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대폭발, 빌딩과 도로 무너져 대재앙"

이광명 / 기사승인 : 2010-05-31 1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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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여 년 전 백두산 화산 폭발 시 발생 화산재 남한 전체를 1.2m 두께로 덮을 만한 양이었다."

[일요주간=이광명 기자] 최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이 항공대란을 초래하면서 화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엄청난 규모의 화산재가 아이슬란드의 하늘을 뒤덮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항공대란이 초래됐고, 항공사 손실액은 폭발 닷새 만에 10억 달러를 상회했다. 아이슬란드는 1978년에도 화산 폭발로 인해 엄청난 재앙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북태평양 섬에 위치한 라카기가르 균열지대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 가스를 뿜어냈고, 땅 위에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탄소층이 형성되면서 동식물들이 모두 말라 죽었다.


연안 바다의 물고기도 1년간 자취를 감췄다. 인간에게도 재앙이 덮쳐 아이슬란드 국민의 20% 가량인 1만여 명이 3년간 사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최근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화산 관련 전문가들은 과거 화산 폭발의 이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활발한 화산 활동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 백두산이 더 이상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이라는 증거들을 내보이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은 화산 전문가들의 증언과 지난 2008년 발간된 책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를 통해 백두산 화산에 관한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재조명해봤다.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다. 중국 국가 지진국은 백두산 화산 연구 결과 최대 80% 재폭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화산지진관측소는 백두산에 관측 장비 40개~50개를 설치해 조사 중이며 하루 100회 정도의 미세지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2002년 6월 길림성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급증했고, 2007년 1월에는 12시간 동안 800여 차례의 미진이 발생해 화산 폭발 징후를 뚜렷이 나타냈다고 전했다. 현재 백두산으로부터 2km 지점에서 30~40km 지점에는 마그마 층 4개가 분포돼 있는데 일본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태평양 지각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이 마그마 층에 자극을 주고 있어 화산 분출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화산의 역사

백두산은 지금으로부터 1064년 전인 946년, 발해국(698~926년)이 거란에 의해 멸망한 이후 화산이 폭발했다고 전해진다. 일부 학계에서는 해동성국이라 불릴 만큼 강성했던 발해국이 갑자기 멸망하게 된 것이 백두산의 화산 폭발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 국가지진국은 천지 주변에서 1903년도 화산 분출물을 찾아내, 107년 전 백두산에 소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화산 폭발 1000년 주기설 및 100년 주기설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향후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만일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그 규모는 이번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의 폭발 규모를 능가할 것이라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화산 폭발로 인해 백두산 천지에 고인 20억 톤 가량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엄청난 홍수 피해가 예상되며, 분화구로부터 25km 이상 상승한 화산재가 성층권에 잔존하게 되면 태양 복사를 차단함으로써 기후 한랭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 실제 1000여 년 전 백두산 화산 폭발 시 발생된 화산재는 남한 전체를 1.2m 두께로 덮을 만한 양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의 저자 진재운씨는 그의 저서를 통해 백두산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이 이슈가 되기 수년 전부터 유수의 지질학자들과 함께 직접 백두산으로 탐방을 다니며 이 책을 서술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백두산은 2840만 년 전까지는 광활한 벌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땅 속 깊은 곳에는 열점이 존재하고 있었고, 어느 날 이 마그마의 일부가 땅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조금씩 지대가 높아졌다. 이후 2300만 년 전부터 1900만 년 전까지 400만 년 동안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지각 위로 솟아올랐고 이러한 작용은 수차례 반복됐다. 이 후 백두산은 1000만 년의 긴 휴식기간을 가졌고 443만 년 전부터 다시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장대한 모습을 갖춘 것은 61만 년 전부터 8만 7000년 전까지 있었던 화산 분출 때문이라고 진씨는 서술하고 있다.


당시 백두산은 원뿔 모양의 성층화산체였으나 5000년 전 거대 분화를 일으키면서 천지부근이 약간 함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00년 전 폭발적인 화산 분출로 분화구의 물질들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면서 산 정상이 함몰됐다. 그 때 내려앉은 백두산 정상에 지하수가 솟아나고 빗물이 고여 지금의 천지가 됐다는 것.

화산 폭발로 발해 멸망?

책의 제목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에서 시사하듯 저자는 발해의 멸망 원인으로 1000년 전의 백두산 화산 폭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고구려연구재단 김은국 박사의 연구 결과를 언급해, 926년 거란이 홀한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지배권을 발해 지역 전체로 넓혀가려 했지만 곳곳에서 발발한 발해 유민들의 봉기로 인해 결국 927년 요양으로 이주했다며, 이는 곧 거란이 발해를 흡수하는데 실패했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발해 영토 곳곳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군, 현 단위의 발해 마을들이 고스란히 예전 발해의 모습과 생활양식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 도서출판 산지니 (진재운 저)




그 후 저자는 일본 도호쿠대학 환경과학연구과의 나사루 나리사와 교수가 조사한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에 걸쳐 있었던 마을들의 이름들이 생기고 없어진 현황에 주목했다. 나리사와 교수는 대부분 마을들이 문헌에 등장하지 않는 시기가 10세기 중반 무렵부터임을 확인하고 이를 한 장의 지도에 나타냈다. 여기에서 특징적인 사실은 사라진 현이 백두산 천지로부터 세 방면인 압록강 서남방면, 송화강이 흐르는 북동쪽, 두만강과 연해주가 맞닿는 동쪽이라는 것이다. 이는 화산 홍수인 라하르가 백두산으로부터 대량으로 흘러간 강과 일치하며 즉 이 시기 이러한 강변에 위치한 마을들이 화산 홍수에 의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이 시기 화산 폭발이 얼마나 거대했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는 10세기에 기록된 ‘일본기략’이라는 문헌자료를 통해 1000km가 떨어진 일본에서도 백두산 화산 폭발음이 들렸을 정도라고 서술하고 있다. ‘일본기략’에는 “939년 1월 원방(遠方)에서 공진(空震)”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당시 ‘공진’이라는 뜻은 화산 폭발의 소리를 기록하던 단어였다는 것. 또한 939년 1월 일본에서는 화산 폭발의 자연재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백두산 화산 폭발음이 가장 유력하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일본의 10세기 헤이안 시대 유적지 발굴현장에서 백두산의 화산재가 발견됐고 이는 백두산 화산 폭발 시 그 화산재가 일본 열도에 와서 쌓인 것이라며 그 당시 폭발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 했나...

또한 저자는 백두산 화산의 재분출 징후들에 대해 서술해 눈길을 끈다. 그는 백두산 관광 시 필수인 ‘장백온천수로 삶은 계란을 시식하는 것’을 예로 들어 온천으로부터 그리 깊지 않은 곳에 마그마나 열의 원천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도가 높을수록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온천수의 온도가 최대 83도까지 올라간다며 백두산 화산 폭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더불어 유독한 화산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방출이 심해지면서 백두산 원시림들이 말라죽어 가고 있다며 화산 폭발 가능성을 확실시했다.


만일 실제로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중국 국가지진국의 2003년 11월 ‘길림 동부 화산의 미래 폭발 위험성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천지에는 20억 400만 톤에 달하는 물이 저장돼 있고, 화산이 폭발하면 이는 대량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보고서의 내용이다. 즉 장백폭포 상류인 통천하를 통해 이도백하 방향으로 천지에 고인 물이 쏟아져 나올 경우 10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재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그마의 재해 결과를 예측한 중국 국가지진국의 친친유 박사는 1000~1300도 정도로 예상되는 마그마가 북쪽으로 30~60km까지 이동할 것으로 보이며 이 용암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마을과 도시들은 큰 패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저자는 덧붙여 백두산이 폭발적인 화산재를 뿜어낼 경우 빌딩과 도로가 용암과 화산재에 덮여 무너지고 이동이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전소 및 통신 전자기기들은 미세한 화산재의 먼지가 스며들어 모두 사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며 차량엔진 및 모든 교통이 마비돼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공포에 떨게 될 것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유독한 화산가스가 발생해 농작물 및 모든 동식물이 치사할 것이고 화쇄류가 사람들의 폐에 영향을 주어 막대한 인명피해를 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분화구로부터 상승한 화산재가 태양빛을 차단해 동아시아 전역에 며칠 간 캄캄한 밤이 지속되고 한겨울이 찾아올 것이라고 서술했다.


화산 분출 시 나오는 화산재를 에어솔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는 보통 0.1~3마이크론으로 황사의 3~10마이크론보다 훨씬 더 가늘고 미세하다. 에어솔은 태양 광선이 가지고 있는 파장과 크기가 같기 때문에 태양 빛이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기보다는 반사하고 산란하는 효과가 높다고 한다. 그는 이로 인해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퍼지면 그 주변으로 추위가 찾아오게 되며 특히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치솟아 대류를 타고 확산되면 길게는 10년 가까이 공기 중에 떠돌며 지구의 온도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의 예는 그의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 폭발은 유럽에 여름이 없는 기후를 만들었고 위도 20도 아래인 하이난의 농작물을 동사시켰다. 대만에도 땅이 얼어 시짱에서는 3일 연속 눈이 내렸으며 이런 이상기후는 15년이나 지속됐다고 한다.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의 경우에도 화산재가 4.8km 정도 밖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지구 평균 온도는 0.6도 하강하는 등 그 영향은 상당했다고 강조했다.


화산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 중인 각계의 학자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폭발시기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의 과학으로는 화산 폭발을 막을 수 없겠지만 재해 예방 교육과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면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고 말한다. 특히 지진, 화산활동 등의 역사적 기록이나 항공사진 등을 분석해 과거의 지질, 지형변화와 재해 현상을 재구성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예방 대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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