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람답기를 포기한 사람들

박봉원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4-03-24 16: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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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원의 '어떻게 살 것인가'(16) [일요주간=박봉원 칼럼니스트]

1

자신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사실, 자신의 역할을 안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주 흔하다.
온갖 핑계를 늘어놓는 등 전혀 아닌 척하지만.
여자가 된 남자들이 더 이상은 남자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남자가 된 여자들이 더 이상은 여자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아예 성전환수술까지 한 것처럼.
그중에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아주 허다한 것이 현실.
그저 많은 돈이나 벌고 싶어 할 뿐.
혹은, 그저 권력이나 명예를 얻으려고만 할 뿐.

이런 형편이다 보니, 사람다움에 대해,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그저 비웃는 등 조롱하기 일쑤다.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하면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나요?’ 등으로.
‘사람답게 살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나요?’ 등으로.
비록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다고 해도, 비록 엄청나게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됐다고 해도, 혹은, 비록 막강한 권력을 얻었다고 해도 사람답지 못하다면 결국 짐승이나 바퀴벌레 등 곤충처럼 이 세상을 살게 될 수밖에 없건만.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자랑이라도 된다는 듯 아예 드러내놓고 ‘나는 사람이기를 포기했다’ 말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있다.

그래서인지 그중에는 연쇄살인이나 연쇄성폭행 등 몹시 흉악한 범죄를 거침없이 저지르는 사람들까지 있는데, 이런 사람들 중에는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악행을 자랑하는 사람 역시 결코 적지 않게 있다.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만 악착같이 추구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고.
심지어 자신의 형제까지 아주 무자비하게 희생시키면서.
심지어 자신의 자식까지 아주 잔인하게 희생시키면서.

그렇다면 이들의 대부분은 사람답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람답지 않은 것이라고 이해해야 정확할 것이다.
즉, 스스로 사람답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혹은, 스스로 사람답지 않은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2

‘어린 시절, 가족 등 주변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 텐데.’
자신의 역할을 안 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이유를 이와 같이 말하는 사람이 아주 흔하다.
쉽게 말해서,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 때문에 아직도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못한 채 사람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는 것.
물론,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듣다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마치,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심하게 부상당한 군인처럼, 아직까지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서 겨우겨우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될 때도 있고.

하지만 막상 알고 보면, 과거의 상처와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사람답게 이 세상을 사는 것은 전혀 연관이 없다.
비록 상처를 엄청나게 많이 받는다고 해도, 사람이 짐승이나 곤충, 혹은, 아메바 등 미생물로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니기에.
군인과는 달리, 사고를 당해서 모든 팔이나 다리가 남김없이 잘라졌더라도 사람은 여전히 사람이기에.

그렇다면 과거에 비록 엄청나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당연히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신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더구나 매우 오랫동안 부모 등의 가족이나 친구 등의 주변사람들에게서 엄청나게 많은 상처를 받았건만,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답게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하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분명히 있으니.
그런데 이처럼 과거의 상처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과거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아예 관심도 갖지 않는 사람이 아주 흔하다.
오죽하면 거의 예외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러니 이런 사람들 역시 과거의 상처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과거의 상처를 핑계로 사람답지 않으려, 자신의 역할을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이해해야 정확할 것인데, 따라서 과거의 상처 때문에 사람의 역할을 못한다는 말은 사람답게 살기 싫어하는, 즉, 자신의 역할을 않으려는 사람들의 한 가지 변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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