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전쟁 한국선 빅데이터 사업 "개인·신용정보보호법 위반"…올스톱!

박용경 / 기사승인 : 2018-08-30 16: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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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박용경 기자]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이다. 때마침 정부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두고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력 확보에 오는 2020년까지 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의료기기 규제개선 및 육성방안에 대한 지시를 한바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개인·신용정보보호법 등 각종 규제와 인프라(기반)부족 및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장벽으로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경쟁에 뛰어들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의료영상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공지능(AI)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A사는 3년 전부터 자체 콘텐츠 개발을 시작하여 현재 콘텐츠개발이 완료돼 임상시험 및 GMP허가절차를 준비 중에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지정해준 임상시험기관인 대학병원들의 임상교수들이 참여를 해야 가능한 일인데,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개발될 경우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판단을 하거나 의료 빅데이터 자체를 병원 또는 자체기관의 소유물처럼 인식하고, 인공지능 의료기기개발업체에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에서 의료·금융 빅데이터 수집·분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빅데이터에 포함된 개개인의 동의를 일일이 받는 경우에만 예외로 허용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인공지능 의료기기개발 A회사 ㄱ대표는 “개인정보의 당사자가 누군지 모르게 비(非)식별화된 빅데이터는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면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중국 알리바바처럼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을 가진 글로벌 핀테크 강자들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부정 거래를 적발하는 스타트업 더치트는 사기에 활용된 대포통장계좌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문제가 있는 통장과 연관된 금융거래가 이뤄지면 곧바로 고객에게 '의심계좌'라고 통보해준다. 하지만 정부는 이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계좌번호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당사자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범죄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황당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 4차 산업전쟁…한국이 안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공지능 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투자회사들의 투자는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부터 펀딩을 받은 투자회사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시간 끌기만 할 뿐 모든 것이 완성된 뒤 사업성을 따져서 이익이 났을 때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미루는 게 현실이다. 투자회사들이 당장 돈이 안 되는 인공지능 개발 스타트업에 비용을 투자하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9일 현대중공업지주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식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모델 다각화와 전략 등을 담당하고 서울아산병원은 비식별화ㆍ익명화한 의료 정보와 의료자문정보를 제공하게 된다고 한다.


2020년경 의료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의료정보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스타트업 또는 정보기술 전문 유수기업들이 양질의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ㆍIT 분석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현대중공업지주 등은 기대하고 있다


■ 현행 관련법 개정 없이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IT 분석기술 사업 불가


전 세계적으로 비식별 의료정보의 활용, AI(인공지능)기반의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에도 IT와 의료정보, 의료기술을 접목한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 분석하는 데이터 서비스 업체는 있지만 카카오처럼 민간기업차원에서 통합 플랫폼 자체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법으로는 아무리 비식별화·익명화한 의료정보와 의료자문정보라 할지라도 환자개인정보라 해서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 현대중공업, 서울아산병원만이 허용을 해준다면 특혜 내지 법위반이 돼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 하다.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국내 어느 병원에서도 비식별화·익명화한 의료 빅데이터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데이터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권을 이미 외국에 넘겨주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데이터를 해외기업에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일이 곧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 빅데이터 시장규모가 2023년에 56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16년에 의료기관 내부에서만 보관이 가능하던 의료기록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외부서버에 보관·관리 할 수 있도록 의료법시행 규칙이 개정되면서, 의료분야의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실제로 관리·보관만 가능할 뿐 현재로선 이용을 할 수가 없어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선 빅데이터 사업은 올스톱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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