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조직적 주주 기망 행위" vs 영풍 "정당한 의결권 행사 방해"
고려아연 "주주 안내문 등에 '고려아연' 사명만 노출해 주주 혼란… 압수수색 등 필요"
영풍 "명함에 대리인 명시, 실무상 필수 표시일 뿐... 최윤범 회장 측 주주권 침탈이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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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과정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 간 법적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자사 사칭 등을 이유로 영풍 측 대행업체를 고소하며 수사기관의 진상 규명을 촉구한 반면 영풍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당한 활동임을 강조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사진의 배경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AI 생성 이미지) |
고려아연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를 사칭해 의결권을 수집한 정황이 포착된 영풍·MBK파트너스(MBK) 측 대행업체 직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원증 패용 및 안내문 사칭 등 조직적 기망 행위를 통해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판단 하에 고려아연은 무관용 원칙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의 엄정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해당 피고소인들은 고려아연 사원증을 목에 걸고 외형상 고려아연 직원으로 오인될 수 있는 상태에서 주주와 접촉했다. 또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의 경우엔 자택 앞에 ‘고려아연㈜’이라는 사명만이 명시된 안내문을 붙였다. 이후 안내문에 적힌 연락처로 통화가 이뤄진 후에는 주주들이 수차례 소속을 확인하거나 추궁하는 경우에야 비로소 영풍 측 의결권 위임 수집을 대행하는 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일부 주주들은 상대방을 고려아연 측 사람으로 오인한 상태에서 위임 여부를 검토하거나 의결권 위임 절차에 응하는 등 의사와 다른 의결권 위임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법조계에 따르면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14조 제1항에 따르면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 성립한다. ‘위계’는 행위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 및 착각을 일으키게 해 이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사법부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거나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다수 내린 바 있다.
또한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주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중대한 범죄에도 해당한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자본시장법 제154조는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와 관련하여 의결권의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경우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명확히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자는 같은 법 제444조 제19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과정에서 권유자의 신원이나 소속, 권유의 주체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주주로 하여금 권유 주체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행위는 위 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위반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특히 이번 수사 과정에서 피고소인들이 패용하고 있던 사원증이 고려아연 실제 사원증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지면 이는 고려아연 명의의 문서를 임의로 작성하거나 행사한 것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고소장에 명시했다.
나아가 피고소인과 대행업체 관계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행업체가 특정될 경우 신속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이번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요청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영풍 측은 과거에도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시기에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024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들이 주주들을 만날 때 ‘고려아연’ 사명과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이 함께 적힌 명함을 배포했다. 당시 이 명함에는 고려아연 사명이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보다 크게 적혀 주주들에게 혼동을 준 바 있다는 것.
고려아연은 이러한 행위가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영풍·MBK 측이 주장해 온 경영권 탈취의 명분인 ‘거버넌스 개선’과 배치되는 것이라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또 향후 사건의 전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선량한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추가적 법적 조치도 필요시 검토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 측이 고용한 업체 직원들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주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 행위라 판단해 수사기관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위해 고소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고려아연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려는 모든 불법적 시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영풍·MBK “고려아연의 사칭 의혹은 허위사실... 정당한 의결권 행사 방해 중단하라”
영풍은 고려아연 측이 제기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관련 사칭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형사 고발을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마타도어식 여론전’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풍은 이날 반박 성명을 통해 “고용된 의결권 자문 기관들은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권유 절차는 법률 자문과 내부 통제를 거쳐 진행되고 있어 사칭이나 사원증 위조 같은 위법 행위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영풍 측은 “해당 자문 기관들은 수많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해 온 전문기관으로 지난해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에 이어 올해까지 동일한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오랜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에 대해 갑작스럽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이 제기한 명함 및 안내문 논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영풍은 “대리인들은 위임인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명함에 ‘MBK·영풍 연합 대리인’임을 명확히 기재하고 있다”며 “명함에 '고려아연 주주총회'라고 표시한 것은 해당 주총을 특정하기 위한 실무상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총 대상 회사를 특정했다는 이유로 회사 직원을 사칭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과 실무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결여된 것”이라며 “이를 왜곡해 허위 주장을 펼치는 행위 자체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영풍은 이번 논란이 최윤범 회장 측의 위법 행위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라고 날을 세웠다. 영풍은 “지난해 임시주총 등에서 불법적인 상호주 형성을 통해 1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주주권을 침탈한 당사자는 바로 최 회장 측”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제한했던 중대한 사안에 대한 해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떠한 정당성도 주장할 수 없다”며 “근거 없는 의혹 확산과 형사 고발을 통해 주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lee8501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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