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슴 한 마리도 해치지 못할 만큼 몹시 온순한 호랑이가 훨씬 좋은 듯 보일 때가 있다.
비록 용맹해도, 사슴 등 온순한 동물을 마구 잡아먹는 호랑이보다는 전혀 사냥은 못할 만큼의 온순한 호랑이가 훨씬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이니.
심지어 아직 살아있는 먹이의 살을 잔인하게 마구 뜯어먹는 호랑이보다는, 오히려 먹잇감 동물들을 보호하면서 그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는 호랑이가 훨씬 인자하고 다정하게 보이니.
또, 호랑이처럼 크게 포효하고. 사슴을 비롯한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등, 자신의 주제를 모른 채 행동하는 바퀴벌레가 그저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여느 바퀴벌레들보다 훨씬 멋있게 보일 때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
이처럼, 사람이 아닌 한 마리의 사나운 짐승이라는 듯 행동하는, 즉,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넘어서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훨씬 좋은 듯, 멋있는 듯 보일 때도 분명히 있다.
정확하게 그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가식이 없는 사람이다’ 등의 말을 할 만큼.
하지만 막상 알고 보면, 호랑이가 호랑이답지 못하다는 것은 정작 자신의 역할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바퀴벌레가 호랑이인 듯 행동하는 것 역시 정작 자신의 역할은 못하고 있다는 의미.
그 역할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이처럼,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다는 것 역시 사실은 정작 자신의 역할만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도둑을 못 잡는 경찰관이나 조금의 힘든 훈련도 감당 못하는 군인처럼.
비록 매우 멋있게 보이거나 매우 좋은 듯 보인다고 해도.
심지어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정도로 더할 수 없이 착하다고 해도.
따라서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란 자신이 가진 기본적인 의미나 가치만큼의 역할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해야 정확하다.
혹은, 타고난 자신의 운명이나 숙명에 적응하지 못한 채, 타고난 자신의 소명이나 임무를, 또,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든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2
충분히 성장한데다가 충분한 능력까지 있으면서 먹이활동을 못할 만큼 호랑이가 몹시 온순하다는 것은 곧 야성을 잃어버렸다는 증거.
즉, 타고난 원래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다는 명백한 증거인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또, 바퀴벌레가 호랑이인 듯 몹시 용맹한 것 역시 실제로는 타고난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비록 더할 수 없이 멋있게 보일지라도.
이처럼, 충분한 능력이 있으면서도 아직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타고난 원래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다는 명확한 증거.
역시,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다운 사람보다 훨씬 좋은 듯, 더욱 훌륭한 듯 보인다고 해도.
그런데 이는 또,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즉,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왜냐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상태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나 이미 하고 있을 것이니.
자신의 역할을 못하도록 누구인가 방해한다고 해도.
또, 바꾸어 비정상적인 상태임을 의미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이라면 보나마나 비정상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짐승이나 곤충, 혹은, 미생물 등의 역할이나 하면서.
심지어 남들이 자신의 역할을 못하도록 무턱대고 방해하는 등 짐승이나 곤충보다 못한, 혹은, 미생물보다 못한 역할이나 하면서.
그래서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님을, 즉, 비정상적인 사람임을 의미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비록 몸뚱이는 완벽한 사람일지라도.
겉모습은 완벽하지만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정신병원이나 교도소에 갇혀 지내는 등 이 세상에는 비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많이 있다는 사실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물론, 자신의 역할을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말하겠지만.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