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민희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5일 국내 첫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의 영리병원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1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집회 등의 투쟁을 예고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녹지병원 철회를 위한 문재인 정부 행동촉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 5월 원희룡 지사는 외국계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건강검진을 위한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한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 10월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가 제주도민을 상대로 벌인 영리병원 허가 관련 공론조사에서 38.9%가 찬성, 58.9%가 반대했지만 원 지사는 여론을 거스르고 개설을 허가하면서 역풍이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영리병원이 도입됨으로써 의료비는 폭등하고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지사에 대해 “공론조사도 뒤엎는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낱낱이 자료를 공개하고 잘못된 허가임을 인지하고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녹지병원 사업계획서를 공개하고,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한 영리병원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김재헌 무료운동본부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당초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입장을 뒤집고 영리병원 허가를 내준 이유가 뭐라고 보나.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 허가를) 안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허가를 내준 것은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에는 원 지사가 문 정부의 정책 기준에 맞춰서 영리병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아무래도 문 정부가 무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를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능하다고 보나.
△당연히 해야된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다고 본다. 허가절차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런것들은 복지부에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사업주체가 병원 운영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자료를 제출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못했을거고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허가를 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우 대선후보 시절부터 영리병원에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문 대통령도 입장이 변화됐다고 보나
△그렇다. 기존의 공약을 깨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경제 위기를 핑계로 보건의료 분야를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건의료를 통한 돈벌이를 추진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 정부의 묵인이 있었다고 보는지.
△당연히 묵인, 방조 했다고 본다. 원 지사가 보건복지부 측에 문의를 했을 것이고 그래서 보건복지부에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 라는 답을 준 것이라고 보여진다. 원 지사가 청와대,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정부쪽에서는 알고있었고 묵인, 방조했다고 생각한다.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산업에 미칠 폐해를 지적한다면.
△영리병원은 알다시피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병원이다. 지금 비영리병원은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다시 병원에 투자해야 하는데 영리병원은 자본을 외부로 끌어와서 그 자본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병원에서 이익을 내서 배당을 해야 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순전히 영리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과잉진료나 비급여 진료 등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병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적게 주거나 인력을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영리병원이 훨씬 더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20%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오고 있다.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도 영리병원이 들어서서 확대가 되면 (영리병원이 도입된 미국보다 의료 서비스 질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기존 대형병원들의 경우 비영리병원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영리병원이나 다를바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측면에서 영리병원을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의 병원들이 영리병원처럼 운영하고 있는것은 맞지만 병원의 수익을 외부로 배당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영리화되고 있는 병원에 대해서 정부가 자제하도록 단속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않고 영리병원을 더 확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안되는 얘기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 문제가 됐듯이 꼭 필요한 감염시스템 등을 (우리나라는) 경제적 문제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공공성이 뒷전으로 가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정부는 공공성이 우선이 되도록 올바르게 계도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은.
△박근혜 정부가 했던 의료영리화 정책을 (문 정부가) 지금 그대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서서 박근혜 정부때 했던 것처럼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정부가 하루빨리 공약을 지켜야 하고 의료민영화를 중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명운동 등 원희룡 지사를 퇴진시키기 위한 강력한 직접적인 행동을 전개해나갈 것을 예고했다. '의료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오는 15일 제주시청 앞에서 영리병원 철회와 원 지사의 퇴진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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