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 10배 이상의 과징금 필요" 성명서 통해 비윤리적 영업 규탄
불완전판매로 고객을 수수료 뜯어낼 '호구' 취급하지 말아야
2017년 ETN 불완전판매, 상품설명서 교부의무 위반
2020년 DLF 불완전판매, 임의로 투자성향 '공격적' 상향
2023년 ELS 불완전판매, 90대 이상에 집중적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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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B하나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국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의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고객 1인당 ELS 연계상품을 5대 은행 중 가장 많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대 이상에 무려 인당 6억 7000만 원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18일 홍콩 ELS 사태와 관련 '3년마다 불완전판매하는 하나은행, 징벌적 손해배상, 10배 이상의 과징금 필요'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고령자에게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를 대량으로 판매한 하나은행의 비윤리적 영업을 규탄했다.
소비자주권은 "은행을 신뢰하는 고령층의 부족한 인지능력을 악용해 수수료 장사를 한 것이다. 더욱이 전액을 잃을 수도 있는 고위험 상품을 안전자산이 필요한 고령층에게 집중 판매하는 등 도의를 벗어난 악질적인 행위를 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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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의 고객 1인당 ELS 연계상품 판매 잔액(단위: 만 원).(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 |
하나은행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2017년에는 상장지수채권(ETN) 불완전판매로 금융감독원에게 31억 6000만 원의 과태료와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초에 투자자성향 분석결과 '적극 투자형 이하'로 분류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성향분석을 다시 실행해 '공격 투자형'으로 분류한 것은 물론 ETN 상품에 대한 설명서를 교부해야 함에도 해당 의무를 위반했으며 게다가 투자자 정보를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의 방법으로 확인받아 유지·관리하지도 않았으며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이 아닌 직원이 투자를 권유했다.
2020년에는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로 중징계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2016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조 6571억 원에 달하는 DLF를 판매했다. 이번에는 기존의 투자자 성향분석 결과를 아예 무시한 채로 ‘공격 투자형’으로 임의 상향까지 하며 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다. 이 당시에도 투자자의 절반 가량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불완전판매에 취약한 계층이었다. 또한 하나은행은 금융당국의 조사에 대비해 불완전판매를 부인하는 내용의 문답 자료까지 제작해 자산관리 전담직원인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교육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DLF 대규모 손실 사태 검사에 나서자 하나은행은 DLF 관련 내부 문건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다. 은행장이 DLF 피해사항에 대해 계좌를 전수조사하는 자체 점검을 지시한 결과 불완전판매 소지를 발견했으나 해당 자료를 폐기했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에 과태료 167억 8000만 원을 부과했으며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당시 하나은행장)에게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함영주 회장은 해당 조치에 불복하고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1심 결과는 하나은행의 패소였지만 하나은행은 이에 항소했고 4년 간 7번의 변론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월 29일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하나은행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제재처분(업무일부정지 6개월)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중 일부 제재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문책경고 제재처분을 취소하되 제재양정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자체점검자료 삭제, 금융사고 미보고, 검사자료 허위지연 제출 행위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업무수행을 방해할 의도 및 검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 사실을 인정했다. 즉 하나은행이 DLF 불완전판매를 했으며 금융당국의 검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소비자주권은 "이처럼 하나은행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의 역사는 유구하다. 판매수수료를 벌기에 급급해 소비자의 투자성향은 알 바 아니라는 듯 창구 직원에게 판매를 부추기고 발각되면 증거인멸과 책임회피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소비자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고령층에게 집중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가 상습적인 것도 하나은행이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저 '호구'에 불과함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절망스러운 부분은 하나은행이 상품도 바꾸어 가며 여러 번 불완전판매를 하다가 발각됐음에도 일말의 자정작용도 없다는 점이다"며 "처벌을 받아도 조금만 지나면 다들 문제를 잊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들고 와서 이전과 같은 수법으로 불완전판매를 해서 수수료를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은 더욱 문제는 미약한 처벌이라며 "은행이 소비자를 속여 거금을 잃게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은행은 문제를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대담해진다. 피해보상의 수준도 너무 낮아 80% 정도면 이례적으로 높은 보상으로 여겨질 정도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완전판매 인정 건에 대해 소비자에게 원금 100% 보상은 물론이고 법정최고금리로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며 "또한 불완전판매를 하는 금융사에 현행 수준보다 10배 이상의 무거운 과징금을 물려 고객을 속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하도록 해야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보장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2월 7일 기준으로 만기가 돌아온 홍콩 H지수 연계 ELS 규모는 9733억 원, 이 중 손실액은 5221억 원으로 손실률이 무려 53.6%에 달한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까지 10조 원, 올해 말까지는 15조 원이 넘는 규모의 ELS 만기가 도래할 예정으로 손실 규모는 7조 원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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