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노동자 체불 총 54억원 달해···건설노조 "울산 북항터미널 등 대규모 체불 심각"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7 22:40:20
  • -
  • +
  • 인쇄
전국건설노동조합 "한국석유공사가 51% 지분 보유한 울산 북항터미널 대규모 임금체불...공공발주 마저"
"76개 현장 체불 현황 집계 결과...건설기계관리법·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 등 근본적 체불 방지 대책 필요"
▲ 지난 21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기계 불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조승호, 이하 건설노조)이 설 명절을 앞두고 건설기계노동자 체불 실태를 조사한 결과 76개 현장에서 약 54억 40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건설노조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이후 매년 명절을 앞두고 건설기계 체불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체불 없는 현장을 위한 체불방지 입법을 촉구했다.

이날 건설노조는 “대표적인 건설기계 체불현장은 울상의 북항터미널 공사현장이다. 이곳은 한 곳에서만 수십억 원의 체불이 발생했고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만 10억 5000만 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울산 북항터미널은 한국석유공사가 51%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사실상 공공발주 현장이지만 대규모의 체불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이른바 ‘건폭몰이’로 인해 그동안 노동조합이 만들어왔던 노력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체불사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행위를 불법화하면서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 건설기계임대료 지급보증제도 같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제도조차 지켜지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은 건설기계 임대료는 ‘안 줘도 되는 돈’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노동조합이 체불해결을 촉구하면 건설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체불을 키워왔다”고 일갈했다.
 

▲ 지난 21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기계 불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그러면서 “기존의 법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을 넘어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민간공사에도 적용시키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회의 역할과 지자체, 국토관리청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차량 할부금도 대출을 통해 내고 있는데 이마저도 내지 못하게 된다면 장비를 압류당할 지경”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조승호 건설노조 위원장은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이 현실이 참담하다. 고질적인 체불문제는 20년 동안 건설노조가 만들어놓은 모든 것을 윤석열 정부가 하루아침에 망가뜨리면서 악화됐다”며 “건설기계 체불 방지를 위한 입법을 이번 국회에서 꼭 해주길 바라며 체불로 고통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9월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체불 방지를 위해 건설기계관리법과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기자회견에 함께하며 다시 한번 체불해결을 위한 국회의 노력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윤 의원은 “2024년 체납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은 594건으로 무려 118억 60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는 극히 일부다”며 “건설현장에서 건설사의 강요와 압박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체납 신고센터에 신고를 하면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노동자를 오히려 처벌한다. 피해자를 처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개정안 발의를 말하며 “계약서를 못쓰게 강요하는 업체를 처벌하고 임금과 임대료를 전자지급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들이 직접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21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기계 불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문제가 심각한 현장에서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경기도 이천에서 4억 8000만 원의 체불문제가 발생한 신안건설산업 현장에 대해 고발한 김태훈 서울경기동부건설기계지부장은 “이천지역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명절을 앞두고 연쇄 도산이라는 벼랑에 내몰려있다”며 “이들은 6개월째 대출을 받아가며 생활비를 대신하고 있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경유값을 내지 못해 수개월째 장비가동도 못하고 있다. 차량 할부금도 대출을 통해 내고 있는데 이마저도 내지 못하게 된다면 장비를 압류당할 지경”이라고 체불 해결을 촉구했다.

10억 5000만 원의 체불이 발생했던 울산 북항터미널 현장에서의 체불 해결 촉구도 이어졌다.

오종국 울산건설기계지부장은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하도급사가 준공금과 기성금을 받으면 15일 이내에 건설기계노동자들에게 현금으로 대가를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갈수록 체불은 증가하고 건설현장의 불법은 외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 지부장은 북항터미널 체불 사태를 설명하며 “2023년 추석과 2024년 설명절에도 대통령실에 체불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울산시청과 여당 국회의원, 시의회,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민사소송 등 모든 방법을 진행해 봤지만 여전히 체불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지역 국회의원인 윤종오 의원을 통해 최근 발주사와 건설사, 체불대책위 3자가 만나 해결을 위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체불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법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하지만 민사소송으로 1년, 2년을 싸울 수 있는 건설기계노동자는 아무도 없다”며 “강력한 처벌조항이 있어야 한다. 법개정안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름만 대도 알만한 곳에서도 체불 만연...포스코에서도 3억 3000만 원 체불 해결되지 않아”


최근 크레인 노동자들에게 10억 원의 체불이 발생한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의 김선옥 지부장은 “체불현장의 절반은 관급공사 현장이다. 공무원을 만나면 노동청을 가지 왜 왔냐고 말한다. 관급공사 현장의 절반이 체불 현장인데 공무원을 앉혀놓고 체불사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포스코에서도 3억 3000만 원의 체불금이 있고 오늘부터 포스코를 상대로 체불 투쟁을 진행한다. 이렇게 이름만 대도 알만한 곳에서도 체불이 해결되지 않는데 작은 현장은 오죽하겠나. 이것이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설노조는 “이처럼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체불문제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님에도 해결되지 않은 채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윤석열 정권 들어 노동조합이 체불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도 불법이라 매도되는 상황에서 체불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우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지난 3년간 윤석열 정권이 노동조합을 건폭이라며 탄압해 왔는데 건설현장의 불법은 만연하고 현실은 외면한다. 정부는 어떠한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건설노조는 체불로 인해 노동자와 가족이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행동에 나설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관리청 등 건설현장의 법을 관리감독해야 할 기관들을 지적하고 감독할 것이다. 지긋지긋한 체불에서 해방될 수 있는 날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