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거리에 있는 양심을 모아두는
우체통이 있었다
하얀 생크림으로 입구를 둥글게 쌓아 올린
브런치 카페, 그리고 모모
예쁜 일기장과 예쁘지 않은 글씨
투박한 마음을 정교하게 쓰려고
우리는 싸우지 못하고, 쓰네
빛의 한가운데서
밝기의 척도를 알 수 없는 / 소리
근원지를 찾아가는 수다
유쾌하게 침묵하는 핸드메이드 팔찌
우린 묶였다
반려 생물과 교감하면서
우리는 싸우지 못하고, 웃네
폭설이 그치면
모두 덮어버린 사연을 들을 수 있을까
미술관을 기웃거리고
여행지와 이야기들의 아카이브는
기록하는 시간만을 기억하면서
보호하려고 멈추고 / 멈추려고 달아나고
달아나려고 얼굴을 돌리네
우리는 그만, / 우체통을 잃어버렸다
애지중지 간직하려고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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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쌓아 올린 거절과 핸드메이드 팔찌처럼 정성스럽게 맺은 속박처럼 우리의 관계는 아름답고 불완전하다. 대화창에 보내지 못한 말들을 저장하듯 우체통에 마음을 맡긴 채 소통을 지연시키는 관계라니. 일기장의 “예쁘지 않은 글씨”처럼 관계의 내면을 채우는 일에는 서툰 우리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나 “투박한 마음을 정교하게 쓰려고” 애쓰는 사연에서 내면의 언어를 다듬어 소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담긴 시.
우리는 종종 글로 마음을 전하거나 어떤 상황을 웃음으로 넘기곤 한다. 진심이 궁금하지만 말하지 않거나 묻지 않는 것이 서로의 배려라고 생각하며.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람보다 반려동물에게서 위안을 얻으며 서운해하지 않는 관계에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호하려고 멈추고 / 멈추려고 달아나고 / 달아나려고 얼굴을” 돌린다는 이 연쇄는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회피의 관계를 이어가는지를 보여준다. 관계를 지키려다 오히려 그 관계로부터 멀어지는 사이. “애지중지 간직하려고” 우체통을 잊어버렸다는 이 역설처럼, 이보다 더 정교한 도피가 또 있을까.
우리가 상처받거나 서운해하지 않는 관계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상처와 회복의 감정을 회피하거나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 시는 ‘미래’와 이미 지나간 시간을 보관하는 ‘소장품’ 사이 현재는 없다. 있다면 관계 맺기의 방식을 고민하는 시간이 있을 뿐. 혹 우리도 양심을 우체통에 넣어두듯 진심을 유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관계의 문법을 읽으며 무릎 위에 잠든 강아지를 쓰다듬는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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