때 이를 커버해주며 선수 상호간 신뢰를 먼저 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듯 상호간 유기적인 플레이를 완성시킬 경우 손흥민의 골 가뭄은 생각보다 쉽게 해갈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챔스 16강을 향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그에게 기대감을 높여보자.

‘부상’ 박지성, 팀 에인트호번 ‘흔들’

박지성의 PSV 에인트호번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AZ알크마르전서 왼쪽 발목을 밟혀 부상을 당한 그는 이후 한 달간 그라운드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영건으로 구성된 에인트호번은 팀 내 구심점이 박지성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 채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공백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5일 에인트호번 필립 코퀴 감독이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향후 2~3주간 회복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팀은 박지성 뿐 아니라 골키퍼인 프르체미슬라프 티톤(26)까지 이날 경기에서 머리부상으로 쓰러져 향후 결장이 불가피해지면서 난공불락의 형세다.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평가가 불가하다. 박지성은 한 달 가까이 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특히 20일 흐로닝언전에서의 복귀가 기대를 모았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회복을 못한 박지성이 빠진 팀도 연패에 빠지면서 그의 부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친정팀인 에인트호번 복귀 후 박지성의 부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임대 이적 후 첫 경기인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에서 허벅지 부상에도 불구하고 ‘산소탱크’의 저력을 과시하며 팀 재건의 기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40여일 후 리그경기인 알크마르전에서 왼쪽 발목을 다치면서 아직까지 복귀를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아약스전에서 팀 승리를 견인하며 MOM(Man of the Match)의 영광을 안은 그는 최근 주춤하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팀을 최고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부상 악령’을 쓴 그가 다시금 체력을 되찾기 위한 시간은 얼마가 될지 아직 판단이 어렵다.

부상 후 복귀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체력이 되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경기력을 회복시키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변함없는 경기력으로 보답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박지성의 부상 악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 후 최상의 기대감을 뒤로 시즌 도중 두 번에 걸친 부상으로 두 달간 실전 투입이 어려워지면서 잦은 결장으로 이어졌다. 결국 신임 사령탑이 잉글랜드 A대표팀 감독인 헤리 레드냅으로 교체되면서 벤치에 앉는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결국 임대이적을 결정한 그가 QPR의 레드냅과는 달리 과거 팀 동료였던 코퀴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은 물론 심리적인 안정감을 안기면서 상대적으로 부상 복귀에 대한 부담감은 적다. 그러나 박지성도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서 체력적으로 예전만 못하다.

이에 박지성에게 요구되는 것은 뚜렷한 반전이다. 팀 에인트호번은 리그 1위를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춰섰다. ‘빅카드’인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1위를 거머쥐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리그인 에레디비지에 10라운드 경기가 진행된 현재(29일 기준)까지 5승 3무 2패(승점18점)로 1위인 트벤테(5승 4무 1패, 승점 19)를 승점 1점 차이로 따라붙은 상황이다. 하지만 리그 특성 상 절대강자가 없는 에레디비지에는 8위까지 모두 5승을 기록해 ‘절대강자’를 가리기가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중위권으로 밀려난다는 해석을 포함한다.

‘박지성 효과’를 기대한 에인트호번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그의 복귀가 반드시 성공적이어야만 한다. 지난 아약스전 4-0 대승의 기운을 또 한 번 일으키기 위해서 유럽 축구 최강팀인 맨유 박지성의 경험 치와 ‘산소탱크’와 같은 성실한 움직임이 뒤따라 주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상을 딛고 팀 내 구심점으로 떠올라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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