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 33.1% '갑질 심각' 뒷걸음질

이수근 / 기사승인 : 2021-07-12 12: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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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갑질119, 직장갑질 감수성 점수 평균 71.0점...2019년 68.4점-2020년 69.2점보다 높아진 수준
- 갑질 유형 폭언(84.8점), 모욕(83.4점), 임금체불(81.1점), 병가(79.0점), 업무 외 지시(78.6점) 순
▲사단법인인 직장갑질119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2년이 됐지만 여전히 직장 내 갑질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픽사베이)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2년이 됐지만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여전히 직장 갑질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불이익 등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인 직장갑질119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10~17일까지 ‘갑질 감수성 지표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내용은 ▲갑질 감수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노동조합에 대한 의견이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다. 

 

우선 직장갑질 감수성 점수는 평균 71.0점이었다. 이는 2019년 68.4점, 2020년 69.2점보다 조금 높아진 수준이다.

감수성 점수가 높은 항목은 폭언(84.8점), 모욕(83.4점), 임금체불(81.1점), 병가(79.0점), 업무 외 지시(78.6점)순이었다.

감수성 점수가 낮은 항목은 권고사직(52.6점), 퇴사(54.1점), 육아직원 편의(56.6점), 야근(56.7점), 불합리한 지시(56.9점) 등이었다.

갑질 감수성 점수는 여성(74.9점)이 남성(68.1점)보다 6.8점, 20대(74.4점)가 50대 이상(68.2점)보다 6.2점, 일반사원(72.3점)이 상위 관리자(66.7점)보다 5.6점, 저임금노동자(73.2점)가 고임금노동자(68.6점)보다 4.6점 높았다.

 

▲(사진=직장갑질119)

성별로 보면 여성과 남성의 감수성 점수 차이는 6.8점이었다. 반말(14.3점), 직장문화(펜스룰, 14.0점), 회식문화(12.9점), 출산육아(11.7점) 휴일근무(10.2점)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수성이 10점 이상 높았다.

세대별로는 펜스 룰(18.0점), 장기자랑(17.9점), 회식문화(15.8점), 출산육아(12.8점), SNS(12.7점), 비업무행사(11.6점), 휴일휴가(10.9점)는 20대가 50대보다 감수성이 10점 이상 높았다.

직급별로는 회식문화(13.7점), 업무지시(12.2점), 태움(11.6점), 출퇴근(10.9점), 반성문(10.9점), 장기자랑(10.8점), 권고사직(10.7점), 반말(10.4점), SNS(10.0점)는 일반사원이 상위관리자보다 감수성이 10점 이상 높았다.

또 직장인 1000명 중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9%였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지난해 9월(36.0%)과 12월(34.1%), 올해 3월(32.5%)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33.1%나 됐다.

특성별로 보면 ‘심각하다’가 ‘5인 미만’(52.1%)과 ‘월 150만원 미만’(37.5%), ‘20대’(39.3%)가 ‘300인 이상’(32.8%), ‘월 500만원 이상’(19.5%), ‘50대’(29.3%)보다 10% 이상 높았다.

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특수고용’(41.0%)도 높았다. 갑질이 심각한 5인 미만 사업장과 프리랜서·특수고용에게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을 물어본 결과,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4.1%, ‘사용자(대표·임원·경영진)’(23.4%), ‘비슷한 직급 동료’(21.0%),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4.0%),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3.0%), 사용자의 친인척(2.4%), 하급자(2.1%)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행위자가 9.4%였다.

직장갑질119는 “지위의 우위가 막강한 원청이나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하는 입주민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사용자의 친인척도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해당되지 않는다”며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원청, 사용자 친인척의 갑질은 노동청에서 신고를 받고, 직장갑질이 재발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68.4%),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30.7%), ‘회사를 그만두었다’(19.5%) 등이 높았다.

‘회사와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2.4%,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 국민권익위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가 3.0%에 불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신고하지 않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본 결과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2.3%로 가장 많았다.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27.2%로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대표)는 “대표적인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예방교육을 의무화해 인식변화와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노동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모든 사건을 할 수 없다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대표적인 사건들을 엄정하게 조치해 전반적인 인식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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