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민희 기자] 최근 재벌그룹 오너일가의 끊이지 않는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을 이끌고 있는 윤재승 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 등의 갑질 횡포를 입증하는 녹취록이 27일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 회장은 이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퇴진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다 갑질 보도 직전 미국으로 돌연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의 갑질 논란을 보도한 YTN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전승호, 윤재춘 공동대표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대웅제약의 지주회사인 대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경영권 행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날 윤 회장이 직원과 나눈 대화의 녹취를 입수해 보도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윤 회장이 직원들에게 “정신병자 XX 아니야. 미친 XX 왜그렇게 일을해 이 XX야 ” 등의 폭언이 고스란히 담겼다.
윤 회장의 상습적인 인격 모독적 언어 폭력에 시달린 일부 직원들은 이직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드러났다. 2~3년간 1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는 게 일부 직원들의 설명이다.
지난 1995년 입사 후 2014년 대웅그룹 회장직에 오른 윤 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아들로, 26회 사법시험에 합격 후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6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대웅제약 전.현직 직원들은 검사 출신 윤 회장이 법을 잘 아는 만큼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사과문에서 “저의 언행과 관련해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업무 회의와 보고 과정 등에서 경솔한 저의 언행으로 당사자 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신 다른 분들께도 상처를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저를 믿고 따라준 대웅제약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의 사퇴 이후 대웅제약은 앞으로 전승호, 윤재춘 공동대표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막말 갑질 논란에 대웅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파문이 커지자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경영 퇴진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때문에 진정성 차원에서 대웅의 최대주주인 윤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윤 회장은 블루넷, 엠서클 등 10여개의 개인회사를 거느리고 그룹 지주회사인 대웅과의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대웅과 거래로 벌어들인 돈으로 대웅 지분을 늘려 윤 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윤 회장은 현재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대웅의 개인 지분율은 11.61%에 불과해 윤재용(6.97%), 윤영(5.42%) 두 형제의 지분율 합계 보다 적다. 이러한 경영상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기 위해 윤 회장은 부족한 지배력을 공익재단인 대웅재단(비영리 공익법인)과 개인회사를 통해 끌어올렸다.
윤 회장의 모친인 장봉애씨가 맡고 있는 대웅재단의 경우 대웅의 지분 9.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윤 회장은 대웅재단 이사진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 때문에 공익재단이 윤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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