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 없다던 펀드, 대부분 회수 불가능한 불량 채권
▲양수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피해자연대 대표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오는 20일 오후 에정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원금 100% 보상 가능한 계약 취소 결정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금융감독원은 소극적인 분쟁조정으로 피해자들을 고통 속에 더 몰아넣지 말고 적극적이고 소비자 보호와 법리에 맞는 조정을 진행하라.”
양수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피해자연대’ 대표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위 이탈리아판 옵티머스 펀드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해 금감원이 반드시 계약취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지방 정부의 의료보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7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판매됐다. 당시 판매사 중 하나인 하나은행 PB(Private Bankig)은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 매우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양수광 대표는 2019년 5월 경, 하나은행 담당 PB의 말을 믿고 주택 자금 9억 원을 해당 펀드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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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지방 정부의 의료보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1,500억 원치가 판매됐다. 당시 판매사는 연 5% 수익, 13개월 만기를 상품 특성으로 설명했으나 환매 중단 이후 조사한 결과 이는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MBC뉴스 화면 캡처> |
상품설명서 요약본에는 구조적 안정성, 수익구조의 확정성, 안정적 수익률, 조기상환 옵션 등이 강조돼 있었다. 양 대표는 1년 뒤 가족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기에 해당 상품이 자신의 상황과 잘 맞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만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해당 펀드는 환매 중단됐다.
이후 드러난 실체는 양 대표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당시 판매사는 해당 펀드의 기초투자자산은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버짓(In Budget)’에 투자한다고 했으나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보고서에 의하면 엑스트라버짓(Extra Budget)에 투자했다. 엑스트라버짓은 인버짓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회수가 불확실하다. 사실상 기초자산의 90%가 정상 채권이 아닌 부실 채권이었던 것이다. 13개월 내 조기상환 가능하다던 안내 역시 최소 24개월~36개월 이후에야 환매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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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고객들에게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조기상환은 13개월 이내에 무조건 된다고 설명했으나 모두 거짓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이날 양 대표는 금감원의 존재 이유에 강한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탈리아 펀드 관련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애초 4월 25일 예정이었으나 5월 2일로 연기 확정 통보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분조위 3일 전 민사 재판부는 라임 펀드에 대해 투자원금 100% 반환 판결을 내렸다. 당시 금감원은 본 사건에서 주동자로 지목된 인물이 형법상 실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는 사기와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80% 배상 비율로 불완전판매 결정을 내린 바 있다”라면서 “해당 판결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갑자기 일정 연기를 통보하고 그마저 5월 말 이후로 또 연기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불완전판매이든 계약취소이든 2년 이상을 끌고 온 것만으로도 무책임한데 일정을 통보해놓고 왜 유사한 사건에 대한 민사 판결이 나자마자 오락가락하느냐”면서 “막대한 투자 피해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분조위는 이렇게 아무런 원칙도 소신도 없이 진행되는 것이냐. 이는 판매사 하나은행 봐주기, 혹은 눈치 보기식으로 사건을 불완전판매로 무마하려고 하다 보니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분쟁조정 장기화 배경에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눈치보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앞두고 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또한 양 대표는 “5월 중 2018년 한화투자증권 등이 지급보증 안 되는 깡통 어음을 유통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에 대해 민사 재판부가 투자금 100% 반환 판결을 내렸다”라면서 “그런데 이 사건을 금감원은 고작 30% 배상 판결을 내렸다. 정녕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감독기관이 맞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금감원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양 대표는 최근 민사 재판에서 계약취소 판결을 끌어낸 사건들과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투자원금 환급 요건으로 충분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처음부터 이탈리아 정부의 지급보증이 되지 않는 채권, 즉 소송을 통해서만 지급받을 수 있는 엑스트라버짓 채권에 투자했다. 더 나아가 마피아 조직이 관리하는 채권 등에 투자한 펀드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라면서 “최근 계약취소 판결은 기초자산의 안전성, 지급보증의 신용도까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요건으로 충분하다고 증명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금감원이 80% 혹은 30% 배상 결정을 내린 펀드 사건들이 줄줄이 민사 재판부에 의해 사기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투자원금 100% 반환 판결을 내린 시점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해서 만약 불완전판매로 결정한다면 이는 어떠한 사기 펀드라도 시장에서 버젓이 판매되도록 허용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분조위가 불완전판매,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을 고수하면 조정 거부 의사도 있음을 명확히 했다. 양 대표는 “해당 펀드를 불완전판매로 축소한다면 분쟁 조정을 거부하고 민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현재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 부당이득 반환 범위에 대해 민법 제748조 2항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이야기했던 말이 거짓이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절대로 가입하지 않았을 거다. 이토록 계약 취소 사유가 명백한 펀드마저도 이자는커녕 투자 원금조차 회복시켜주지 못한다면 금감원은 펀드 사건을 해결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것”이라면서 “반드시 사기 혹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투자원금 100% 반환 결정을 분조위에서 내려줄 것을 피해자의 목소리로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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