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특히 작가 김수현이 대본을 쓴 드라마는 취향에 맞지 않아 더 안 보는데, 그래도 채널을 돌리다가 잠시라도 보게 되면 ‘그래, 저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 밖의 작가들이 대본을 쓴 드라마들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내용의 억지 전개는 그렇다 치고,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 연구조차 전혀 되어있지 않으면서 그저 자극적인 내용만 연달아 나오니. 더구나 언제부터인가는 여자는 어떤 짓을 해도 괜찮지만, 남자는 결코 그러면 안 되며, 또, 무조건 여자를 받아줘야 한다는 내용의 드라마까지 판치고 있다.
겨우 그런 대본을 쓰면서 어떻게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지? 손님들에게 아무런 음식이나 내놓고 먹으라고 윽박지르는 식당주인처럼, 사람들이 어떤 내용의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싶은데, 물론 이런 문제는 비단 작가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에 앞서, 어떻게든지 시청률만 높이면 된다는 생각에 찌들어있는 PD들이 계속 그런 수준의 대본들을 요구하니. 그러니 방송사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여러 질 낮은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이해해야할 듯싶은데, 그 비싼 방송기자재들로 겨우 그깟 드라마들이나 만들다니.
그 사이, 그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드라마에 감동을 받은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아버지에게 ‘왜 남자들은 바람을 피워서 문제를 일으키느냐?’ 따진다.
또, ‘나도 일은 하지 않고, 그저 내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는 검사나 의사, 혹은, 재벌 2세를 만나야겠다’ 꿈꾸고 있고. 그뿐 아니라, 아무렇게나 막 살고 있는 여자들까지 그런 드라마들에 감명을 받아 ‘나도 재벌 2세를, 검사를, 의사를 만나야겠다’ 생각한다.
이 정도라면 드라마가 정신병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황당한 것은, 이런 사실을 드라마작가들이나 당담 PD들이 그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서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선은 되지 않은 채, 그 내용이 점점 극단적으로, 또,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보다 못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물어보면 드라마작가들은 대답한다. “너희가 드라마를 알아?” 그에 앞서, 너희는 도대체 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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