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화장품 향수 원료 애용…향기치료 요법 각광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4-06-23 14: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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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참 예쁘네. 무슨 꽃 이예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다 말고 묻는다. 진료실 책상에 놓인 컴퓨터 화면을 보고서 말이다. 화면에는 보라색 꽃이 들판 가득 채우고 있다. 나머지 보이는 것은 들판 끝에 나무 한 그루와 파란 하늘뿐이고 광활한 들판이 온통 보라색 꽃 천지다.

몇 년 전 윈도우 7을 운영체계로 하는 새로 산 컴퓨터 바탕화면의 그림이다. 라벤더라고 왜 향수나 방향제로 쓰이는 그 꽃이랍니다. 꽃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낸 바로 컴퓨터 화면에서 보이는 라벤더 들판이 프랑스 남부에 있는 프로방스 지역이라는 것도 곁들어 설명한다.

환자는 다시 묻는다. 저 꽃 약으로도 쓰나요? 음….

라벤더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다. 그래서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는 정원에 라벤더가 가꾸어져 있다. 우리의 들풀처럼 들판에도 라벤더 꽃이 피어 이국적인 향기를 내뿜기도 한다.

몇 년 전 그리스에서 열린 학회에 갔을 때 지중해가 바라다 보이는 해변 산기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오던 향긋한 냄새에 동료 교수가 황홀해 하던 꽃이 바로 라벤더였다. 향초나 향수를 파는 가게나 고급 호텔 등지에서 흔히 맡게 되는 향기는 거의 라벤더 향인 경우가 많다.

우리 산야에서 봄에서 여름이면 볼 수 있는 꿀풀과 많이 모습이 비슷하여 같은 꿀풀과에 속하는 라벤더는 다년생 식물이다. 사람 허리춤 정도의 키로 자라는 라벤더는 여름이 되면 보라색 또는 흰색의 꽃을 줄기 끝에서 피우게 된다.

그리고 줄기를 덮고 있는 털들 사이에서 향기가 나오는 기름샘을 가진다. 라벤더는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39종 정도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 연안은 물론이고 남부유럽과 아프리카 북부에서 주로 자생하며, 서남아시아와 인도 동남부에서도 자란다.

비가 적으면서 햇볕과 바람이 잘 들면서 건조한 모래가 많은 땅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는 정원에서 향초나 관상용 그리고 일부 식용으로 재배하며 최근에는 라벤더 꽃에서 기름을 얻기 위해 대규모로 재배하기도 한다.

원래 라벤더라는 말은 씻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정신을 맑게 하는 향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대 로마 사람들은 이 향기 나는 꽃을 욕조 안에 넣고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또 꽃을 말려 서랍이나 벽장 등에 놓아 온 방안에 향기가 나도록 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보게 되는 풍경을 고대 로마 사람들은 이미 2천 년 전에 즐긴 셈에 된다.

샐러드나 드레싱의 재료나 양념으로 사용한 역사도 오래되었다. 또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라벤더 꽃으로 빵을 만들거나 장식하기도 하고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해왔다. 라벤더로 시럽을 만들어 달콤한 맛을 즐기기도 하고 마시멜로를 만드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라벤더 줄기를 만지면 끈적끈적한 기름이 배어 나오는데 이 기름은 음식을 썩지 않게 하고 염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어서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아직까지도 라벤더는 연고나 크림을 만들어 피부에 바르거나 화장품이나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계 1차 대전 중 병원에서는 여러 용도로 라벤더 기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라벤더가 가지는 효과는 무엇보다도 정신을 안정시켜주고 통증을 줄여주는데 있을 것이다. 라벤더 기름을 아픈 관절에 바르고 문질러주면 통증이 가시게 된다. 또 혈액순환을 촉진하기도 하고 기관지 기능도 도와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요즘에 라벤더는 주로 약초로 활용되거나 향기치료를 하는데 사용된다. 라벤더 향을 맡으면 잠이 잘 오고 편안해지며 걱정과 근심을 없애주고 아픈 머리도 낫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라벤더에는 맘을 편안하게 해주고 잠을 잘 오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향기치료를 하는 병원에서는 대부분 라벤더 기름을 머리나 이마 또는 관자놀이나 어깨 등에 바르고 마사지를 해준다. 그러면 환자들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받게 되는 아픈 치료에 비하여 좋은 향기도 맡고 근육 마사지도 받기 때문에 환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인기가 많은 치료법이다. 또 서양 사람들은 잠이 잘 들기 위해서 잠자기 전 라벤더 차를 마시곤 한다.

라벤더를 차로 우려내어 벌레가 물린 상처나 화상 부위에 바르면 잘 낫는다고 한다. 머리가 아플 때도 차가 효과가 있다. 라벤더 꽃다발을 방안에 놓게 되면 벌레를 얼씬거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라벤더 기름을 물에 1:10의 비율로 섞어서 바르면 여드름을 없애는데도 효과가 있다. 화상에도 바르면 효과가 있고 피부에 염증에도 좋다.

라벤더는 비교적 매우 안전한 약초이다. 그래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청소년 남자에서는 라벤더 기름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 여성 호르몬의 효과가 있어서 자칫 가슴이 여성처럼 커지는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피부염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말하자면 나한테는 약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독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똑 같은 음식 먹고도 모두가 괜찮은데 유독 한 사람은 탈이 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환자는 이제 자신의 증상을 말하던 것을 잊은 모양이다. 자신이 쓰고 있는 지인의 선물로 받았다는 라벤더향의 향수에 대해 한참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향기 치료를 받으라고 해볼까. 왠지 다른 치료보다 더 효과적일 것도 같은데…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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