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 무허가 공유수면 방류수 무단 배출...관행 뒤 불법 난무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2-15 15: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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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태안발전본부, 화력발전소 9·10호기 인근에 설치된 배관 통해 평균 주 4회 방류수 '무단 투기'"
-충남도, 해양수산국으로부터 공유수면법 제62조 제2항에 따라 고발...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태안발전본부 관계자 "폐수 방출은 허가를 받았지만 공유수면사용은 미인가...다른 발전소도 안 받았다"
▲ 지난해 5월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가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특정 방류구에서 나온 폐수를 분석하기 위해 채수하는 모습(왼), 해당 방류구에서 나온 폐수.(오) <사진=제보자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라는 관행으로 청년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가 또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발전소 방류수를 무단 배출했다. 


최근 <일요주간>은 태안발전본부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방류수를 인근 바다로 방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태안발전본부가 화력발전소 9·10호기 인근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평균 주 4회, 하루 반나절 이상 방류수를 ‘무단 투기’한다는 주장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현재 태안발전본부가 방류수를 내보내고 있는 배관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법)에 의거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정부는 바다, 하천, 습지 등 국가가 소유·관리하는 해상에 인공펌프·관로를 통해 물을 배출하거나 내보내는 경우 각 지자체에 점·사용 허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태안발전본부는 해당 배관에 대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6월, 태안발전본부는 충청남도 해양수산국으로부터 공유수면법 제62조 제2항에 따라 고발됐으며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제보자 A씨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태안화력발전소는 공유수면법 제8조 제1항 제5호 공유수면으로의 물을 내보내는 행위 위반으로 태안해양경찰에 고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똑같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라면서 “사기업이 이와 똑같은 행위를 했을 경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을 정도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처음 사실을 접했을 때 공공기관이 무법 행태의 주체라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은 안전, 관리, 법 규정 등을 사기업보다 선도적인 위치에서 지켜야 하고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라며 “더욱이 태안화력발전소는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건을 포함한 산재와 노동 사건에 대해 과오를 반성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한편, 태안발전본부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사용 미허가에 대해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폐수 방출 부분은 환경부 허가를 받았지만 공유(수면)사용(허가)은 해양수산부에서 안 받았다”라면서도 “전국에 있는 모든 발전소가 다 안 받았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배관으로 방류수를 내보내는 것에 대해)당시 지자체에서 아무도 지적을 안 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관행적’으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 역시 방기했다는 고백이다.

 


<제보영상>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스러지는 사람들
이들의 ‘관행’이 이어지는 동안 태안군 원북·이원면 지역의 어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고립되었다. 10ha(30250평)규모의 굴 양식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어민들은 몇 년 전부터 이어지는 굴 집단 폐사로 겨울철 주요 수입원을 잃었다. 현재 태안화력발전소 인근 이원방조제에서 굴 양식업을 한다는 B씨는 “한 가구당 평균 2~3000만원 수입을 내고 이 돈으로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굴 집단 폐사가 이어지고 있어 생계 수단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를 비롯한 이원방조제 인근 어민들은 굴 집단 폐사 원인을 태안화력발전소의 폐수라고 보고 있다. 발전소 측이 물리·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폐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B씨는 “혹자는 굴 집단 폐사 원인이 고수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안면도에서도 집단 폐사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굴 집단 폐사가 태안반도 북부권 바다에 국한되는 건 태안화력발전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폐수’라고 주장할 객관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해당 방류구 배관의 물을 채취·분석한 금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오염시설법 2건 위반 이외 수질 관련 이상은 없다’라고 밝혔으나 어민들은 이를 ‘눈속임’이라고 본다. ‘환경부가 현장 점검한 날만 폐수를 내보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B씨는 “환경부, 충남도청, 해양경찰 모두 태안발전본부와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라면서 “우린 자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 굴 양식장 폐사 현상은 지난 2013년경부터 관찰됐으나 피해 범위, 원인조사 등에 나서야 할 당국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겨울철 생계가 막막해진 어민들은 불안감에 자체 조사에 나섰고 위 언급된 배관도 이들이 먼저 테트라포드 아래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금강유역환경청의 현장 점검 역시 어민들이 언론 제보, 지자체 민원 제기 등에 나서면서 이뤄졌다. 어민들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 상위 기관들이 책임·의무를 외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은 국가적 차원의 조사는 거부한 채 음모론과 같은 각종 의혹만 제기하는 모습이다.

 

한편,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건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관행에 의해 이뤄졌다. 고인의 소속 회사인 한국발전기술이 만든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2인 1조 지침 역시 현장에서 ‘관행’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김용균 특조위’는 고인의 사망 원인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원·하청 구조를 지목한 바 있다. 민영화를 위해 작업 공정을 무리하게 쪼갠 뒤 여러 협력사에 외주를 준 결과 위급상황을 막기 위한 현장 소통이 단절되면서 고인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김씨가 떠난 지 3년이 흘렀으나 현장 내 관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7일 김씨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는 “용균이를 보내고 나서 바뀐 것은 용균이 또래의 또 다른 계약직 직원이 용균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밖에는 없다”면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작업환경과 노무비 중간착취 ‘관행’은 여전하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고 김용균씨의 모친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어민들이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굴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히지 못해 정부에 부당하니 시정해줄 것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것이 답답하다”면서 “억울해도 피해를 호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부 발전과 싸우고 있는 저와 어민들이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말하는 관행은 약자를 향해 겨눈 칼 끝 같다. 안전한 손잡이 쪽을 잡은 가해자가 마구 휘두르면 마주한 약자는 칼 끝에 상처를 입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래야지만 피해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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