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준법감시제도’ 국내 도입 적절한가?

정복균 / 기사승인 : 2020-02-13 1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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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 외경 (사진=홈페이지 화면캡쳐)

 

[일요주간 = 정복균 기자]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 정준영)는 2월 14일로 예정됐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공판 준비 기일을 돌연 연기했다. 동시에 재판부가 특검과 이 부회장 측에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사유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입장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준법감시제도의 양형 적용이 재판 연기의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공판 연기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해석과 함께 준법감시제도의 양형 적용에 대한 설왕설래가 나돌고 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역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로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사법부에서 또 다시 양형거래나 다름없는 형태가 발생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재기 불능 상태가 된다”며 “‘숙제’(준법감시위 설치) 끝냈다고 선처하면 그 자체가 특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에서는 준법감시제도가 양형 기준에 적용된 사례가 없고 기준도 없는데, 그 대상이 국내 최고라는 재벌 기업인만큼 사회의 관심과 준법감시 여부 등 우리 법체계상 양형 기준으로 적용 가능할까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뜨거울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84년 양형개혁법(Sentencing Reform Act)을 제정했다. 

 

이는 개인과 기업 간의 형량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보통법에 따르면 개인과 달리 회사는 범죄 능력이 없다고 볼 수 있었는데, 피고용자의 범죄행위가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회사도 무과실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 양형개혁법의 핵심이다. 또한 1991년 11월 1일 ‘기업범죄에 관한 연방양형지침서’를 시행하면서 기업 내 효과적 컴플라이언스(법 준수) 시스템 유무에 따라 벌금액을 대폭 감경함으로써 법 감시를 양형에 적용했다. 

 

그러나 일부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 재판부는 기업이 아닌 개인의 감형 사유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언급한다는 점 자체가 국내법에 없고 미국법의 기본 취지와도 상반되기 때문에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준법감시제도가 법 조항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양형기준이 얼마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논란의 여지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1월 22일 항소심 선고를 받은 부영 이중근 회장에게 그룹의 준법감시 노력이 유리한 정상관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2년6개월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분리선고 된 2년의 배임은 무죄로 판결났고, 나머지 사항에 대한 3년 선고 중 6개월 감형에 그쳤다. 고령의 나이, 몸이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행유예도 가능했지만, 감형을 하면서 보석이 취소되고 법정 구속 되었다는 점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판결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점이 숱하게 제기됨에도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적용하는 이유는 재판부가 법원의 목적이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하는데 있다는 ‘치료적 사법’을 강조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최근 아내를 살해한 치매 노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계속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의 치료를 의미하는 치료적 사법을 기업 관련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 더러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준법감시제도가 사법 사상 처음 적용되고, 그 대상이 국내 최대 재벌 총수인 만큼 공정한 적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공판을 연기하면서 까지 미국식 성문법을 법적 토대가 다른 국내 양형에 성급히 적용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 또한 제기 되고 있다. 준법감시제도는 외국의 성문법을 국내에 적용한 이례적인 사례다. 이를 근거로 양형을 내린다면 주관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법부는 누구보다 엄정한 법의 준수가 요구되는 곳이다. 성급한 제도의 도입 보다는 법에 근거한 객관적 판결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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