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및 간접 인력의 산업 안전 관리 강화 대두...원고 "적정 보호구조차 제공 없어"
반올림 "복합·누적 노출 위험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국회는 산재법 개정 나서야"
클린룸 그림자 노동자의 눈물..."임원이 오면 '보이지 말라'"며 투명인간 취급 토로
반올림의 삼성 향한 요구 "청소노동자는 투명인간 아니다...그들에게 안전과 존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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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 제공) |
[일요주간 = 김상영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A2 공장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법원에서 유방암 산업재해 인정을 받아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낮다”는 불승인 결정을 법원이 뒤집은 것으로 야간 교대 근무가 아닌 주간 근무만 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방사선과 유기화합물 등 복합적·누적적 노출이 유방암 발생에 기여했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월 26일(2021구단79899) “원고가 OLED 생산라인 클린룸과 하부 RP층을 오가며 수행한 청소 업무 특성상 전리방사선, 극저주파 자기장, 벤젠, 포름알데히드, 산화에틸렌 등 유해물질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며 “유방암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인해 원고 손OO 씨가 2019년 3월 산재를 신청한 이후 6년 7개월만에 산재 인정이 이뤄졌다. 공단 조사에만 2년 7개월, 이후 행정소송에 4년이 소요된 끝에 나온 결과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뒤늦은 인정이지만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은 더 이상 항소로 시간을 끌지 말고 판결을 즉시 확정하라”고 촉구했다.
◇ 법원 “청소노동자 노출 위험 간과…복합적 유해요인 누적 영향 충분히 인정”
법원은 판결문에서 손 씨의 노동환경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손 씨는 7년 9개월 동안 하루 8시간, 약 4000평 규모의 OLED 생산라인을 청소했다. 그는 생산설비가 있는 지상층 클린룸과 배관·펌프 등이 자리한 하부 RP층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먼지, 화학물질 잔여물, 공정 부산물을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손 씨는 약품 특유의 냄새를 지속적으로 맡았고 RP층에서는 정체 모를 가루나 액체가 바닥 구멍을 통해 떨어지는 상황도 빈번했다. 화학물질 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리트머스 종이를 직접 배관에 대야 했으며 유해가스 배출구 주변을 청소할 때 엔지니어들이 방독면을 착용하는 것과 달리 적정 보호구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법원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유방암 유발 요인으로 이미 규정한 방사선·유기화합물 등에 손 씨가 노출된 사실, △특정 공정이 아닌 전 공정을 순환하는 청소업무 특성상 더 다양한 유해물질에 접촉할 가능성, △실제 방사선 측정값 중 일부가 항공 승무원의 연간 우주 방사선 피폭량과 유사한 수치로 기록된 점, △노출 기준치 이하라도 복합작용이 직업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감정 결과, △동일 공장에서 유사 노동을 하던 다른 청소노동자는 이미 유방암 산재가 인정된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 질병 인정을 결정했다.
법원은 “직업성 질병은 의학적으로 절대적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법적·규범적 기준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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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 제공) |
◇ 원고 손00 씨 “기계만 보는 회사…우리는 투명인간이었다” 토로
손 씨는 판결 소식을 전하며 “혼자였다면 증명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반올림과 변호인단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산재가 인정되어 기쁘지만 좀 더 일찍 인정되었더라면 하는 속상함이 있다”고 밝힌 손 씨는 유방암 진단 이후 항암 부작용, 관절통, 불면, 탈모 등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으며 생계 책임이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전가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손 씨는 작업현장에서의 차별과 배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임원이 오면 ‘보이지 말라’며 숨으라고 했다. 청소노동자는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이었다. 엔지니어는 방독면을 쓰고 작업하는데 우리는 아무 보호구 없이 그 잔여물을 청소했다. 청소노동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 “공단 판정 구조의 문제 드러나…노동자에게 입증 떠넘기는 관행 멈춰야”
원고 대리인 문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청소노동자의 업무가 전리방사선 및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높으며 이것이 유방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법원이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청소 업무 특성상 노출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여 산재를 불승인했으나 법원은 청소노동자의 공정 전체 이동 특성상 복합 노출 위험이 결코 낮지 않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원은 유사 환경 근무자의 산재를 인정하고도 이번 재해자에게만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며 공단이 동일·유사 산재 신청에 대해 일관성 있는 판정 체계를 갖추어 노동자가 고통스러운 소송 절차를 겪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해자가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6년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현실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공단은 항소하지 말고 판결을 즉시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반올림 “반도체특별법은 패스트트랙, 산재법은 외면…국회가 책임 져야”
반올림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회가 산재보험법 개정에 나설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노동자 입증 책임 완화, △현행 제도의 과도한 입증 부담을 줄이고 법률에 ‘규범적 인과관계’ 판단 기준을 명확히 규정할 것 등 두 가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반올림은 “반도체특별법은 재벌 요구에 따라 신속히 처리하면서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자녀 산재 문제는 다년간 방치되고 있다”며 국회의 책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올림은 성명에서 삼성에 대해 “청소노동자는 투명인간이 아니다”라며 △청소노동자에 대한 차별 없는 보호구 지급, △청소노동자에 대한 차별 없는 보호구 지급, △유해공정 주변 청소 시 실질적인 안전 대책 마련, △임원 방문 시 노동자를 숨기라는 관행 등 존엄을 침해하는 조치 중단, △임원 방문 시 노동자를 숨기라는 관행 등 존엄을 침해하는 조치 중단, △사내하청·비정규직 포함 모든 노동자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일터 보장 등의 6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 직업성 암 인정 기준 바뀌나…향후 영향 주목
이번 판결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가장 위험을 감내하는 집단 중 하나인 청소노동자의 직업병 위험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법원이 ‘저농도 노출=안전’이라는 기존 행정 논리를 부정하고 복합·누적 노출을 폭넓게 인정함에 따라 향후 직업성 암, 반도체 직업병 인정 기준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올림과 대리인단은 근로복지공단에 신속한 판결 확정을 촉구하며 “이번 판결은 한 노동자의 싸움을 넘어 한국 산재 제도의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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